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어뮤즈트래블] "장애인 위한 여행으로 시장성 확보"
▲‘장애인을 위한 에어비앤비’를 꿈꾸는 어뮤즈트래블이 6월 17일 중국 진출을 위한 ‘셀 데모데이’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어뮤즈트래블)
(CNB저널=안창현 기자)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6월 17일 ‘셀 데모데이(cel Demoday)’가 열렸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다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행사였다. 중국 투자기관을 포함해 40여 개의 벤처캐피털(VC), 300여 명의 관람객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 중 유독 눈길을 끄는 회사가 있었다. 바로 ‘어뮤즈트래블(amuse travel)’이다.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플랫폼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모델로 제공하는 회사다. 어뮤즈트래블의 오서연 대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오프라인 여행상품과 온라인 플랫폼, 여행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일반인과 장애인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어뮤즈트래블이 관심을 끈 이유는 ‘장애인 여행’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가 아니라 영리 기업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오 대표는 어뮤즈트래블이 영리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장애인 관광객의 시장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소위 ‘착한 기업’이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수익 모델을 적극적으로 찾는 데 힘을 쏟았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에는 충성 고객의 힘이 컸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 영역에 시장이 한 번 형성되면, 일반인보다 더 큰 충성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관광 시장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큰 시장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 (사진=안창현 기자)
우리나라도 장애인에게 문화바우처를 통해 일부 여행경비를 지원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해외여행까지 지원하며 보편화하는 추세다. 오 대표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장애인 여행 시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그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선 해외 장애인 관광객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이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기반시설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도 높다고 할 수 없다.”
잘 갖춰진 관광 인프라와 그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장애인 관광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내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의 유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또 이런 서비스는 복지관광이나 실버관광 등 향후 관광 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에도 유리했다.
“기부나 후원보다는 자연스런 소비문화로”
사실 오 대표가 장애인 관광 사업에서 유독 수익 모델이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는 속내는 이렇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나 일회적인 후원으로는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 관련 이슈를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우리의 자연스런 소비구조 속에서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평소 우리의 생활 패턴으로 자연스럽게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시설에 대한 필요성도, 이것만 따로 생각할 때보다 관광 시장 등 다른 영역에서 다시 접근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
어뮤즈트래블의 구성원들은 모두 최소 5년에서 10년 가까이 장애인 봉사활동을 현장에서 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 오 대표 역시 2002년부터 종교 단체와 함께 해외 봉사를 다니는 등 열심히 활동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어뮤즈트래블을 알리는 행사 부스에서 관람객이 체험을 해보고 있다. (사진=어뮤즈트래블)
▲어뮤즈트래블은 공유경제 모델로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플랫폼을 제공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어뮤즈트래블)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의 형이 장애인이었다. 그런데 형이 평소 너무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인처럼 여행을 다녀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하루는 형이 ‘이렇게 매주 찾아와서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장애인 여행 같은 사업을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로 들렸다.”
장애인 여행을 기획하면서 이들의 애로사항을 조사해본 결과, 국내 관광지와 숙박시설의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장애인 입장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유익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했다.
‘장애인 여행’ 위한 성공적인 솔루션
어뮤즈트래블은 이런 점들에 착안해 장애인 여행을 위한 소셜 플랫폼을 구현했다. 에어비앤비처럼 여행자와 현지인을 매개할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하나하나 채워나갔다. 국내외의 현지 호스트가 장애인에게 여행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관광 코스와 시설에 대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도록 했다.
“아무래도 여행지 사정은 그곳 현지인이 제일 잘 안다. 장애인 여행은 특히 여행 코스나 시간 배분 등의 계획을 장애인 입장에서 짜는 것이 중요한데,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그런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행사장 부스의 어뮤즈트래블 구성원들. (사진=어뮤즈트래블)
현실적인 제약이 없지는 않지만, 각 지역의 장애인 기관이나 자립센터들과 교류를 늘려나가려는 노력 또한 이런 맥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직접 현지를 방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뮤즈트래블은 초기에 인건비 대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애인들을 위한 소규모 여행을 진행하면서 자체적으로 현지 정보와 콘텐츠들을 늘려나갔다.
오 대표는 “이제 관광 시장도 콘텐츠 싸움이 될 것이다. 장애인 여행도 콘텐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콘텐츠는 당연히 사용자들의 관점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모두가 즐겁고 모두가 함께 한다’는 어뮤즈트래블의 모토처럼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