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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현욱] 내집짓기 대중화에 나선 ‘땅콩집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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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7호 안창현⁄ 2016.06.10 16:30:33

▲이현욱 소장이 죽전에 지은 17평짜리 단독주택 ‘모바일홈’. (사진=이집소)


(CNB저널=안창현 기자) 한국의 건축가들 중에서 이현욱 소장만큼 많이 주택을 지은 건축가도 많지 않을 듯하다. 단독주택은 비쌀 것이란 통념을 깨고 ‘땅콩집’으로 실용적인 집짓기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도심의 아파트 전세 값으로 한 필지에 주택 2개를 뚝딱 짓는 땅콩집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소장도 결혼 전까지 줄곧 아파트에서 살았다. 결혼 후에야 단독주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원했기 때문이다. 건축가 아빠의 소박한 바람이랄까. 하지만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을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땅콩집에까지 이르렀다.

여전히 이 소장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주택과 그 안에서의 행복한 삶을 얘기한다. 아이들에게 마당과 이웃이 있는 공간은 그것 자체로 훌륭한 교육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양한 강연과 함께 팟캐스트 ‘건축가 이현욱의 집·꿈·땅’을 통해 집짓기에 나선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 ‘굿바이 아파트, 집짓기의 정석’이란 신간을 펴낸 이현욱좋은집연구소의 이 소장을 만났다.

신간 ‘굿바이 아파트, 집짓기의 정석’ 펴내
“주택 시장 활성화돼야 건축의 대중화 가능해”

2011년 땅콩집 열풍을 일으킨 ‘두 남자의 집짓기’를 고 구본준 기자와 함께 펴낸 이후 벌써 세 번째 책이다. 아이들은 마당 있는 집에서 자라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소장의 어조는 한층 강해졌다. 제목부터 ‘굿바이 아파트’다.

또 ‘아파트를 버려야 아이가 산다’고도 했다. 강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주거 형태를 꿈꿔보기를 권한다. 왜 우리가 주거 형태로 아파트를 가장 선호하게 됐는지, 대형 건설사들은 우리를 어떻게 현혹시켰는지, 대지 지분이나 전용 면적, 재테크 등을 설명하면서 조목조목 들여다본다.

▲이현욱좋은집연구소에서 만난 이현욱 소장. (사진=안창현 기자)


“‘두 남자의 집짓기’는 공저였기 때문에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의 3분의 1 정도만 책에 넣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신간에서는 나 혼자 쓰는 거니까 그간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마음껏 했다. 아직도 우리는 국토가 작아서 아파트 이외의 대안은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땅을 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은 당연히 비쌀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쉽게 썼다.”

하고 싶은 말을 소신껏 하고 싶어서 책도 이현욱좋은집연구소(이집소)에서 직접 펴냈다. “제목에 ‘굿바이 아파트’란 문구가 들어가면 출판사에서 반기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살면 안 된다고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하고 싶은 말 바로 하고 싶어서 이집소에서 직접 책을 냈다.”

건축가로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도 있었다. ‘두 남자의 집짓기’가 인기를 끌자 이와 유사한 건축 실용서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그런 책들 중 상당수가 일본 번역서였다.

이 소장은 대뜸 “일본 주택은 대부분 방은 1층에, 거실은 2층에 있다. 왜 그럴까?” 하고 묻는다. 지진 때문이란다. 1층을 방으로 나눠야 집을 더 튼튼히 지탱할 수 있는 게 일본의 형편이다. 집 구조가 이렇게 다른데 일본 번역서가 많이 소개되면서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었다.

“또 일본 건축 책들을 접하면서 그 맥락을 알지 못한 채 ‘여기 계단이 예쁘다, 방을 이렇게 꾸미니까 좋네’ 하면서 외관을 중심으로 보기 쉽다. 전문가로서 우리 실정에 맞는 실용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삶의 이야기가 들어온 주택

이 소장은 건축 현장에서 집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져감을 실감했다. 땅콩집도 그렇고 협소주택, 공동체주택 등 말은 서로 달라도, 아파트 공간을 벗어나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은 열망은 전에 없이 커졌다.

▲이 소장은 모바일홈에 별채도 따로 마련했다. 사진은 시공 모습. (사진=이집소)


이 소장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까? “최근에 땅콩주택, 협소주택 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런 형태의 집들은 예전부터 있었다. 건축법상으로 이런 주택들은 그냥 ‘다가구 주택’이다. 땅콩집도 한 필지에 두 채의 집을 짓는 거니까 다가구인 셈이다. 건축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사실 건축법도 그대로고, 집을 짓는 방법에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 예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이 소장은 건축 시장이 전문가의 눈높이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가 입장에서 땅콩집이나 공동체주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냥 다가구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 땅콩집은 그냥 다가구 주택이 아니다. 그 안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왜 작은 평수에 두 채의 집을 지었대?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서, 친구 둘이서 돈을 모아 땅을 같이 샀대’ 하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이런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라고 있다. 물론 젊은 신혼부부가 집을 지을 땅을 보러 다니면, 부모들은 말리기 십상이다. 아파트가 편하고 좋은데, 왜 고생을 사서 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부모 세대는 대부분 자기 집을 지은 경험이 있다. 자신들이 경험해 봐서 힘들다는 것을 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그런 추세가 점점 늘어난다고 느낀다. 다양성이 중요하지 않나. 서로 사는 모습이 제각각인데, 사는 공간은 똑같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땅콩집, 이렇게 시작됐다

이 소장은 줄곧 아이들은 마당 있는 집에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보다 주거공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당장 형편에 맞는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나중에 돈 벌어서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부터 10년 동안 돈을 벌어서 마당 있는 집을 지으면 무슨 소용인가. 요새 애들은 중학생만 돼도 자기 방에 있지 마당에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 집짓기에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이 소장의 첫 단독주택 ‘모바일홈’의 거실 모습. (사진=이집소)

▲모바일홈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진=이집소)


주택 전문 건축가로 명성을 얻은 그도 결혼 전에는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건축을 공부하고도 주택보다는 빌딩이나 문화시설 등 대규모 설계 작업을 전문으로 했다. 그러다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본격적으로 가족이 살 집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처음부터 지금의 땅콩집을 성공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그동안 대규모 건축물들을 숱하게 설계해왔지만, 17평짜리 살 집을 짓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혼 초 땅값이 그나마 싼 용인 죽전에 ‘모바일홈’이란 집을 지어 이사했지만, 여름에 너무 더웠고 겨울에는 난방비로만 100만 원을 넘게 지출했다.

이 소장은 “건축 공부를 다시 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전문가인 척 했지만, 정작 내가 살 집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공부하고 또 실패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주택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 소장의 도전이 땅콩집으로 결실을 맺었다. “전셋돈 3억으로 단독주택에 살 수 있냐”는 친구의 물음에 “둘이 같이 지으면 가능하지. 둘이 땅을 같이 사서 한 필지에 집을 두 동 짓고 마당을 함께 쓰면 돼” 하고 대답한 게 땅콩집이 됐다.

▲이 소장은 한 필지에 친구와 나란히 두 집을 붙여 지었다. (사진=이집소)


“건축의 대중화 위해 힘써”

이 소장은 우리나라 건축 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히 주택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위주의 건설 시장은 소수의 대형 건설사만 키우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100만 채 지어도 그 아파트를 짓는 업체는 소수다. 하지만 단독주택 100만 채를 짓는다면 어떨까? 건축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주택 시장이 잘 활성화돼 많은 건설 관계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다.”

건축 시장만이 아니라 우리의 건축 문화를 위해서도 주택 시장은 중요하다.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집이 짓기 위해 건축가를 만나 집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게 바로 건축 문화의 대중화라는 주장이다.

이 소장은 “건축의 대중화는 대형 건축물이 많이 들어선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사는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집을 짓는다면 그게 건축 문화가 대중화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위원으로 활동하며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에 KBS와 함께 ‘이웃사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땅콩집에서 마당을 함께 사용했듯이, 마을에도 그런 거점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아무리 집을 잘 지어도 층간소음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결국 이웃끼리 이해의 문제인 셈이다. 서로 알고 지낸다면 좀 시끄러워도 그냥 넘어갈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마을에 거점공간, 소통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들 공간은 동네 부엌을 활용해 엄마들이 번갈아가며 아이들 밥도 해주고 북카페도 운영하는 식으로 사용된다. 이 소장은 “주택뿐 아니라 건축 문화의 저변을 넓혀 우리 삶이 좀 풍성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사회를 만드는, 사회적인 건축가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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