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모비두] 폰에 도장 팡팡찍고, 팔찌 두들겨 몰래대화 하고
▲모비두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비가청 음파를 이용해 모바일 인증을 돕는 스마트 기기 ‘소닉 스탬프’를 선보였다. (사진=모비두)
(CNB저널=안창현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6’에 아담한 도장 모양의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참가한 한국의 스타트업이 있다.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로 오프라인과 모바일 세상을 이어주는 소닉 스탬프(Sonic Stamp)를 선보인 모비두(mobidoo)다. 최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트렌드를 형성한 가운데, 2013년 8월 창업한 모비두 역시 오프라인 결제를 돕는 스마트 기기 ‘소닉 스탬프’를 내놓았다.
도장 형태를 가진 이 스마트 기기는 모양만큼이나 사용하기 간편하고, 범용성이 좋아 주목 받았다. 기존 제품처럼 블루투스나 NFC 등 별도 설정 없이 바로 모바일 기기에서 인식할 수 있다. 또 안드로이드, 아이폰 등 기종을 가리지 않고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보다 소닉 스탬프를 돋보이게 하는 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모비두만의 차별화된 감성일 것이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비가청 음파 기술을 이용해 따뜻한 모바일 세상을 꿈꾸는 모비두를 만났다.
감성 커뮤니케이션 돕는
웨어러블 기기 ‘텔레파시’도 눈길
“요즘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을 가면 어김없이 쿠폰을 준다.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면서 빈칸이 다 채워지면 혜택을 주는 방식인데, 지갑에 쿠폰이 여러 장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 일일이 쿠폰을 다 챙기기 번거롭다. 그런데, 소닉 스탬프를 이용하면 종이 쿠폰이 필요 없다. 스마트폰에서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
▲문화창조벤처단지 내 모비두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희 대표. (사진=안창현 기자)
소닉 스탬프는 오프라인의 도장처럼 모바일 상에서 스마트폰에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 모바일 인증 서비스인 셈이다. 모비두의 이윤희 대표는 기존 모바일 인증에 불편함이 많았다고 말했다. 쿠폰뿐만 아니라 멤버십이나 포인트 결제 등 모바일 상의 인증 서비스가 빠르게 대중화되는 데 장애 이유라는 지적이다.
그는 “기존 모바일 인증은 바코드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단말기의 POS(판매정보 관리시스템)를 수정해야 했다.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들기 마련이다. 또 특정 스마트폰만 지원해 범용성에서도 한계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간편하고 효율적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모비두는 음파 전송 기술을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 대표가 IST(Inaudible Sound Transmission)라고 부른 ‘비가청 음파 전송기술’은 모비두가 특허를 출원한 인증 기술이다.
소닉 스탬프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은 이 음파 전송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기기다. 별도의 장치나 설정 없이 이 스탬프 버튼을 누르면, 도장에서 비가청 음파가 나오고 이를 모바일 기기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그래서 대형 프랜차이즈만이 아니라 지역의 중소 상권들까지 간편하게 모바일 인증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소닉 스탬프를 이용해 모바일 인증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모비두)
처음 모비두가 선보인 서비스는 지금과 다른 형태였다. 이 대표는 “출발은, 주변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흔히 주는 종이 쿠폰을 모바일에서 보관하는 서비스였다. 그래서 구체화한 것이 ‘쿠폰키퍼(Coupon Keeper)’ 서비스다. 가맹점들이 쿠폰을 관리하고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였는데, 모바일 상에서 간편하게 인증할 수 있는 ‘소닉 스탬프’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중국, 몽골 등 해외서도 주목
2013년 미국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에 돌아온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 들어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삼성 모바일의 콘텐츠 서비스 기획 일을 했다. 그런데 이때의 경험이 스스로 창업하고 싶다는 열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자주 실리콘밸리를 오가면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접하고, 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일궈나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때 자연스럽게 나도 내가 원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창업을 준비했다.”
이 대표는 딱딱할 수 있는 ICT 시장에서 감성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범용성이 부족한 기존 모바일 인증 및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딱딱한 인증 방식을 감성적으로 접근한 것이 모비두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은 비결이었다.
▲중국, 몽골 등 해외에서 모비두의 ‘소닉 스탬프’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모비두)
스마트 기기인 소닉 스탬프를 오프라인의 도장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디자인했다. 그래서 종이 쿠폰에 도장을 찍듯이 스마트폰에 소닉 스탬프를 찍어 모바일 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 만한 오프라인의 감성적 요소를 온라인에 도입한 셈이다. 최근 모비두에서 출시 예정인 ‘텔레파시(Telepathy)’ 역시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기기다.
“정부 지원으로 1대 1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팔찌 모양으로 디자인해 손목에 차고 다닐 수 있다. 예전에 우리가 전보를 치거나 모르스 부호를 보내듯이 이 텔레파시 팔찌를 두드리면 상대방과 1대 1로 연결돼, 주변 사람들 모르게 비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미 중국과 몽골에서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소닉 스탬프를 공급하고 있는 모비두는 선불카드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는 모바일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반면, 아직까지 결제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다. 이 대표는 간편하고 범용성 좋은 모비두의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