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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최소의 집' 전시] 건축에서 ‘최소’의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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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0호 안창현⁄ 2016.07.01 17:43:24

▲이번 전시에선 김수영 건축가가 참여한 대전소년원 증축 프로젝트를 비주거 부문으로 소개했다. (사진=나승현)


(CNB저널=안창현 기자) 요즘 건축가들은 집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또 거주하는 장소로서 집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 이런 의문들에 답을 줄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바로 ‘최소의 집’ 기획 전시다. 2013년부터 같은 제목과 주제로 전시가 진행됐고, 이번 전시는 벌써 여섯 번째다.

‘최소의 집’ 전시를 기획한 정영한아키텍츠의 정영한 건축가는 애초 30인의 건축가들이 지은 다양한 주택을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매 전시마다 3명의 건축가가 참여해 기존 완공작 중 최소 규모의 주택 모델을 선보였다.

또 ‘최소’라는 주제에 대한 건축가 각자의 생각에 기초해 현실적으로 구축 가능한 새로운 주거 모델을 제시했다. 이렇게 2015년까지 5회에 걸쳐 전시가 진행됐으니, 이미 15명의 건축가가 참여했다. 전체 30인 전시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정 건축가는 “초기에 가졌던 기획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전시는 기금 후원을 받지 않았다. 참여 건축가 모두가 자발적으로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고민을 통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시 진행 방식 또한 ‘최소’라는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도 변함없이 ‘바우건축’의 권형표+김순주 건축가, ‘아파랏.체’의 이세웅+최연웅 건축가, ‘조성욱건축사사무소’의 조성욱 건축가 등 3팀이 참여했다.

▲‘바우건축’의 권형표+김순주 건축가가 설계한 제주도 ‘비안(b.Ahn)’. (사진=김수현)


바우건축은 서울 금천 ‘공공의 방’, 종로 ‘느린 날’ 등의 작업으로 도시의 공공 공간에 대해 연구하면서 건축에서 가구 및 제품 디자인까지 폭넓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도에 위치한 단독주택 ‘비안(b.Ahn)’을 선보였다.

비안은 영국 런던에서 주재원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내려와 귤밭과 함께 작은 농어촌 민박을 계획한 중년 부부를 위한 주택이다. 주변보다 적당히 낮은 높이로, 삼나무와 귤밭에 둘러싸인 대지는 전형적인 제주 중산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권형표, 김순주 건축가는 감귤 밭을 포함하는 넓은 대지에 상대적으로 작은 주택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필요한 기능을 최소 단위로 분절한 후 배치하는 방식으로 비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세웅, 최연웅 건축가는 아파랏.체 공동대표로, 건축 환경이 노출돼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명료하지만 시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들의 프로젝트 중 전시에서 소개한 인천 소재 ‘소래집’도 그렇다.

소래집은 문 하나, 창문 하나에 가구 몇 가지만 놓으면 적당할 크기의 방들이 거실이 되고, 식당이 되고, 침실이 됐다. 흘리는 면적 없이 알뜰하게 챙기려고 노력한 일상적인 방들이다. 단, 각 방들을 잇는 복도와 계단은 그에 비해 비일상적인 길이와 높이를 가졌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듯한 방과 뒤틀린 복도가 공존하는 셈이다. 건축가들은 이를 “복도와 계단은 일상의 생활공간 속에 자리 잡은 이질적인 집 속의 집”으로 소개하고 있다.

도시 속 삶의 질, 특히 주거환경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작업하는 조성욱건축사사무소의 조성욱 건축가 또한 대흥동의 주택 ‘하정가’를 선보였다. 그는 이미 판교주택 ‘무이동’의 독특한 주거형식 때문에 여러 언론이 조명한 바 있다.

▲‘아파랏.체’ 이세웅+최연웅 건축가의 인천 ‘소래집’. (사진=임준영)


이번 전시에서 특이한 점은 건축가들의 주택 작업뿐 아니라 전시 주제인 ‘최소’의 정의를 주거 부문 이외의 분야에서 제시해줄 초대 건축가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업은 숨비건축사사무소의 김수영 건축가가 참여한 대전소년원 증축 프로젝트다.

비주거 부문 프로젝트까지 선보여
“관객들과 ‘최소’ 가치 나눌 수 있으면”

김수영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곳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결 같은 답은 “밖에 나가는 것”이었다. 대전소년원의 운동장 공간은 그만큼 아이들에게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운동장에 나오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무더운 여름 햇볕이 내리쬐면 땀을 식힐 그늘조차 없었고, 밤 시간에 숙소에서 보이는 운동장은 어둡기만 했다.

그래서 김 건축가는 무언가로 가득 찬 운동장 만들기를 프로젝트의 목표로 정했다. 운동하는 공간뿐 아니라 야외 수업도 하고, 수업에서 생산한 결과물들을 전시하면 좋을 것 같았다. 특별한 날에는 공연 무대도 될 수 있고, 평상시엔 여기서 이야기꽃을 피울 공간의 기획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늘 그렇듯 최소의 시간과 비용이 주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5개의 배드민턴장이 들어설 정도 넓이의 공간을 다양한 목적이 가능하도록 무언가로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주어진 몇 가지 조건을 토대로 바닥과 천정에 최소의 영역을 설정해 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김 건축가는 설명했다.

▲‘조성욱건축사사무소’의 조성욱 건축가가 선보인 대흥동의 ‘하정가’. (사진=조성욱건축사사무소)


이번 전시는 지난 다섯 번째 전시와 같이 부제를 ‘타인의 시선’으로 정했다.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의 ‘삶의 최소주의’라는 글에서 딴 부제다. 정영한 건축가는 “이번에는 ‘타인’을 전시를 보는 불특정 다수로 생각했다. 그래서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이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전시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각자의 ‘최소’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들을 나눌 수 있게 전시장 내에 ‘공유의 벽’을 설치했다. 이 벽면에 관객들은 자유롭게 각자가 생각하는 ‘최소의 집’에 대한 글을 포스트잇으로 붙이고, 다양한 이미지들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정 건축가는 “기획자뿐 아니라 참여 건축가, 큐레이터, 코디네이터 그리고 장소 후원을 해주신 모든 분들의 고민과 노력, 주변의 진심어린 조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열 번째 전시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최소의 집’ 여섯 번째 전시는 서촌 온 그라운드에서 7월 한 달 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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