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법률 칼럼] 길에서 돈 주웠다가 전과자 안 되려면?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올해 초 60대 할머니가 부산역에서 현금과 수표 등 1억 300만 원이 든 가방을 분실했는데, 6일 후 1.5㎞ 떨어진 공원에서 한 시민이 주워 주인에게 돌려줬다는 미담이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후 이 미담은 ‘1억 돈 가방 주인과, 찾아준 주민의 사례금 공방’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로 돌아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이 돈 가방에는 현금 70만 원과 자기앞수표 5장 등 총 1억 300만 원이 있었는데, 수표에 대해서는 잃어버린 즉시 분실신고를 마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돈 가방을 발견한 습득자는 사례금으로 1억 원의 10%인 1000만 원을 보상금으로 달라고 했고, 돈 가방 주인은 현금 70만 원에 대해서만 사례하겠다고 했습니다.
유실물과 유실물 습득에 대한 보상은 유실물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실물법 제4조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物件價額)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報償金)을 습득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은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습득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상금은 유실물의 가액(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수표나 약속어음, 양도성 예금증서 등의 경우에는 액면금액 전부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수표나 약속어음, 양도성 예금증서 등의 경우 분실자는 분실신고 등 그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법원은 유실물 습득자에 대한 보상액은 “그 물건의 유실자가 그 유실물의 반환을 받음으로서 면할 수 있었던 객관적인 위험성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면서 잃어버린 증서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보상액을 산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67.05.23. 선고 67다389 판결).
유실물 습득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중 공개된 판결을 살펴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무기명식 양도성 예금증서의 습득자에게 지급할 보상금의 액수를 산정하면서 “양도성 예금증서의 액면금은 예금증서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예금증서가 표창하는 은행에 대한 정기예금 반환청구권의 가치를 나타내는 점, 고액의 예금증서의 유실에 따라 유실자가 손해를 입을지도 모르는 객관적 위험성의 정도가 상당히 작은 점” 등을 참작해 위 양도성 예금증서에 대한 유실물법 제4조에 정한 물건가액을 그 액면금액의 5%”로 보았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09.07.02. 선고 2008가합21793 판결).
▲길에 떨어진 고급 핸드폰, 지갑 등을 보면 핸드폰 사진을 찍어 먼저 112에 신고해 놓으면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걸릴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서울 서초구 핸드폰 찾기 콜센터에서 직원이 분실 후 수거된 휴대전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리고 서울민사지방법원(현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실물이 수표인 경우 습득자에 대한 보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유실물법 제4조 소정의 ‘물건의 가액’은 유실자 및 수표 지급인이 유실한 사실을 모르는 사이에 습득자 또는 그로부터 수표를 양수한 자가 수표를 지급인에게 지급 제시하여 수표금을 수령하든가 또는 습득자가 수표를 제3자에게 양도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선의취득될 위험의 정도를 고려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수표 액면의 2%를 보상금으로 인정했습니다(서울민사지법 1988.4.22. 선고 87가합4257, 대법원 1965.1.26. 선고 64다1488 판결).
보상금 청구는 1개월 내에
선행 이용한 신종 범죄 주의해야
즉 수표나 약속어음, 기타 유가증권의 경우 현금보다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액수는 차이가 날 것입니다). 위 사건에서도 습득자가 요구하는 1000만 원의 보상금이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 사건의 보상금 문제는 결국 신고자가 소량의 보상금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유실물 습득자의 보상금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은 유실물법에 근거한 보상금 청구는 물건을 반환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유실물법 제6조)는 점입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한편 다른 사람의 물건을 주워서 돌려주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되면,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을 받습니다. 무심코 주운 핸드폰이나 다른 사람의 지갑 때문에 전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점을 이용한 신종 범죄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길에 휴대폰을 놓은 뒤 이를 주운 행인을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신고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 합의를 유도해 합의금을 챙기는 수법입니다. 길에서 주운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려는 선행을 교묘히 이용한 범죄입니다.
굉장히 악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피해유도범죄하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런 덫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길에 떨어진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줄 마음이 들었다면 일단 주의에 해당 물건의 주인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주운 물건을 사진을 찍어 112에 문자로 신고한 후 가까운 경찰서로 가져다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주운 물건을 가져갈 의도, 즉 점유이탈물 횡령죄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 증명될 수 있습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