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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자기나라에서 난민 된 사람들 위한 집

난민 된 사람-동식물 위해 건축은 뭘 할수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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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2호 안창현⁄ 2016.07.15 17:36:54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1층에서 8월 7일까지 진행하는 ‘뉴 셸터(New Shelters) 전시 모습. (사진=안창현 기자)


(CNB저널=안창현 기자) 지난해까지 전 세계 6천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타지로 내몰렸다. 이 중 시리아는 전체 인구 절반이 난민이다. 유럽에서는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난민 문제가 긴급하고 절박한 사회 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난민의 행렬은 한국에선 어떤가.

언뜻 한국은 난민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나 미국 일부 지역의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국내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그리고 580명 정도만이 난민 자격을 인정받았다. 난민 신청자 중 불과 4%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도 결코 전 세계적인 난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청년 난민’ ‘주거 난민’ 등의 신조어가 통용되는 걸 보면 난민 문제는 외국인 난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삶의 조건까지 돌아보게 하는 현상이다. 난민이나 이주민, 노숙인 등 집 잃고 떠도는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우리 모두 ‘잠재적 난민’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8월 7일까지 진행하는 두 전시 ‘뉴 셸터(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과 ‘홈리스의 도시’는 이 난민과 주거 문제를 다룬다. 건축가와 미술작가, 연구자, 활동가 등 다양한 그룹이 모여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들 전시는 우리 모두가 처한 지금 여기의 현실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건축·미술의 사회적 역할 고민한
‘뉴 셸터’ ‘홈리스의 도시’展

아르코미술관 1층에서 볼 수 있는 ‘뉴 셸터: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은 국내 난민의 열악한 현실을 살피고, 이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환기하는 건축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정림건축문화재단은 “난민을 위해 건축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할에 집중해서 난민 주거 공동체로서 ‘뉴 셸터(New Shelters, 새로운 임시거처)’를 제시하고자 했다. 그래서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기존 난민 셸터는 적은 비용으로 제작과 공급이 가능한 저가의 경량 구조물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셸터는 난민들의 저마다 다른 문화적 배경, 정착촌의 환경적 특성 등을 담아낼 수 없는 획일적 구조물이란 한계가 있다. 특히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한 한국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

▲김찬중, 김경옥, 박진숙의 ‘빅데이터 셸터링(Big Data Sheltering)’, 영상 설치, 2016.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전시는 난민의 의미를 확장해 낯선 곳에 정착해야 할 상황에 처한 이주민, 탈북자 등까지 수용자를 중심에 놓는 건축적 고민을 보여줬다. 난민의 문화적 배경을 조사하고, 동아시아와 한국의 난민 거주 환경을 연구한 결과를 구체적인 작품으로 선보였다.

정림건축문화재단 박성태 이사는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이란 전시 부제를 가지고 있지만, 딱딱한 구축적 작업을 선보이지는 않는다.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과 협업 파트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사회에서 밀려간 존재들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했다. 소수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된 세상에 새로운 거처를 상상해보고,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이들끼리의 연대를 제안하려 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약자: 난민, 이주민, 탈북인

먼저 ‘뉴 셸터’ 전시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난민 문제가 얼마나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연관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건축가들 외에 빅데이터 전문가, 난민인권 활동가, 동물보호 시민단체, 조경사, 문화인류학자, 군사안보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자들이 참여했다.

더시스템랩의 김찬중 건축가는 김경옥 빅데이터 전문가, 박진숙 난민인권활동가와 함께 ‘빅데이터 셸터링(Big Data Sheltering)’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난민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의 위치기반 데이트를 수집-분석해 각자에게 맞는 지역과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했다.

지금도 많은 난민이 전쟁, 재해, 박해 등으로 고국을 탈출해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낯선 나라로 온다. 이들이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과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난민촌과 같은 격리 조치는 현지 사회와의 융화 가능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

‘빅데이터 셸터링’은 난민의 일상적인 데이터를 일정 기간 수집하고 분석해 난민 개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지역 사회를 매칭하고, 그들이 사회에 좀 더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SoA(강예린, 이재원, 이치훈)와 문화인류학자 김현미 교수가 협업한 ‘다시-정착(Re-Settling)’. (사진=안창현 기자)


이주민, 특히 농촌 지역 여성 이주민들의 주거와 거주 공간을 살피는 작업 ‘다시-정착(Re-Settling)’은 SoA(강예린, 이재원, 이치훈) 건축팀과 문화인류학자 김현미 교수의 협업 결과다. 난민 신청자는 최종적으로 난민의 지위를 획득할 때까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영종도 난민지원센터 같은 공간에서 길고 지난한 법적 절차를 밝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난민들은 사회적 관계가 끊기고 고립된다.

‘다시-정착’은 이주노동자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고용허가제가 허락하는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난민처럼 고립되기 쉽다. 특히 농촌에선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집은 없다. 작품은 한국 농촌의 인력을 대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 일터 옆의 또 다른 비닐하우스 창고에 살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난민 둘러싼 다양한 분야와 협업에 눈길

건축가 황두진과 양욱 군사안보 전문가는 ‘잠정적 완충지대(The Interim Buffer Zone)’에서 난민, 이주민에 이어 탈북민의 문제를 다룬다. 두 사람은 한반도의 급격한 정세 변화로 대규모 탈북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가정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수의 탈북민을 한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전국에 산재한 약 250여 개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찾았다. 이들은 예비군 훈련장을 탈북민들의 임시 거처이자 이후 정착을 돕는 중간적 완충지로 삼자고 제안했다.

‘잠정적 완충지대’는 예비군 훈련장 중 하나를 임의로 선정해 군사훈련을 목적으로 조성한 훈련장의 공간 구조와 내부 시설을 어떻게 탈북민의 임시 거처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작게는 탈북민이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고민에서, 크게는 제한된 시설 안에서 공동체 생활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를 고민했다.

▲레어 콜렉티브(최춘웅, 최승호, 표창연)와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가 제작한 ‘마음 한쪽 마당 한쪽 내어주기’. (사진=안창현 기자)

▲박창현 건축가가 이수학, 정성훈 조경가와 작업한 ‘난초(難草), 식물 난민’. (사진=안창현 기자)


이번 전시는 난민 문제를 단지 사람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동물 난민, 나아가 식물 난민도 있다. 우선 전시에서 선보인 ‘마음 한쪽 마당 한쪽 내어주기’ 프로젝트는 동물 난민, 그러니까 유기동물에 대한 문제제기다.

레어 콜렉티브(최춘웅, 최승호, 표창연)가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진행한 이 작업은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하고, 이 동물 난민을 위한 새로운 건축을 제안한다. 동물 보호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마당과 대문 공간에 목재 조립식 설치물을 지어 유기동물의 임시대피소이자 입양장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정성껏 씨를 뿌려 키우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 끈질기게 싹을 틔워 번성하는 잡초의 모습은 낯선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아야 하는 이주민, 난민의 처지와 흡사하다. 에이라운드건축의 박창현 건축가가 이수학, 정성훈 두 조경가와 함께 작업한 ‘난초(難草), 식물 난민’은 난민과 같은 처지가 돼버린 풀에 대해 기록한 작업이다.

‘21세기형 난민’ 홈리스의 문제 다뤄

‘뉴 셸터’에 이어 아르코미술관 2층에서는 같은 기간 ‘홈리스의 도시’전이 진행된다. 이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 독립큐레이터는 “현대 도시와 주거 문제,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조건 등의 사회 문제를 영상이나 설치, 사진 작업을 통해 다뤘다. 전시에서 주로 아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21세기형 난민, 홈리스의 모습을 다각도로 들여다봤다”고 전했다.

▲아르코미술관 2층에서 진행하는 ‘홈리스의 도시’ 전시 모습. (사진=안창현 기자)


여기서 홈리스(homeless)가 단지 집이 없는 사람, 노숙인만을 뜻하진 않는다. 전시는 “UN에서 ‘홈리스’는 집이 없거나 옥외 또는 여인숙에서 잠을 자는 사람, 집이 있지만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안정적인 거주권과 직업이나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한다”고 알려준다. 집이 있어도 홈리스일 수 있는 셈이다.

이 전시에서는 지난 5년간 매그넘재단의 후원으로 베이징 지하생활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심치인(Sim Chi Yin)의 ‘쥐 종족(Rat Tribe)’, 2012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가 그룹 ‘U-TT(어반싱크탱크)’가 베네수엘라 수직형 무허가 공동체 주민들과 함께 한 ‘토레 다비드(Torre David)’, 유목연 작가가 노숙인들의 협업해 진행한 ‘노숙자 깡통’ ‘홈리스 스쿨’ 등이 선보인다.

▲U-TT(어반싱크탱크) 작 ‘토레 다비드(Torre David)’, 영상 설치, 20분. 2013.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U-TT의 ‘토레 다비드’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 중심부의 45층짜리 건물의 이름이다. 이 건물은 1993년 개발업자가 사망하고 이듬해 베네수엘라에 금융위기가 닥치자 건설이 중단됐다. 그리고 20여 년간 골조와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이 건물에 빈민촌의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U-TT의 작업은 750여 가구가 불법거주 했던 토레 다비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흥미롭게도 중국 작가 심치인의 ‘쥐 종족’도 이와 유사하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베이징에서 신축되는 모든 건물에 지하벙커 설계를 의무화했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끝나고 이 지하벙커는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몰려든 이주민들의 안식처가 됐다. 심치인은 2010년부터 약 5년간 베이징 아파트 지하벙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쥐 종족’에 담았다.

이번 전시와 연계한 부대행사로 U-TT 멤버인 다니엘 슈바르츠(Daniel Schwartz)가 강연을 열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도시 슬럼 개선 사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김성인(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 홍세화(언론인), 서경식(동경대 교수), 조효제(성공회대 교수), 김종철(변호사) 등을 초청해 5차례 관련 포럼이 진행한다.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난민, 주거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유목연, ‘노숙자 깡통’, 8.5 × 8.5 × 10.5㎝, 혼합 재료, 2016. (사진=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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