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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 새벽 종달새 골퍼 vs 한밤 올빼미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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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8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2016.08.29 09:53:56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8월에는 내가 발을 걸치고 있는 4개의 월례회가 모두 휴회를 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 때문이다. 골프장 측에서도 태양이 작열하는 점심나절에 라운드하는 골퍼들에게는 그린피를 낮춰주고, 18홀을 마치면 맥주를 공짜로 준다는 이벤트를 벌여도 찾는 골퍼가 없다고 했다.

나는 지인들에게 올해 안에 라이프베스트를 갱신하겠다고 오만방자한 뻥을 쳐놓았으므로 이따위 더위에 연습과 라운드를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선한 새벽에 티오프를 하는 ‘새벽탕’을 뛰기로 하고 동지들을 규합했다. 

“니가 새벽에 골프를?” 친구가 놀라서 물었다. “나 옛날에는 새벽골프 많이 했어.” 내가 설명을 하고 있나 변명을 하고 있나 싶었다. “그거야 골퍼가 봉이고 을이었던 시절 얘기고.”

내가 애걸복걸 골프에 사랑을 바치던 시절에는 라운드만 할 수 있다면 새벽이건, 밤이건 안 가렸다. 5시쯤 페어웨이 가장자리의 철 기둥에 환하게 불이 밝혀지던 ‘초새벽탕’ 첫 주자로도 뛰었고, 인코스 6번 홀부터인가 내가 퍼트를 마치면 그린 가장자리의 전구의 모가지가 똑 부러지는 것처럼 빛이 사위던 ‘오밤중탕’의 마지막 주자로도 황감해하며 뛰었다.

창의적 활동을 하는 작가의 대부분은 올빼미 족이다. 특히나 집필실도 없고 낮이면 집중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여성 주부 작가들은 한밤중에 집필을 할 수밖에 없다. 내 경우도 다르지 않았는데, 자정이 가까워져야 겨우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서너 시쯤이나 잠자리에 들어 동창이 밝아오는 것도 모르고 꿀 같은 잠 속에 침잠해 있을 즈음이면 알람시계로부터 기상이 강요된다. 나는 잠을 포기하기가 죽기만큼 싫었다. 잠, 잠, 잠을 자기 위해 독거, 혹은 이혼까지 고려했었다.

올빼미족이었던 과거
새벽 골프 라운드에 앞장서는 현재

하지만 그 젊디젊은 날, 밥보다 잠을 사수해야만 하던 시절, 새벽 골프 약속이 잡혀서 알람을 세 개씩 울리도록 해놓고 일어나서 부스럭거리면 나의 룸메이트는 저주 수준의 비난을 퍼붓고는 했다. “흥, 게으름뱅이 울 마누라의 아침잠을 깰 수 있는 병기는 골프뿐인가 보네….” 그러던 내가 언제부터 새벽에 골프 라운드에 앞장서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린을 살피는 전인지의 모습.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사진 = 연합뉴스

몇 년 전에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일본인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지런한 종달새형이 성공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생활의 패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아침형 인간은 부지런하고, 저녁형 인간은 게으르다’는 통념이 깨졌다.

오히려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영리하고 창의적이지만, 원시시대부터 해가 하늘에 있을 때는 일하고 해가 지면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아침형 생활 리듬에 맞춰진 사회 구조 탓에 저녁형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또한 저녁형의 영리하고 창의적인 기질은 충분한 아침잠이 만든다고 주장하며, 인간은 낮에는 생활을 위한 일을, 밤에는 독창적인 일을 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늦게까지 깨어 있도록 발달했다고 분석했다. 

내가 올빼미에서 어느 날 갑자기 종달새가 됐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조차 모두에게 똑같이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해 볼 기회조차 없이 살며 저녁에 늦게 자더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수면 패턴으로 길들여진 것 같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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