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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지구, 현 사회의 무방비적 붕괴현상에 접근하는 'Callapse'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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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연수⁄ 2016.06.15 15:15:48

▲연미, ‘되살아난 공포’. 신문에 드로잉, 56 x 38cm. 2009.


서울 합정동의 예술공간 합정지구는 ‘Collapse(붕괴)'전을 연다.


이 전시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며, 개인의 무력감을 일으키는 붕괴현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기획자 심소미는 Callapse전에 관해 “오늘날의 무방비적인 붕괴 현상을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붕괴하는 혼돈의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현상을 가중시키는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 붕괴 현상은 위기가 올 때마다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 같은 사고는 그 원인이 개인의 타락과 몰락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전시 동기를 전했다.


이 전시는 연미, 크리스토프 르 비앙, 이충열, 플로리안 골드만, 성유삼, 강신대 여섯 작가의 작업으로 붕괴가 일어나는 과정의 관계를 살피고, 그 이면에서 ‘진행 중인 붕괴’의 구조에 접근한다.


작가 연미는 신문을 연탄이나 목탄으로 검게 칠해 사실상 읽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칠해지지 않은 부분들의 글자들은 편집된 사회적 징후들을 의미한다. 그의 작업은 정치사회적 목적에 의해 극대화되거나 조작되고 편집되는 현실, 그리고 근거 없는 공포를 확산시켜 비판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미디어 권력을 짐작하게 한다.


프랑스 작가 크리스토프 르 비앙(Christophe Le Bihan)은 파리에 거주하는 아트브뤼 작가로서, 영화, 철학, 음악, 시,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 편집증적으로 빠져 있는 다다이스트이기도 하다. 


*아트브뤼: 원생미술(原生美術)이란 뜻으로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미술. 장 뒤뷔페가 아마추어의 작품에서 보이는 비교양적, 비회화적 미술 형태를 지칭하기 위해 쓴 말.


그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발송된 우편 봉투에 펜으로 적어넣는다.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고갈시키는데, 그것은 노동자와 자연이다(Le capital épuise deux choses, le travailleur et la nature)’라고. 


자본의 축적 아래서 소외돼온 노동자와 자연은 현재 각종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려는 사회보장제는, 노동자가 자본가의 자원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삶을 보호하는 사회적 제도이다. 이 봉투 한 장에 기업의 노동착취와 비정규직, 최저임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중첩된다.


이충열의 드로잉 작업은 자본주의와 가족제도 사이의 모순에 접근한다. 한국 사회에서 4인 가족은 가장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가족 형태로 권유되어 왔다. 전시에서의 ‘마트’ 드로잉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획일화된 4인 가족과 소비 형태가 건축적 구조로 접근된다. 작가가 호흡을 제어하며 그린 드로잉은 조금의 빗겨남도 허용치 않는 강박적인 사회구조를 담는다. 제도펜으로 정갈히 그린 작업 방식은 우리 사회의 강압적 ‘제도’를 형식화한 것이다.


▲연미, ‘되살아난 공포’. 신문에 드로잉, 56 x 38cm. 2009.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플로리안 골드만(Florian Goldmann)은 글로벌 시스템의 파국적 상황과 재난, 리스크의 영향 관계를 밝히고 이를 시각적인 구조로 형상화해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오늘날의 재해, 재난, 파국적 상황을 대비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신산업화를 비평적으로 접근한다.


골드만은 올해 한국에서 레지던시 기간 동안 파국적 상황에 대한 모델을 제작했다. 미끌미끌한 알류미늄 표면에 마치 건물처럼 부착된 파랑색 스펀지는 한국에서만 흔히 볼 수 있는 차량용 도어가드이기도 하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자동차를 보호하고자 하는 도어가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물신화된 공포, 사유재산 훼손에 대한 지극한 염려를 드러낸다.


성유삼은 스펀지를 조각해 버섯구름을 형상화 했다. 버섯구름은 작은 사물을 태울 때도 생기는 흔한 형상이지만, 그것을 지각하는 일반적인 시선은 원자폭탄을 떠올리는 것이다.  작가는 습관적 지각 방식을 비틀며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파국의 이미지와 이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수동적인 지각구조에 대해 질문한다.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도시의 팽창은 슬럼의 확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슬럼을 외곽으로 몰아내고, 이를 불도저로 밀어낸다. 그러나 슬럼은 붕괴될수록 더 처참한 모습으로 재생산된다. 작가 강신대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지구 곳곳의 슬럼 이미지를 조합해 하나의 슬럼 이미지를 제작했다. 이 슬럼의 현장을 드라마틱하게 응시하는 영상은 15초가 되면 갑작스레 끊기며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10여 분간 매 15초씩 하나의 슬럼 이미지가 반복된다. 붕괴는 이번 파국과 다음 파국 사이에서 항상 진행 중이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성유삼, ‘버섯구름’. 스폰지 폼, 유리병, 가죽, 18 x 18 x 33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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