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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전시] 2016 올해의 작가 4인(팀)의 4색 키워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8월 31일~2017년 1월 15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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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9호 윤하나⁄ 2016.09.01 13:37:19

▲김을, '갤럭시'. 설치 전경, 2016.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평생의 드로잉으로 완성 향한 자화상, 사진 변형하며 삭제해나가는 사진, 미완의 탈북 지원 프로젝트, 집을 위한 땅과 사라진 마을 그리고 이주하는 식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올해의 작가상의 후보 총 4 작가()이 전시를 통해 신작을 공개했다. 83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 김을, 백승우, 함경아, 믹스라이스(조지은, 양철모) 등 예술 속에서 각각 다른 영역을 고민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담았다. 매년 미술계 안팎으로 주목 받아온 올해의 작가상전 참여 작가 4()의 이야기와 작업 키워드를 들어보자.

   

▲믹스라이스, '아주 평평한 공터'. 전시 전경, 2016.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믹스라이스 우리가 기댈 곳은 식물이 아닐까


사람 얼굴보다 큰 오동나무 잎부터 제주도의 야자수 이파리, 온갖 넝쿨들의 흔적들이 높은 전시장 벽을 타고 올라있다. 언뜻 보면 거대한 흑백의 밀림처럼 보이는 이 식물 그래피티올해의 작가상 2016’ 전에 출품된 믹스라이스의 작업이다.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주의 흔적과 과정을 탐구하던 믹스라이스는 최근 식물들의 이주로 관심 영역을 확장했다. 재개발이나 마을 이주 현장에는 늘 식물이 있었다고 말하는 믹스라이스에게 식물에 집중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믹스라이스의 조지은 작가는 식물은 시간이 있어야 자라잖아요. 반면 아파트(개발의 현장)는 현재만 있는 공간이에요. 식물은 어디서든, 짧은 시간이라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요. 그 자리에 정착해서 다른 시간대(과거와 미래)와 또는 다른 마을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같죠. 그래서 인간은 식물이 만들어내는 정착의 장소에 기대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믹스라이스의 작가 조지은(오른쪽)과 양철모. (사진 = 김중원)

 

아주 평평한 공터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하듯 맨땅 위에 그려졌던 70년대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모티프로 했다. 실제 재개발 아파트 공사장에서 빌려온 흙을 발과 나무로 다져서 땅을 고르고 70년대 34평형 아파트의 도면을 올렸다. 자세히 보면 ’, ‘발코니등 당시엔 생소했을 외래어부터 부를 뽐낼 수 있는 부부침실’, ‘가정부방등의 글자가 쓰인 팻말도 그대로 재현됐다. 이 작품은 자본에 대한 욕망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믹스라이스는 설명한다.

 

한편, 1970년대 최초의 계획도시 성남으로의 대규모 이주 작전에 청소차와 군용차가 사용된 정황 등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이주 형태인 '(재)개발'에 관한 작업도 함께 전시됐다. 당시 성남은 선입주 후개발로 진행되며 철거민들에게 가구당 20평씩 분양했다. 그래서 현재 남아 있는 구도시 주택들의 크기인 20평의 땅, 강남 모래밭 위에 올라온 저층 아파트 등 개발 현장을 담은 사진 3점이 그것이다. 3점의 사진은 나란히 창문 같은 투명 유리 위에 망점 형태로 실크스크린 됐다. 이 투명 창 아래에는 위에 설명한 이주 식물들의 그라피티가 여실히 비친다.

 

마지막으로 실제의 기억과 시간, 역사와 이야기가 끊어지고 개발 논리에 의해 다른 장소로 강제 이주하게 된 나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작업 덩굴 연대기를 보고 전시장을 나오면 아래와 같은 글귀가 벽에 쓰였다.

우리는 왜 외부를 내버려 두지 않는가? 우리는 왜 모두 내부여야만 하는가?”

 

믹스라이스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존재를 내부의 연대와 외부의 타자로 구분 짓고, 자연조차 그대로의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는 현실을 꼬집는다. 그리고 인간이 식물과 함께 어떻게 정착의 연대기를 그려낼지 공존을 이야기한다.


▲김을, '트왈라잇 존 스튜디오(Twilight Zone Studio)'. 설치 전경, 2016.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김을 작가.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김을 “20년의 드로잉으로 내 자화상 만들어가


김을 작가는 달리 어려운 말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드로잉이라는 연속적인 작업을 통해 자신의 작업세계를 온전히 내비친다. 그“20년 가까이 드로잉을 하다 보니 그 속에서 자연스레 내 자화상을 발견하게 됐다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임무도 이 자화상을 계속해서 완성해나가는 것이라고 소탈한 말로 작업을 이야기했다.  

 

곳곳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1,450개의 드로잉이 거대 우주와도 같이 설치된 벽면(‘갤럭시’)과 작가의 작업실을 축소해낸 2층의 소형건축물(‘트왈라잇 존 스튜디오’)이 첫 번째 전시실에 전시됐다.

 

김을은 “(실제 작업실 내에서) 드로잉할 때 미묘한 감정에 젖는다. 현실이면서도 비현실인 그 중간지점에서 작업이 탄생하기 때문에 이 장소를 그대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백 점에 달하는 크고 작은 드로잉 속에는 간혹 힘들다’ ‘생각은 길게, 그림은 대충등의 글귀가 발견된다. 그런가 하면 조심히 들어선 그의 작업실 내부에 걸린 옷에도 직접 수놓은 그림이 필요 없는 즐거운 세상이란 문장도 눈에 들어왔다. 작가가 매일 같이 경험하는 치열한 창작의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다.

 

▲백승우, 'Betweenless'. 설치 전경, 2016.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백승우 작가.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백승우 사진보다 이미지, 정보를 삭제하려는 사진

 

백승우 작가는 더이상 사진의 속성만으로는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이미지”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사진 매체를 극복하려 공전하지만, 여전히 사진 영역 안에서 자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는 누군가 찍은 슬라이드 필름을 구해, 그 필름 속 인물을 극도로 확대한 사진들로 2층 메자닌 벽면이 채워졌다. 이 작업에 대해 그는 “(확대를 통해) 정보를 삭제하려는 사진이지만 사람들은 그 정보를 유추하려고 시도한다. … 사진이란 기록은 때로 오류를 범하고, 따라서 때로는 기억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가까이 갈수록 거칠고 흐리게 보이는 사진들을 통해 작가는 "더 자세히 보고자 하는 관객들이 스스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렇게 사진을 변형하거나 확대해 사진 속의 정보를 삭제함으로써 사진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의미와 표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한다.


▲함경아, '악어강 위로 튕기는 축구공이 그린 그림'. 설치 전경, 2016.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함경아 탈북 소년의 축구 퍼포먼스 페인팅

최근작인 북한 자수공예가와의 거래를 통해 완성한 화려한 자수 작품, 전 대통령의 집에서 나온 폐자재로 만든 설치 작품 등을 통해 함경아 작가는 사회상이 담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의 틈을 파고든다. 함 작가는 SBS가 이번 전시를 위해 지원한 1,000만 원의 제작지원금을 작가가 생각한 최대의 가치로 만들기 위해 탈북자 지원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탈북자에게 경비를 지원하고 이들의 험난한 여정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미완으로 중단된 프로젝트는 벽면에 굳게 닫힌 철제 셔터와 긴박한 상황을 암시하는 탈북자와 브로커의 대화 자막으로 남았다.

     

이 밖에도 탈북 후 장래가 촉망되는 축구선수가 된 소년이 직접 축구공을 이용해 퍼포먼스로 완성한 악어강 위로 튕기는 축구공이 그린 그림’, 군사용 카무플라주 패턴을 3차원화 한 언카무플라주시리즈도 전시장을 수놓았다.

     

올해의 작가상 2016’의 최종 수상 작가 1()1013일에 최종 선정된다. 과연 2016년도 올해의 작가는 누가 될지미리 전시를 통해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는 한 작가()을 만나는 것도 수상전시의 또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전시는 2017115일까지.


▲함경아 작가.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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