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맞는 집 ⑤] “집 살 땐 중개인, 지을 땐 하우스스타일”
유쾌한 집짓기 돕고, 표준 설계안 중 고를 수 있게
▲하우스스타일을 통해 JMY 아키텍츠의 윤재민 건축가가 설계한 월잠리 주택. (사진=JMY 아키텍츠)
(CNB저널=안창현 기자) 획일화된 아파트를 벗어나 내 집짓기를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 정년퇴직을 한 노년이 도시를 벗어나 전원주택에서의 생활을 꿈꿨다면, 이제는 젊은 부부들까지 합세해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살 수 있는 도심 속 단독주택을 꿈꾼다.
하지만 집 짓는 일이 쉽지 않은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여기저기 많은 정보를 접하긴 해도, 실제 집을 짓고자 했을 때 도움을 받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잘 알지 못해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이런 우리 주택시장에서 ‘신개념 집짓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우스스타일은 주목할 만하다. 하우스스타일은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사가 서로를 신뢰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한다.
개별적인 주택의 기획에서부터 예산 관리, 설계와 스타일링, 시공과 주택의 품질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집 짓는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디자인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집을 지으면서 10년은 늙었다”고 말하는 경험자들의 통과의례를 유쾌한 경험으로 바꾸려는 곳이다.
국내 유일의 주택 디자인 플랫폼
‘리빙큐브’ 공모전으로 표준 설계 마련
“건축주에게는 웨딩 플래너, 건축가에겐 연예 기획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주원 대표는 하우스스타일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웨딩 플래너가 예비부부들이 결혼이란 복잡한 절차를 헤쳐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다면, 하우스스타일은 예비 건축주들에게 집짓기 과정에서 똑같은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하우스스타일의 김주원 대표. (사진=안창현 기자)
사실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어떤 건축가를 만나 설계를 의뢰해야 할지, 실제 시공사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전문가이다 보니 전문가들을 상대하면서 오는 ‘정보의 격차’도 있다. 이로 인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하우스스타일은 이때 건축주 곁에서 건축주가 잘 모르는 내용들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짚어준다.
또 건축가들에게도 하우스스타일은 조력자 역할을 한다. 좋은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을 건축가들에게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건축가 개개인이 자신의 브랜드와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이에 딱 맞는 건축주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우스스타일이 건축가에게 적절한 건축주를 소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한국 주택시장에서 집이 지어지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는 것 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먼저 시공사가 주도해 집을 짓는 방법이 있다. 또 건축가가 주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축주 스스로가 자기 집을 짓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 세 주체가 잘 만나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하우스스타일은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사가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게 중간에서 소통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집을 지을 때 건축주가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대부분 건축주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의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까지 집 짓는 과정 전반을 관리해주는 도움이 있으면 좋다. 또 실제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 설계 디자인에 맞도록 시공의 품질과 일정을 관리하는 역할 또한 중요한데, 이 또한 하우스스타일의 역할이다.
김 대표는 집 짓는 과정이 예산, 즉 돈과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집 짓는 과정은 돈이다. 설계 도면에 선을 하나 더 그으면, 그만큼 예산이 불어난다. 따라서 명확한 경제적 토대 위에서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고려가 중요하다.”
그래서 하우스스타일은 건축주에게 집을 짓기 전에 어떤 집을 원하는지, 또 예산 규모는 어떤지를 분명히 파악한다. 그렇지 않고 집 짓는 과정에서 욕심을 부리다 보면 예산을 초과해 곤경에 빠지기 일쑤다. 이런 부분들을 관리해주면서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얼마의 예산에 지을 수 있는지, 가지고 있는 예산의 한도 안에서 어떻게 지을지를 전문가 입장에서 고민하고 조언해준다.
▲건축주로부터 ‘존경과 행복의 집’이란 이름으로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주택. 가온건축의 임형남+노은주 건축가가 설계했다. (사진=가온건축)
집짓기가 유쾌할 순 없을까?
김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주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설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베테랑이다. 그가 특별히 주택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가까운 지인이었던 ‘땅콩집’의 이현욱 소장과 땅콩집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부터였다.
“땅콩집 인테리어를 했다. 당시 이 소장이 땅콩집을 1년에 100여 개씩 지을 때였다. 땅콩집 파트너 건축가로 참여하면서 주택, 특히 삶을 담은 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좋은 집은 어때야 하는지 고민했고, 주택시장에서 건축주들이 자신의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땅콩집은 좋은 계기였다. 하지만, 평당 400만 원에 맞추는 땅콩집이라는 경제적이고 표준화한 브랜드와는 다른 모델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좀 더 다양한 건축가가 주택시장에 참여해 저마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서 김 대표는 2012년 8월 하우스스타일을 설립했다. 주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진 건축가들이 함께였다. “아직 한국에 하우스스타일 같은 역할을 하는 회사는 없었다. 건축가와 시공사 사이에서 에이전시 내지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시작하는 셈이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건축가와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할 때도 건축가의 조력자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우스스타일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건축가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건축가는 건축주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짓도록 건축가가 도와야 한다. 하우스스타일의 모토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유쾌한 집짓기’이다. 건축주와 건축가, 또 시공사가 주택시장에서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역할이다.”
주택시장 대중화 위한 ‘리빙큐브’
김 대표는 좋은 집의 정의를 “건축주가 ‘이만하면 됐다’고 느끼는 집”이라고 말했다. 집은 거주자가 그 안에서 편히 살 수 있는 장소여야지, 잡지 화보에 나오는 모델하우스 같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2015년 5월 31일에 열린 ‘제2회 리빙큐브 좋은집’ 공모전의 시상식 현장. (사진=하우스스타일)
하우스스타일은 완성된 집을 사진으로 기록할 때, 빈 집 상태에서 촬영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건축 사진들은 텅 빈 상태에서 건축물을 보여준다. 그래야 건물과 공간을 더 멋있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우스스타일은 건축주가 이사를 와 짐이 다 들어간 상태에서 주택을 촬영한다. 집 공간은 삶의 현장이 돼야 한다는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김 대표가 소형주택을 위한 표준 설계안인 ‘리빙큐브’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좋은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주택 상담을 하면 많은 사람이 예산 1억 원에 집을 지을 수 있는지 물었다. 25평이라고 생각할 때 평당 4백만 원 정도에 집을 짓는 것이다. 이 정도 예산으로 집을 짓기 위해서는 표준 설계가 미리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별 설계비를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4인 가족 기준으로 30평 규모에 1억 5000만 원 정도에 집을 지으면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집의 가치를 가진 표준 설계안이 있어야 했다. ‘좋은 설계와 품질의 합리적인 집’을 위한 시장 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하우스스타일은 리빙큐브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좋은 주택 표준 설계안을 만들었다. 이 표준 설계안으로 실제 집이 지어지면 저작권자에게 전체 공사비의 1%를 지급해 저작권을 보호한다.
리빙큐브 공모전 1회 때 ‘6x6 하우스’의 정방형 주택을 주제로 내걸어 45개가량의 다양한 소형주택 모델들을 확보했다. 2회에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근로자들로 이뤄진 담양전원주택조합을 위한 ‘담양 리빙큐브’가 공모 주제였다. 담양 리빙큐브는 실제 전남 담양군의 첨단문화복합단지에 400세대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빠듯한 예산을 가진 건축주라도 자신이 원하는 집의 설계안을 바로 고를 수 있게 해주는 표준 모델은 앞으로 계속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표준 설계안을 공모전 형식으로 선정하는 이유는 신진 건축가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건축주들이 유명한 건축가만 찾는 게 아니라, 실력 있는 신진 건축가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공모전 형식이 좋을 것 같았다. 문학청년에게 신춘문예가 하는 것 같은 역할을 리빙큐브 공모전이 했으면 하고 바랐다.”
▲iSM 건축연구소의 이중원+이경아 건축가가 설계한 원주의 젓가락집. (사진=하우스스타일)
“대한민국의 풍경이 바뀝니다”
1회 리빙큐브 공모전의 슬로건은 ‘대한민국의 풍경이 바뀝니다’였다. 김 대표는 주택이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주거, 주택 문화가 필요한 까닭이다.
“주택 건축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틈새시장인 데는 변함이 없다. 한국 주거공간의 80%는 여전히 아파트고, 나머지 20% 중에서도 건축가가 설계하는 주택은 많게 봐야 5%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하우스스타일을 운영하면서 70채 정도의 집을 지었다. 리빙큐브 표준 설계안으로는 지은 것은 20여 채였다. “이제 한국 주택시장에서도 다양한 주택 브랜드들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주택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물론 주택건설업 면허 같은 법적이고 제도적인 정비도 이뤄져야 한다.”
▲원주 젓가락집의 현장 스케치. (사진=하우스스타일)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