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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 - 이용백] 난 가만 있는데 거울 흔들려 미치는 한국

학고재갤러리에서 8월 19일~9월 25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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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7호 윤하나⁄ 2016.08.19 18:18:27

▲이용백, '낯선 산책'. 202 x 200 x 48cm, 알루미늄, 유리, 모터 컨트롤러. 2016. (사진 = 학고재)

 

정치인도 수입했으면 좋겠어요.작가의 불평 섞인 농담에 기자도 연신 맞장구 쳤다. “야구선수만 용병 쓸 일이 아니긴 해요. 그러고 보니 정치계에도 능력 있고 인맥 없는 사람이 필요하네요.그러자 정치계도 히딩크처럼 해외에서 우수한 사람 영입하는 법을 배워야 돼요라고 농을 이었다.

 

세상을 영민하게 관찰하는 이 작가의 혜안이 재밌다세상을 가장 예민하게 사는 것이 예술가라면 작가 이용백은 바로 그런 예술가였다. 한국적 상황을 단순히 전략으로서만 이용하지 않고, 세상과 작업을 밀착시키며 평생 자신이 발붙이고 산 한국을 반영해왔다.

 

그동안 해외 전시로 바빴던 그가 2011년 열린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이후 5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연다.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낯선 산책에서 그는 8년 전 한국에서의 마지막 개인전 이후 오랜만에 3점의 신작과 확장된 기존 작업 2점을 발표한다.

 

▲이용백 작가. (사진 = 윤하나 기자)


흔들리는 거울에 비친 요지경 한국

예전에 어항 12개를 놓고 물고기를 키운 적이 있어요. 아니, 물고기가 아니라 물을 키웠죠. 물고기는 물이 안정되면 저절로 살아지니까.

 

이용백 작가는 1층 전시장에 설치된 낯선 산책8개의 거울이 기울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12초 동안 사방의 거울이 다른 방향으로 기운다. 순간 현기증이 나면서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사방의 거울 벽면이 모두 움직이는 방이다. 환경이 생물의 생태를 결정한다는 말을 작가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작가가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최근 몇 년이 가장 이상한 시간이었다고 소회하며, 점차 혼란스러워지는 사회에서 사람들도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찬찬히 고민할 새도 없이 요즘 세상이 정말 이상한 것 같아 맞장구를 쳤다. 불합리와 무력감이 어느새 증오가 돼버린 세상을 매일 눈과 귀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기우뚱 흔들리는 배의 선실처럼, 넘실대는 사방의 거울 면이 어지러운 공간을 무한정 반사한다. 불안정한 환경 안에선 곧게 자란 대나무나 두 발로 선 사람도 이내 흔들리는 반사경 안에서 균형을 잃게 된다. 작가가 바라본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이용백,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 430 x 228 x 36cm, 알루미늄, 베크라이트 판. 2016. (사진 = 학고재)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 - 방 안의 코끼리

1층에서 현재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한국을 그렸다면, 지하 1층의 작업은 현실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원인을 탐색한 결과다. 그곳에는 남한과 북한 사이 38선 철책 부분을 네이버위성 지도로 확대해 본 모습을 조각한 작품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

 

어느 날 작가는 작업실이 위치한 김포시 북부를 네이버 위성지도로 확대해봤다. 그러다 어느새 이 지역이 비무장지대와 묶여서 정보가 삭제돼 흰 여백이 된 것을 발견했다. 이 흰 여백은 각종 군사 시설과 주요 군사 방어 기지의 위치를 표시하지 않으려고 손 쓴 아주 단순한 처리 방법이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를 막은 것도 아니다. 구글 맵은 같은 지역을 확대해도 아무런 생략 없이 이 지역의 위성지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국내 안에서만 통용되는 일상적인 검열과 정보 제한 등에 의문을 제기한다.

 

흰 여백으로 드러난 검열된 영역을 작가는 거대한 검은색 절연체로 조각해 실체를 부여했다. 남북 사이의 단절된 공간이자 한국의 자국민에게만 비밀인 이곳을 절연체를 사용해 관통할 수 없는 장애물로 만든 것이다. 모두가 쉬쉬하는 비밀이지만 가려야 할 비밀의 크기가 너무도 거대한, 방 안의 코끼리인 셈이다.

 

작품과 관련해 비물질적인 정보는 정보 그 자체로만 끝나기 일쑤니까, (사람들이 한 번 더 인식할 수 있게) 아주 무거운 소재로 눈앞에 물질화시키는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는 입체적인 3차원인데, 우리를 2차원 단세포로 바라보고 취급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작가는 역사 속 언론검열로 인한 신문지상의 검은 공백 신작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용백, '지루하고 흔해 빠진 소재를 작업하는 이유'. 380 x 170, 30cm, 970 x 380cm, 알루미늄, 스펀지(흡음제). 2015. (사진 = 학고재)


끝나지 않을 전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

한 층 더 내려간 지하 2층에는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에 대한 작가의 답이 거기 있었다. 흡음 스펀지로 만든 스텔스 B2 폭격기, 거중기에 박제된 채 매달린 거대한 금속 날개의 스펙터클에 시선을 빼앗기다가 이내 커다랗게 유리 깨지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공간 가장 뒤편에 설치된 거울 스크린에서 나는 소리다. 화면은 거울처럼 맞은편의 상을 비추고 있지만, 어느새 반대편의 누군가에 의해 거울이 계속해서 산산조각난다.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계속해서 깨지는 거울 영상은 평화로운 찰나를 불안하게 일깨운다.

 

더는 전쟁과 폭력, 테러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없는 세상에, 평화는 영원한 염원을 담은 동시에 닿을 수 없는 희망이다. 그래서 지루하고 흔해 빠졌을지언정, 작가가 전쟁과 평화를 지속해 말하는 이유다. 균열과 전쟁으로 치닫는 세상 속 본질적인 폭력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작가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전시는 925일까지.

 

▲이용백, '브로큰 미러'. HD비디오, 3분43초 (브로큰미러에 비친 지루하고 흔해빠진 소재를 작업하는 이유). 2016. (사진 =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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