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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젊은 건축가상 ① stpmj] “건축의 가능성 넓히는 작업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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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2호 안창현⁄ 2016.07.15 17:48:07

▲경북 예천에 위치한 목조주택 ‘시어 하우스(Shear House)’. (사진=배지훈)


(CNB저널=안창현 기자)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상’은 우리 건축문화를 선도할 젊은 건축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2008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다. 새건축사협의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에서 공동 주관한다.

올해는 모두 3팀 5명의 건축가가 수상했다. 이승택+임미정 건축가팀, 김현석 건축가, 신민재+안기현 건축가팀이 수상의 주인공이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날카로운 현실 인식으로 젊은 건축가다운 치열함을 보였다는 평가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자들을 선정하는 일이 후보들 간의 상대적인 우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건축가상이 조명해야 할 지금 여기 건축의 흥미로운 단면들을 이들 작업을 통해 드러내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수상자들의 실제 작업은 어떨지 궁금했다.

한국의 젊고 주목할 만한 건축가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간 어떤 작업들을 해왔을까? 이들의 건축을 살펴보면 향후 우리 건축문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자신들의 작업을 건축 재료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건축사무소 stpmj의 이승택, 임미정 건축가를 만났다.

stpmj 이승택, 임미정 부부 건축가
“흔한 재료를 새롭게 구축하는 재능” 평가

▲stpmj의 임미정(왼쪽), 이승택 건축가. (사진=새건축사협의회)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stpmj는 지난 1월 미국건축사협회(AIA)가 주관하는 뉴욕신진건축가상(New Practices New York 2016)을 수상했다. 2006년부터 격년으로 수상하는 뉴욕신진건축가상은 미국건축사협회 실무자들의 심사를 거쳐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우수한 실무 전략을 활용하는 건축가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얼마 전엔 근작 ‘시어 하우스(Shear House)’로 2016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최근 젊은 건축가상까지 더해 여러 가지로 상복이 많은 팀이다.

젊은 건축가상 심사위원들은 이들의 작업에 대해 “건축을 구축하는 기본적인 재료와 물성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을 토대로 이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건축 도구로 만들어내는 태도와 재능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공미술의 성격을 띤 일련의 설치작업뿐 아니라 작지만 강한 인상을 준 목조주택, 콘크리트를 독특하게 활용한 주택 프로젝트까지 이들의 작업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새롭게 해석하고 건축적으로 새롭게 구축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서울과 뉴욕 오가며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2015년 3월 서울에 사무소를 열기 전 이승택, 임미정 건축가 부부는 stpmj로 뉴욕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부부는 미국 현지의 서로 다른 건축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는데, 낮에는 각자 일을 하고 저녁부터 stpmj 팀으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stpmj란 독특한 팀명은 자신들이 건축을 하면서 추구할 가치를 나타낸다고 했다. 이승택 건축가는 “speculative(사색적인), trailblazing(진취적인), playful(유희적인), materialized(물질적인), judicious(분별력 있는) 단어의 앞 글자를 땄다. 우리 작업의 성향을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단순하게 우리 이름, 승택(st)과 미정(mj)을 더했다고(plus)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젊은 건축가상은 stpmj에게 그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임미정 건축가는 “심사 과정에서 건축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업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시간이 있다. 일관된 관점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어 우리는 건축 재료를 중심으로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정리했다. 주제가 ‘머티리얼 오디세이(Material Odyssey)’였다”고 말했다.

▲파빌리온 설치 ‘드리프트(Drift)’의 계획안. (사진=stpmj)


두 건축가는 임시 설치물인 파빌리온 작업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이때 풍선, 스프링, 거울 등 좀처럼 보기 힘든 재료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가령, 이들의 파빌리온 설치물인 ‘드리프트(Drift)’에서는 지붕을 대신해 여러 개의 풍선을 활용했다.

“미국 켄터키 주의 루이빌에서 증기선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있었다. 이 축제에 사용할 파빌리온 건축물을 공모한 적이 있는데, 이때 당선돼 제작한 것이 드리프트다. 축제의 취지 등을 고려해 풍선을 재료로 적극 활용했다”고 이 건축가는 말했다.

증기선이 공기의 흐름을 이용한 발명품이라는 데 착안했고, 이를 시각화할 수 있는 풍선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건축 구조물에 풍선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재료지만, 드리프트에선 여러 가지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당시 디자인뿐 아니라 제작 과정도 생각해야 했는데, 이때 풍선이 유용했다. 구조물을 제작해서 행사장으로 옮기고, 축제가 끝나면 이를 해체하는 과정까지 고려했다. 목재 같은 전통적인 재료는 설치하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침 축제 기간이 2주였고, 풍선에 헬륨 가스를 넣으면 2주 정도 모양을 유지해 편했다.”

사라지는 건축물 ‘인비저블 반’ 주목 받아

stpmj가 독특하게 재료를 활용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초청 받아 제작한 ‘신에스테틱 센스(Synaesthetic Sense)’에선 스프링을 활용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하버드 학생 그룹인 GSD가 초청받았을 때 이승택, 임미정 건축가는 이 그룹을 이끈 멤버였다.

당시 GSD는 담양의 소쇄원을 재해석해 새롭게 휴식의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 섹션에 초청됐다. 지금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비롯해 황지우 시인, 황인용 아나운서 등 많은 유명 인사가 이 전시에 참여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건축가는 “우리는 소쇄원의 대나무 숲을 건축적으로 디자인하는 작업을 했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한 칸 공간에서 소쇄원의 대나무가 가지는 특징을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 여기서 대나무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긴장감, 움직임, 소리 등을 드러내는 데 스프링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2m 남짓한 정방형 공간에 길이가 서로 다른 스프링들을 연결했다. 형태상으로 대나무가 빽빽이 늘어선 것 같이 보이게 설계했다. 길이가 다른 스프링들은 팽팽하게 늘어난 정도가 저마다 달라 묘한 긴장감을 연출했고, 부딪치며 내는 소리도 조금씩 달랐다. 대나무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인공적인 스프링을 통해 재현해낸 셈이다.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신에스테틱 센스(Synaesthetic Sense)’. (사진=stpmj)

▲stpmj의 ‘인비저블 반(Invisible Barn)’은 구조물 외관을 반사 필름으로 둘러싸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stpmj)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사용할 재료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새롭게 적용할 실험들을 해왔다. 드리프트나 GSD의 작업 등 재밌는 작업들이 많았다. 우리 프로젝트 중 비슷한 맥락에서 ‘인비저블 반(Invisible Barn)’도 잘 알려진 프로젝트”라고 임 건축가는 덧붙였다.

사실 stpmj의 작업이 유명해진 것은 인비저블 반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부터였다. 이 프로젝트도 미국의 한 설계 공모를 계기로 진행됐는데, 처음엔 실제 제작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14년 즈음 인터넷과 방송 등에 조금씩 소개되면서 이슈가 됐고, 이듬해 제작할 기회를 얻었다.

이 프로젝트가 대중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구조물의 독특한 외형 때문이었다. 인비저블 반은 단순한 형태의 지붕 있는 집 모양을 하고 있지만, stpmj는 집 외면을 거울과 같은 필름을 사용해 덮었다. 그래서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고 주변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인비저블 반이 위치한 장소는 숲이 우거진 곳이다. 건축가는 항상 무언가를 짓는 사람인데, 문득 이렇게 풍성한 자연이 있는데 여기에 무얼 더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 안에서 건물이 사라지는 인비저블 반을 떠올렸다. 주변을 반사하는 필름을 붙여 숲과 나무가 집에 그대로 투영되면서 마치 하나인 것처럼 설계했다.”

여러 곳에서 실물로 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결국 UC 버클리 대학과 협력해 인비저블 반을 제작했다. “시각적으로 구조물이 주변에서 사라지는 형태였기 때문에 새나 사슴이 와서 부딪히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다. 환경단체들과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사람 눈엔 구별되지 않지만, 동물들은 구조물에 반사되는 자외선을 구분할 수 있도록 특수한 필름을 사용했다.”

목재, 콘크리트 등 인상적으로 활용해

인비저블 반은 건축과 자연의 관계를 다룬 친환경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건축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필름을 사용해 관심을 끌었다. stpmj는 그간 이런 작업들을 통해 재료의 관점에서 다양한 건축 실험을 진행해왔다.

▲stpmj는 ‘시어 하우스’에서 지붕을 살짝 비틀어 양쪽으로 처마와 테라스를 만들었다. (사진=배지훈)


그럼, stpmj의 이런 실험들이 앞으로 건축 설계에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들이 최근 경북 예천에 완공한 ‘시어 하우스(Shear House)’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어 하우스는 일반적으로 집 하면 우리가 연상하는 단순한 모습이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모습에 낯선 느낌마저 받는다.

이 건축가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디자인으로 집을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어 하우스는 지붕까지 목재만 사용했다. 보통 목조주택이라고 해도 100% 목재를 사용하진 않는다. 특히 지붕은 다른 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어 하우스는 외장재로 목재만 사용했다.”

시어 하우스에 사용한 목재는 나무를 고온으로 쪄서 건조한 탄화목이라고 한다. 뒤틀림이나 온도 변화에 강한 열처리 목재라서 지붕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목구조 형태여서 구조 검토를 받는 것도 힘들고, 처음엔 시공사 쪽 반대도 있었지만, 목재로 외관을 통일한 시어 하우스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무로 인해 담백하고 따뜻한 느낌을 줬고,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가 더욱 강조된 모습이었다.

재밌는 점은 이렇게 집을 하나의 덩어리로 단순화해도 전체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역시 지붕 때문이다. 같은 탄화목을 사용했지만, 시어 하우스 지붕은 살짝 틀어져 있다.

“지붕의 위치를 집에서 살짝 어긋나게 설계했다. 단지 멋을 낸 것이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 그렇게 했다. 지붕 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과 뒤 모양이 서로 다른데, 뒤쪽 지붕이 앞으로 살짝 나와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쪽에는 처마가, 다른 쪽에는 야외 테라스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노출 콘크리트를 독특하게 사용할 ‘스트라툼 하우스(Stratum House)’의 모형. (사진=stpmj)


‘도발적 리얼리즘’의 건축 세계

단순한 형태에 작은 변화로 줘 유용한 구조와 색다른 분위기 연출에 성공했다. 시어 하우스가 단일한 목재를 이용해 단아한 주택 집을 설계한 경우라면, 이번 여름에 착공하는 ‘스트라툼 하우스(Stratum House)’에서 stpmj는 콘크리트를 건축 재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시멘트 회사 임원이었던 분이 건축주다. 먼저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해 집을 짓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는데, 콘크리트를 좀 다르게 쓴다. 조금씩 다른 콘크리트 조합을 층층이 쌓으면서 디자인적으로도 좋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게 작업할 예정이다.”

stpmj의 이승택, 임미정 건축가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업이 재료의 측면에만 국한해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건축가는 주어진 현실 안에서 건축의 다양한 요소가 가진 가능성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도발적 리얼리즘(provocative realism)’이란 말로 표현했다. 재료는 이 다양한 건축 요소들 중 하나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에 건축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stpmj가 주어진 현실을 창의적인 발판 삼아 보여줄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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