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마이쿤] 오디오로 따뜻이 안아주는 ‘스푼’
▲마이쿤의 최혁재 대표는 스푼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음성 콘텐츠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마이쿤)
(CNB저널=안창현 기자)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국내서도 MCN(Multi Channel Network)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동영상에 집중돼 있다. 특별히 오디오에 특화해 MCN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거의 없는 편이다. 팟캐스트 등을 통해 음성 콘텐츠에 쏠린 세간의 관심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오디오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스푼(Spoon)’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소셜 라디오’를 표방한 스푼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2013년 모바일 개발자들이 주축을 돼 모바일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마이쿤’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한 번의 터치로 스푼을 통해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SNS 등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고 마이쿤의 최혁재 대표는 소개했다. ‘오디오 콘텐츠의 유튜브’라는 꿈이다.
누구든 편하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음성에 담을 수 있다면, 음성 다이어리가 가능하다. 또한 우리가 트위터나 유튜브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듯, 음성으로 쉽게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으로 최 대표는 스푼 서비스를 만들었다.
▲마이쿤 최혁재 대표가 스푼 서비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마이쿤)
그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오래되긴 했지만, 아직 우리의 뉴미디어 환경에 맞게 진화할 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다고 봤다. 목소리를 통해 진솔한 감성을 전달하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라디오의 매력은 21세기에도 여전하고, 이를 현재 상황에 맞게 기술적으로 뒷받침시킬 필요가 있다는 발상이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처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이 라디오 매체에서도 매력적일 것으로 봤다. 최 대표는 “20대 젊은 층이 아프리카TV에 열광하는 만큼, 오디오 콘텐츠도 제대로 플랫폼이 갖춰진다면 그 매력을 알게 될 걸로 생각했다. 스푼 서비스는 그래서 문자 말고도 음성으로 댓글을 달면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스푼의 청취자들은 실시간 음성으로 라디오 방송을 하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주제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용자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도 제공한다. 찾고자 하는 오디오 콘텐츠들을 검색하고 저장할 수도 있다. 전방위 오디오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쌍방향 오디오 플랫폼은 왜 없었지?
최 대표는 “영화 ‘허(Her)’를 보다가 거기서 ‘따뜻하게 안아달라’는 뜻의 ‘스푼 미(spoon me)’라는 대사를 들었다. 따뜻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위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에게 스푼과 같은 오디오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서 개인 라디오 방송이 가능한 스푼 서비스. (사진=마이쿤)
당시 최 대표의 상황이 한 몫 거들었다. 스푼 이전에 마이쿤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던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 ‘만땅’을 중단한 상태였다. 최 대표는 동생인 최혁준 부대표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만땅 서비스에 올인했던 상황이었다.
“자기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항상 창업을 염두에 뒀다. 나는 이전 직장에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일을 했고, 동생은 영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했다. 배터리 공유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곤 개발과 영업 분야에서 쌓은 각자의 경험을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힘을 합쳐 마이쿤을 만들었다.”
그렇게 창업해 처음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이내 시들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최 대표는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누구에게든 털어놓고 싶었지만, 마땅히 그럴 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영화 ‘허’를 보았다. 음성을 통해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그렇게 나왔다.
스푼 서비스는 3월 정식으로 출시해 지금까지 가입자가 6만 명을 넘어섰다. 콘텐츠 건수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3만 건을 훌쩍 넘겼다. 매일 대략 200건 정도의 음성 콘텐츠들이 스푼 플랫폼을 통해 공유된다.
‘스낵 컬처’의 장점을 오디오에
현재 스푼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 사용자는 20대다. 콘텐츠 또한 재미있고 평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가 대부분이다. 최 대표는 팟캐스트와 스푼 콘텐츠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기존 팟캐스트에서는 ‘나꼼수’ 같은 정치나 시사가 메인이라면, 스푼에 정치 관련 카테고리가 없다. 물론 업로드에 제한은 없지만, 이용자들이 이와 관련한 콘텐츠들은 올리지 않는다. 전에 20대 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팟캐스트를 잘 안 듣게 되는 이유가 무거운 정치나 시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들은 스푼에서 공감이 될 만한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스푼 서비스의 스마트폰 플랫폼. (사진=마이쿤)
그리고 더 중요한 차이는 스푼에서 모바일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팟캐스트는 모바일로 청취만 할 수 있는 반면, 스푼은 버튼 하나로 실시간 방송이 가능하다. 손쉽게 음성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이를 인터넷 상에 바로 공유할 수 있다. 음성을 통해 좀 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장점이다.
“팟캐스트만 하더라도 실제 콘텐츠 생산과정이 간단치 않다. 방송을 들으면서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데도 제약이 있다. 스푼은 이를 기술적으로 지원한다. 그래서 쉽고 간편하다. 요즘 20대가 즐겁게 웃고 떠들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팟캐스트에 50분 남짓 러닝타임의 콘텐츠들이 주를 이룬다면, 스푼에는 5~10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들이 많다. 최근 ‘72초 TV’처럼 동영상 서비스 중에서도 스푼처럼 짧은 스낵 컬처 콘텐츠들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따뜻한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이제 스푼에서는 인디밴드들이 자기 음악을 소개하고, 성우들이 모여 짧은 라디오극을 연재하는 등 독특한 음성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사람들도 많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스푼 플랫폼을 통해 보다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우선 음성 콘텐츠를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는 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푼 서비스를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영상 기반 서비스는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는 사람들은 이용하기 힘들었던 반면, 오디오는 목소리만으로 가능해 부담이 덜한 장점도 있다.”
성공적으로 서비스가 안착한 만큼, 이제 조금씩 수익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방송하는 사람을 후원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유튜브처럼 방송을 올려 공유하면 광고료를 나눠 갖는 수익 모델도 적용할 생각이다.
▲모바일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마이쿤’ 식구들. (사진=마이쿤)
사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수익이 나기까지 많은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분야다. 그런데 국내 환경은 플랫폼이 무르익기까지 투자받기가 힘든 상황이다. 유튜브가 첫 수익을 내는 데 10년이 걸린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0년 동안 엄청난 돈을 투자해 긴 호흡으로 플랫폼을 키웠다. 그런 점에선 국내 카카오도 마찬가지였다.
최 대표는 오디오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에 힘든 여건 속에서도 개발을 지속했다. 서비스가 안착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씩 수익 모델을 적용하면서 외부 투자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음성은 켜놓고 다른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는 다른 작업을 하려면 영상을 정지시켜야 하는데, 오디오는 그렇지 않고 일상에 더 밀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보다 넓은 쓰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푼은 이런 특성에 맞춰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