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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법률 칼럼] ‘장삿돈’에 달리 적용되는 채권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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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6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06.07 09:24:12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일반적인 채권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 그러니까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10년 이내에만 청구하면 됩니다. 그런데 일반 민사채권이 아닌 상사채권, 즉 상사거래와 관련한 채권은 소멸시효가 5년입니다.

그리고 상사채권이라도 소송을 제기해서 판결이 나왔다면, 판결 확정 시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새로 만들어집니다. 어떤 채권을 민사채권으로 볼 것이냐, 상사채권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채권자와 채무자, 나아가 연대보증인과의 이해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이런 민사채무와 상사채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대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입니다. 당구장을 운영하던 A씨는 노래방을 운영하던 지인 B씨가 스탠드바를 새로 열기로 한 것을 알고 2002년 6400만 원을 빌려줬습니다.

당시에 B씨 가게 종업원이었던 C씨는 연대보증인이 됐습니다. B씨는 A씨에게 돈을 두 달 내에 갚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이때 C씨에게는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A씨가 B씨에게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은 2002년의 판결로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됐습니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B씨는 A씨에게 돈을 갚지 않았고, A씨는 10년이 되는 해인 2012년 B씨와 연대보증인 C씨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채권자가 주채무자에게 행하는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한 행위, 즉 압류·가압류·가처분·소송제기 등은 보증인에게도 효력이 있습니다(민법 제440조). 주채무자가 이를 보증인에게 통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확정 판결에 의하여 주채무가 확정되어 그 소멸시효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었다 할지라도 그 보증채무까지 당연히 단기 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되어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와 연대보증인 사이에 있어서 연대보증 채무의 소멸시효 기간은 여전히 종전의 소멸시효 기간에 따른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2006.08.24. 선고 2004다26287 판결).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의 합리적 조정과 법적 지원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 =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채권자 A씨의 채무자 B씨에 대한 채권은 2002년 판결 이후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됐지만, 채권자 A씨의 연대보증인 C씨에 대한 채권은 판결 시점으로부터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된 것이 아니라 판결 시점으로부터 A씨의 C씨에 대한 종래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돈을 생활자금으로 빌려줬는지, 
아니면 사업자금으로 빌려줬는지에 따라 
승소 뒤 돈을 받을 수 있는 기간 달라져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 A씨의 채무자 B씨에 대한 채권 소멸시효가 민사채권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아니면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하는 점입니다.
즉 채권자 A씨가 채무자 B씨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의 소멸시효가 상사채권의 소멸시효인 5년이라면, A씨의 B씨에 대한 채권은 2002년 판결로 10년 연장됐지만, 채권자 A씨의 연대보증인 C씨에 대한 채권은 2002년 판결 이후 5년이 지났으므로 소멸했다고 봐야 합니다.

반면 A씨가 B씨에게 가지고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가 민사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이라면, A씨의 C씨에 대한 채권은 2002년 판결 이후 10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B씨가 사업 준비를 위해 돈을 빌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아닌 민법상 소멸시효 10년이 적용되기 때문에 채무자 B씨와 연대보증인 C씨는 채권자 A씨에게 돈을 갚아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자는 영업으로 상행위를 할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그 준비행위를 한 때 상인 자격을 취득한다”며 “영업자금을 빌리며 상대방에게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점을 전달한 경우에는 돈을 빌린 것도 상행위에 관련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면서 “A씨는 노래방을 운영하던 B씨가 경영난을 겪다 스탠드바를 새로 열기로 한 것을 알고 돈을 빌려주었고, 생활비 명목으로 빌려줬다고 보기에는 고액이고, 생활비를 빌려주며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도 이례적이어서 문제의 대여금 채무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최근 나온 민·상사채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화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 = 위키미디어

즉 채권자 A씨는 2002년 판결을 통해 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한 채무자 B씨에 대해서는 아직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지만, 별도의 소송을 하지 않아 기존의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연대보증인 C씨에 대해서는 돈을 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의 시사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인에게 사적으로 돈을 빌려줬더라도 그 돈이 사업자금으로 쓰일 것을 알고 있었다면 10년이 아닌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채권을 관리할 때 이 소멸시효를 염두에 두고 시효가 소멸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둘째, 소멸시효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주채무자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에게도 함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안의 경우에도 채권자 A씨가 2002년에 채무자 B씨에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연대보증인 C씨를 공동피고인으로 넣었다면 C씨에 대한 소멸시효도 함께 10년으로 연장됐을 것이고, 2012년에 제기한 소송에서 B씨와 C씨 모두에게 승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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