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최근 열린 두 제작발표회 현장이 취재 열기로 후끈후끈했다. 뮤지컬 ‘페스트’와 ‘도리안 그레이’가 하반기 개막을 앞두고 미리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아직 베일에 싸인 점이 더 많은 작품들이라 국내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ART 1. 스타 배우 대결
‘페스트’ 뮤지컬+연예 스타 vs ‘도리안’ 김준수-박은태 브로맨스
두 작품은 국내 첫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도 같다. ‘페스트’는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문호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그리고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새롭게 각색했다. 소설 원작 이야기가 어떻게 무대 위에 구현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또 관심을 모은 부분이 있다. 스타 배우의 출연이다.
‘페스트’는 뮤지컬계와 연예계의 조화를 이룬 캐스팅이 특징이다. 우선 김다현, 박은석, 김도현, 윤형렬, 김수용, 조휘, 조형균이 뮤지컬계의 대표 주자로 캐스팅됐다. 뮤지컬계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간판급 배우부터 대학로의 황태자로 불리는 조형균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모였다.
또한 다양한 연예계 배우들이 포진했다. 국민아이돌 god의 손호영을 비롯해 아이돌그룹 피에스타의 린지, 보이프렌드의 정민, 그리고 배우 황석정, 신예 박준희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아이돌과 연기력을 검증 받은 스타들이 모였다. 뮤지컬 ‘페스트’의 책임 프로듀서인 송경옥 이사는 “작품 속 캐릭터에 완벽하게 부합하고 작품 자체에 애정과 열의를 가진 배우 캐스팅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무대에 서는 손호영은 “부담이 되긴 했지만, 정말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뮤지컬이라는 걸 느꼈다. 연습하면서도 더욱 즐겁게 작품에 몰입 중”이라고 말했다.
‘도리안 그레이’는 뮤지컬 스타들에 캐스팅이 집중했다.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이 원캐스트로 발탁됐다. 현재 뮤지컬계 티켓 파워 최강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김준수는 “이전에 영화 ‘도리안 그레이’를 본 적이 있다. 당시에 굉장히 파격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후 뮤지컬화 소식을 듣고 도리안 그레이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때마침 기회가 잘 맞아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은태 또한 “작품 의뢰가 들어왔을 때 많이 고민 않고 결정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뮤지컬계에 새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고 밝혔다.
또한 ‘도리안 그레이’를 통해 ‘엘리자벳’ 이후 3년 만에 김준수와 박은태의 브로맨스(brother와 romance의 합성어로 남성 간의 애틋한 감정 또는 관계)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당시 김준수는 여왕 엘리자벳을 유혹하는 매혹적인 죽음 캐릭터, 박은태는 엘리자벳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는 루케니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또한 둘은 ‘모차르트!’에도 함께 출연했다.
김준수는 “처음에 뮤지컬에 입문했을 때 ‘모차르트!’에서 같은 모차르트 역으로 박은태와 함께 출연했다. 뮤지컬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지 못해 도움이 절실했을 때 박은태가 동생에 대하듯 따뜻하게 많은 도움을 줬다. 그때부터 좋아하는 형이자 배우였는데, 이후 ‘엘리자벳’에서 함께 무대에 서서 짜릿했다”며 “그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이번에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기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은태는 “김준수와는 ‘엘리자벳’ 이후 무대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도리안 그레이’에서 둘이 재미있게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기대된다”며 “참고로 나는 극 중 김준수를 타락시키는 역할”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또 이들 호흡의 중심에 최재웅이 있다. 그는 “극 중 김준수와 박은태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역할인데, 박은태와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어서 편하고, 김준수와는 이번 처음 봤는데 많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PART 2. 스태프 구성
노우성 연출 vs 이지나 연출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구성에 있어서도 두 뮤지컬이 어떻게 연출될지 관심을 받고 있다. ‘페스트’는 작품에 대한 논의 끝에 기존 박칼린 연출에서 노우성 연출로 변경했다.
노 연출은 지난해 중년 여성들의 성(性)에 대한 당당한 고백을 다룬 ‘쿠거’를 유쾌하고 발칙하게 내놔 눈길을 끈 바 있다. 올해는 ‘에드거 앨런 포’에서 중압감 있는 연출을 선보였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셜록홈즈’ 시리즈에서는 무대에 영상과 조명을 적절히 어우르며 추리 과정을 따라가는 독특한 연출을 보여줬다. 이밖에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마녀사냥’ 등의 연출을 맡았고,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극본상, 제6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연출상·극본상·작사작곡상, 제1회 예그린어워드에서 연출상·극본상을 수상했다.
이번 ‘페스트’의 연출 주안점으로는 “두 아티스트를 잘 만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노 연출은 “처음 이 공연 연출 제안을 받고, 알베르 카뮈라는 작가와 서태지라는 아티스트의 예술을 잘 만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출로서, 예술적인 방향은 뒤로 하고, 두 아티스트가 뮤지컬 안에서 자연스럽게, 또 운명적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 작업에 제일 오래 집중했다”고 말했다. 노 연출의 말에 따르면 극의 시대적 배경은 원작과 달리 가까운 미래로 설정됐다.
그는 이어 “저항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적당히 행복하게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극에서 다룬다. 또 이 과정이 서태지의 음악과 표현되는데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노 연출과 더불어 ‘쿠거’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셜록홈즈: 블러디게임’ 등에 참여한 김은정과 ‘에드거 앨런 포’ 등에 참여한 노우진이 대본을 맡는다. 그리고 ‘마마돈크라이’ ‘지구를 지켜라’ ‘미녀는 괴로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뮤지컬을 비롯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OST, 그리고 서태지와 이소라 등 인기 가수들 음반 작업에도 참여한 김성수 음악감독이 편곡을 맡았다. ‘에드거 앨런 포’와 ‘셜록홈즈’를 통해 노 연출과 호흡을 보여준 바 있는 박지선은 안무감독으로서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리안 그레이’는 이지나 연출을 중심으로 스태프가 구성됐다. 이 연출은 2001년 뮤지컬 ‘록키호려쇼’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했다. ‘그리스’ ‘헤드윅’ ‘라카지’에 이어 ‘서편제’ ‘광화문연가’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라이선스와 창작을 오가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해석을 선보여 왔다. 화려한 듯 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무대 연출이 그의 특징이다.
뮤지컬뿐 아니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거미여인의 키스’ 등 파격적이고 과감한 연극 연출을 맡기도 했다. 2015년에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3인극 창작 뮤지컬 ‘더 데빌’에서 연출 및 작사를 맡아 이지혜 작곡가와 함께 제9회 더뮤지컬어워즈 작곡작사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제5회 더뮤지컬어워즈 연출상,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 수상 등의 기록이 있다.
‘도리안 그레이’ 연출의 주안점은 메시지 전달과 이해다. 이 연출은 “라이선스가 없는 작품이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뮤지컬 본고장인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도 ‘도리안 그레이’ 뮤지컬이 나온 적이 없다. 작품이 표현하기 굉장히 어렵고 무겁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몇몇 프로듀서들이 시도를 했다가 작품의 어려움으로 잘 추진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어려운 작품의 결을 유지하며 원작자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유지하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소재로 가다보면 다 비슷해지고 다양성을 잃는다. 그래서 어렵고 무거운 작품들도 창작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뮤지컬은 쇼비즈니스이기에 작품성이 좋아도 흥행이 되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래서 이 작품에 고민이 많았는데, 배우와 스태프 진 등 조건이 잘 갖춰져 있었다. 소신껏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며 “창작 작품에 사람들이 잘 도전하지 않는데, 흔쾌히 이 길을 택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좋은 작품이 오를 걸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기에 ‘레미제라블’ ‘맨오브라만차’ ‘맘마미아’ ‘데스노트’ 등 굵직굵직한 대형 공연 작업에 참여해온 김문정이 작곡을 맡고, 뮤지컬 연출가이자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조용신이 대본을 맡았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작품 자체가 주는 정서가 굉장히 어둡고 비정상적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괴로운 시간도 있었지만, 배우들과 함께 연습을 해나가면서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법을 찾아 매진하고 있다. 노래가 캐릭터를 완성하고, 또 캐릭터는 노래를 통해 완성되는 그런 조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주안점을 밝혔다.
조용신 예술감독은 ‘도리안 그레이’가 본격적으로 공연화 되기 전 2013년 워크숍에서 이미 이 공연의 초창기 상황을 맛본 바 있다. 그는 “소극장에서 배우의 연기와 대사가 주로 드라마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엔 대극장에 맞는 언어로 새롭게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짧고 굵은 내면 연기가 필요하고, 워크숍 때 없었던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주변 관계성도 깊어졌다. 새로운 공연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PART 3. 마케팅 방식
서태지 뮤지컬 vs 뮤지컬 스타 발굴
‘페스트’는 제목보다 많이 불린 이름이 있다. 바로 ‘서태지 뮤지컬’이다. ‘페스트’의 스토리는 서태지와 동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시대, 원인불명의 불치병이 사라진 지 오래인 첨단도시 오랑에서 수백 년 전 창궐했던 페스트가 발병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펼쳐진다. 생각지 못한 재앙 앞에 시스템이 제공하는 풍요 속에서만 살아온 시민들과 완벽하게만 보였던 도시는 대혼란을 겪는다. 그 속에서 페스트에 대항해 살아남기 위한 천태만상의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스토리가 서태지의 음악과 어우러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90년대에 '문화 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는 한국대중문화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내년 데뷔 25주년을 맞는 그는 한국 대중음악을 논할 때 항상 거론되며, 15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 대한민국 100대 명반 최다 선정 등 수많은 기록을 보유했다.
‘페스트’는 힙합, 메탈, 펑크, 록, 발라드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을 지닌 서태지 음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뮤지컬 넘버로 선택된 첫 곡은 서태지와 아이들 3집에 수록된 ‘영원’이다. 극 중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그리워하며 부른다. 이밖에 ‘환상속의 그대’ ‘죽음의 늪’ ‘슬픈아픔’ ‘시대유감’ 등 서태지의 초창기 음악부터, ‘라이브 와이어(Live Wire)’ ‘코마(Coma)’ ‘테이크 파이브(Take Five)’ 등 솔로 앨범에 실린 곡까지 20여 곡의 노래들로 구성된다.
김민석 기획제작총괄은 제작발표회에서 “서태지의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2007년인데, 당시엔 막연한 생각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서태지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본인이 뮤지컬이라는 분야를 잘 몰라 편곡과 대본에 대해 가장 의아해했다. 그래도 노우성 연출과 원작소설 ‘페스트’를 만나고 이야기를 거치면서 점점 마음에 들어했다. 확신이 든다고 판단했을 때 뮤지컬 제작을 결심했다”고 ‘서태지 뮤지컬’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이어 “편곡과 이야기가 해결된 뒤 지금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선에서 (서태지가)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스트’가 대형 스타의 타이틀을 달았다면 ‘도리안 그레이’는 이번 공연을 통해 새로운 뮤지컬 스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도리안 그레이’는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엔 도리안 그레이의 첫사랑인 시빌 베인이 등장한다. 이 역할에 맞는 배우를 뽑기 위해 오디션을 거쳤고 400대 1의 경쟁을 거쳐 신예 배우 홍서영이 캐스팅됐다.
홍서영은 “도리안 그레이의 첫사랑이자 첫 파멸의 대상을 맡았다. 인기가 많은 매력적인 여성이다. 캐릭터와 작품을 보고 주저 않고 지원했다. 내가 이 공연을 선택했기보다는 선택을 받은 입장이다. 최선을 다해 공연에 누가 되지 않으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나 연출은 홍서영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 연출은 “400명이 지원한 가운데, 일단은 외형적인 부분도 봤다. 원작 소설에서 묘사된 외모가 있었기에, 이 부분이 많이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서영은 소녀 특유의 발랄함과 천진난만함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때 김문정 감독이 제시한 곡에서 가장 적합하게 노래를 잘 해냈다. 홍서영의 합격에 이견이 없었다. 이번에 '신인 여배우 한 명이 꽃피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있다. 추후 몇 년 안에 쉽게 캐스팅하기 힘든 스타 계열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ART 4. 선발과 후발의 정면대결은 9월에
두 뮤지컬 중 ‘페스트’가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LG아트센터에서 7월 22일~9월 30일 공연된다. 이후 ‘도리안 그레이’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9월 3일~10월 29일 공연된다. 두 공연의 본격 맞대결은 9월에 성사된다.
첫 스타트를 먼저 끊은 ‘페스트’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또 후발 주자 ‘도리안 그레이’는 그 관심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페스트’의 경우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 30~40대에게는 서태지가 그야말로 문화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뮤지컬의 주요 소비층 중 하나인 20대 관객에게는 서태지, 그리고 서태지의 음악이 생소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과연 ‘서태지 효과에만 기댈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송경욱 프로듀서는 “관객들 중 (서태지의 곡을) 안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들은 후에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곡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굉장히 대중적인 음악과 마니아적인 음악 세계를 동시에 지녔다. 서태지 음악의 이런 다양성이 뮤지컬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관심을 받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연 배우인 윤형렬은 “서태지 음악을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영광이자 부담이었다. 하지만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노래에 담긴 정서를 어떻게 담아 들려주느냐가 이 공연이 내게 준 숙제이자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화제성에만 기대지 않고, 공연 자체가 탄탄히 구성돼야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페스트’는 초반 화제몰이에는 성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작사 스포트라이트에 따르면 서태지가 7월 27일 ‘페스트’ 관람 차 공연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든든한 지원자이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도리안 그레이’는 씨제스컬쳐가 야심차게 준비한 두 번째 뮤지컬이다. 씨제스컬쳐는 2015년 ‘데스노트’ 한국 초연을 선보이며 뮤지컬계에 본격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공연에서는 ‘데스노트’ 만화 원작의 힘과 홍광호, 정선아, 김준수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원캐스트 열연으로 전 회차가 매진되는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엔 라이선스가 아닌 창작 뮤지컬 도전에 나선다.
앞선 제작발표회의 상황을 보면 ‘도리안 그레이’는 가볍고 발랄하기보다는, 어둡고 진중한 작품이다. 이지나 연출의 말처럼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르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준수라는 스타 배우가 출연하기는 하지만, 먼저 나서는 ‘페스트’처럼 공연 자체의 힘이 발휘돼야 배우가 비로소 무대에서 빛나는 법. 본격 연습 과정에 들어간 배우들과 스태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이밖에 새로 시도되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도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해외 로케로 촬영한 영상을 무대 전반의 연출에 활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5월 체코 플로스코비체로 떠난 제작진은 현지 비주얼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작품의 배경인 19세기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을 담았다. 각 배우들의 주요 장면을 영화적으로 연출해 극의 스토리텔링 요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무대에서 영상이 화려함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효과적으로 쓰였다면, ‘도리안 그레이’는 영화 영상과 같은 화면이 무대 위에 재현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이지나 연출은 “영화는 영화고 뮤지컬은 뮤지컬이다. 영화 같은 영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너무 영상에 기대면 '저럴 거면 영화로 찍는 게 낫겠다'는, '어설프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영상에만 포커스를 두는 게 아니라, 무대 연출에 전반적으로 신경 쓰려 한다. 기존 뮤지컬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개성 있는 영상 디자인이 아니라, 실사 영상이 들어왔을 때의 상황을 극복해보려 한다. 좋은 결과를 낼지 아닐지는 솔직히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의 음악, 무용, 연기를 통틀어 원작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뮤지컬은 국내 첫선을 앞두고 각자의 화제성과 동시에 부담감을 안고 있다. 성공적인 정착으로 추후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개막의 순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