[강명식 골프 세상만사] 올림픽 종목 됐으니 더욱 에티켓 지켜야
(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리우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12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참여하게 됐다. 골프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권력자들에 의해 수많은 탄압의 역사를 가진 독특한 스포츠이다 보니 골프의 이번 올림픽 종목 참가는 매우 뜻깊다. 철저한 개인 스포츠이며 정해진 틀이 없는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운동이라, 올림픽에서 그 역할이 어떨지도 흥미롭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의 골프는 세계적으로는 변방이었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박세리 선수 이후 골프는 우리나라에서 화려한 부흥기를 꽃피웠다. 여자 골프 선수들은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며, 남자 골프 선수들의 기량도 출중해 세계 각처에서 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다보니 골프로 대한민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참가하려는 선수들의 경쟁은 타국보다 무척 치열하다. 여자 선수의 경우 세계랭킹 15위 내에 여러 명이 있다. 세계 톱클래스이면서도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으니, 한국 여자 골퍼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남자 선수들 또한 치열하다. 확정되기 전까진 누구도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야 이런 한국 골프의 위상이 자랑스럽고 행복할 따름이다. 또한 올림픽에서 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골프를 바라보는 정치적·사회적 시각이 그리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에는 그 편견이 조금이나마 순화됐지만, 아직도 일부 층엔 편견이 남아 있다. 비싼 그린피, 화려한 클럽하우스, 폐쇄적 운영, 접대의 대명사 등 우리나라 골프의 단점들로 인해 발생한 편견들이다. 보는 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렇다보니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 골프가 우리나라 내에서는 스포츠로서 그 정체성이 불확실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편견을 넘자면, 골프계와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우선돼야 하며 이것이 바로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는 데 필요한 첫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일부 층의 편견과 승부에의 집착은
즐거운 골프의 걸림돌
어쨌든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 골프가 나간다. 가슴 벅찬 일이다. 이번 기회로 골프가 즐겁고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그러자면 선수나 즐기는 이 모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올림픽 정신에 부합되는 정정당당하고 멋진 경기로 아름다운 이야기 거리가 있는 골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대상으로 코넬대학 심리학교실에서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섰을 때 그들의 표정으로 만족도를 연구해 보니 금메달 선수야 당연히 즐겁고 기쁘며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은메달 선수보다 동메달 선수가 더 행복하고 기쁜 표정이 많음을 발견했다.
은메달 선수는 ‘조금만 더 했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동메달 선수는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의 관점에서 봐 딴 것 자체가 만족이었다는 결과다. 생각의 프레임에 따라 같은 것이라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프레임의 법칙이다. 생각의 틀을 바꾸면 불행도 행복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연구이며 배울 점이 있다. 뜨거운 환호와 감정 폭발을 억제할 필요는 없으나, 골프 경기의 결과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골프를 즐기는 나라보다 그렇지 못한 나라가 훨씬 많다. 골프가 계속 올림픽 종목으로 남아 있으려면 골프의 기본 소양인 골프 에티켓과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이는 선수뿐 아니라 보는 시청자에게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골프가 편견을 넘어 즐겁고 행복한 스포츠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