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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 - 라이브케이] 고구려 무사가 비보이 댄서로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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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8호 안창현⁄ 2016.06.17 17:26:46

▲‘천상무도: 춤추는 문화유산’ 프로젝트 중 ‘주유청강’ 편의 홀로그램 장면. (사진=라이브케이)


(CNB저널=안창현 기자) 최근 네이버문화재단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융복합 콘텐츠를 공모했다. 전시·공연 부문의 대표 콘텐츠로, 라이브케이(Live K)가 내놓은 ‘천상무도: 춤추는 문화유산’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크리에이터 그룹 라이브케이는 모션 그래픽이나 미디어 퍼포먼스, 홀로그램 등의 첨단 문화기술을 활용해 우리 전통 소재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간 전통을 현재에 되살리고 공연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들을 선보였다. ‘천상무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라이브케이의 대니 조(Danny Cho) 공동대표는 “고구려 벽화 속 무사와 무희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우리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홀로그램과 CG 기술을 활용해 고구려의 기상을 보여주는 '수렵도'와 '무용도' 속 인물들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고구려 ‘수렵도’가 나타나면서 화면 속 인물들이 애니메이션처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수렵도의 고구려 무사는 서서히 21세기의 비보이 댄서로 변모해 흥겹게 춤을 추고, 마지막에는 다시 그림 속 무사로 돌아간다. 고구려 무사-댄서가 홀연히 후손을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환영이다. 

수렵도에 이은 ‘무용도’에서는 남녀 무희가 팝핀 댄스를, 신윤복의 그림 ‘주유청강’ 속 양반과 기생은 재즈 댄스를 추는 식으로 작품이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에서 미디어 퍼포먼스, 홀로그램 등의 기술이 적극 활용됐다.

▲라이브케이의 대니 조 공동대표 및 디렉팅 매니저. (사진=안창현 기자)


“과거 전통을 소재로 하더라도 이를 융복합 공연으로 선보여 관객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몄다. 이번 프로젝트로 좋은 평가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우리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콘텐츠 제작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국적인 융복합 콘텐츠의 힘

라이브케이는 2015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미 2010년부터 ‘코리안 랩소디’라는 공연 단체를 통해 독특한 융합 공연을 선보여 왔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비보잉, 팝핀 등의 댄스를 접목해 지난 5년간 20여 나라에서 수교기념 행사나 세계정상회의 초청공연 등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왔던 것이다.

조 대표는 “국내보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을 했다.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최고의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 주목을 받았다. 비보잉 분야는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해외에서 여겨졌다. 그래서 코리안 랩소디를 통해 K-드라마, K-팝, 스트리트 댄스 등을 묶어 뮤지컬 형식의 융복합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드리프터즈, 애니메이션크루, 갬블러크루, 묘성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댄서들과 함께 해외 공연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한류 공연 콘텐츠 기획사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당시 이미 코리안 랩소디 공연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접목한 융합 공연을 선보였다.

▲융합 공연을 선보였던 ‘코리안 랩소디’의 공연 모습. (사진=라이브케이)


“해외 공연에서 한국의 댄서들이 출연하는 무대 공연과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을 연주하는 음악 공연을 병행했다. 국가들 사이의 수교기념 행사 등에서 선보이는 공연들이 대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가끔 비보이들과 국악 단원들이 협업해 무대를 꾸미기도 했지만,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 힘들었다.”

조 대표와 코리안 랩소디가 적극적으로 융복합 공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해외에서 우리 공연을 선보일 때 단지 순차적으로 전통과 현대를 섞기보다, 우리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현대적인 문화에서 한국적인 특성을 잘 섞어 살릴 방식을 고민했다.

“일시적으로 국악 단체들과 협업하는 것으로는 깊이 있는 공연을 꾸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코리안 랩소디가 자체적으로 국악 단원 팀을 구성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드리프터즈, 갬블러크루 등 우리 공연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댄서 그룹들과는 프로젝트 멤버로서 파트너십을 유지해 공연 수준을 최상으로 유지할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라이브케이로 이어졌다. 조 대표는 미디어 융복합 콘텐츠를 선보이는 단체나 회사들이 국내에 여럿 있지만, 퍼포먼스와 이를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세계 수준의 크리에이터들을 확보한 곳은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한국의 전통문화를 연구해 현대적인 공연 콘텐츠로 제작하는 곳은 더욱 적었다. 그간 해외 공연을 주로 해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라이브케이가 잘 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고구려 고대 벽화의 고증에도 힘써

라이브케이는 설립 초기부터 한국의 국보나 문화 원형 등 과거 역사 속에 등장했던 인물이나 사건 등을 홀로그램과 미디어 퍼포먼스, 댄스 뮤지컬 형태로 연출해 현대에 되살리는 작업에 집중했다.

▲라이브케이는 고구려의 벽화 ‘수렵도’를 활용하며 복원 작업을 거쳤다. (사진=라이브케이)


조 대표는 “기술은 금방 복제할 수 있지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이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역량, 퍼포먼스와 미디어를 결합하는 노하우 등의 경험은 쉽게 복제할 수 없다. 화려한 기술로 신기한 볼거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라이브케이가 ‘천상무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국보급 유산을 작품에 사용할 때 고증 작업에 주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고구려 벽화 ‘수렵도’와 ‘무용도’의 원화를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복원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고증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의상과 소품 부분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실제로 국내 전통의상, 특히 삼국시대의 고대 의상을 구비한 곳이 없었다. 당시를 충실히 재연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소, 한복 연구가 등을 찾아가 샘플을 얻고, 자문도 구했다. 이를 토대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구현하려 노력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천상무도'는 고화질의 원화 복원 그래픽과 홀로그램 퍼포먼스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융복합 콘텐츠로 탄생했다. 콘텐츠뿐 아니라 콘텐츠를 선보이는 방식 또한 복합적으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상황에 따라 전시와 공연이 모두 가능한 콘텐츠가 될 수 있게 했다.

“융복합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자체가 유연성, 확장성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상무도는 기획 단계부터 전시와 공연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로 제작하고자 했다. 공연은 회차가 정해져 있어 일회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전시는 상설 전시 형태로 박물관 등의 장소에서 계속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 시대 ‘무용도’에서 21세기의 댄서가 홀로그램 영상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천상무도'의 한 장면. (사진=라이브케이)


리우 올림픽서 한국 대표 콘텐츠로

조 대표는 융복합 콘텐츠의 제작은 기존에 없던 새 장르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브케이의 작업들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홀로그램 등 첨단 기술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홀로그램 자체의 제작비용이 비교적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얻기 위해 CG 작업이나 모션 그래픽 작업 등 상대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투입됐다. 자체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다. 공공기관의 공모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지만, 지원을 받은 사업은 굉장히 짧은 기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하는 등의 문제들이 있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홀로그램 등 융복합 공연을 시연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몇몇 대기업이 운영하는 공연장이 있지만, 대부분 자체 콘텐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대관도 힘들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실제로 라이브케이의 '천상무도' 프로젝트 역시 아직 완전한 시연 단계를 거치진 못했다. 다행히 라이브케이가 입주해 있는 문화창조벤처단지 내 ‘cel 스테이지’ 공간에서 7월 중순 전체 작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현재 한창 준비 작업 중이다.

▲라이브케이가 홍콩 및 중국의 방송국들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는 한류 콘텐츠 ‘라이브케이 팝쇼’. (사진=라이브케이)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현대적인 문화 콘텐츠로 제작하는 융복합 작업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러면 한류뿐 아니라 국공립 박물관이나 기념관, 홍보관 등에서도 이런 콘텐츠들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라이브케이는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 콘텐츠의 하나로 천상무도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상파울루 등 브라질 순회 및 주변국 투어를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라이브케이 팝쇼(Live K Pop Show)’라는 K-팝과 K-드라마를 갈라쇼 형태로 만든 콘텐츠를 홍콩 및 중국 방송국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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