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지드래곤, 컬래버레이션의 중심에 서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탑이 2016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면 같은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은 2015년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고 ‘피스마이스너원: 무대를 넘어서’전을 선보였다. 여기서 지드래곤은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컬렉션을 공개했고, 국내외 작가 14팀이 지드래곤을 주제로 이야기를 담은 작품 200여 점을 전시했다.
탑이 큐레이터로서 작품 컬렉션에 집중했다면, 지드래곤은 음악인으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전시장에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한 예로 방 & 리의 ‘(깊은한숨) TV에 나오지 않는, 바퀴달린 혁명’은 여러 형태의 조명과 스피커에서 작가가 만든 사운드, 그리고 지드래곤이 만든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직접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거나 큐레이팅을 하는 대신 지드래곤은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는 섹션을 구성하기도 했다. 2층 전시장에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와 함께 꾸린 ‘(논)픽션 뮤지엄’에서 예술 작품, 빈티지 가구, 음악 활동의 결과물, 현대미술품 등 소장품을 공개했다. 팬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고, 이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지드래곤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권오상 작가의 ‘무제의 지드래곤, 이름이 비워진 자리’에 등장한 지드래곤의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성미카엘 대천사가 악마와 싸우는 유명한 도상에 지드래곤의 모습을 대입한 것으로, 선과 악의 이분법이 본질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이중성에서 비롯됨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잡음 발생에도 불구하고 몰린 관심
미술관과 연예엔터테인먼트의 윈윈 전략
당시 지드래곤은 “작가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항상 작업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게 즐거움인데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또한 아티스트로서 좀 더 넓은 시각을 갖는 기회가 됐다”고 전시 준비 과정을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과 YG엔터테인먼트는 서로 윈윈 효과를 추구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단순한 연예인이 아닌, 직접 곡을 쓰고 가요뿐 아니라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활동을 펼치는 아티스트로서의 지드래곤 이미지를 활용했다. 예술성을 지킴과 동시에 관객들의 발걸음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이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간담회에서 "대중문화와 미술의 접점을 만들고, 높게 느껴지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최근에는 에잇세컨즈가 지드래곤의 이런 이미지를 잘 활용해 화제가 됐다. 패션 아이콘이자 아티스트인 지드래곤이 작업한 패션 아이템을 콘셉트로 한 ‘에잇 바이 지드래곤’ 라인을 선보인 뒤, 명동점에서 8월 한 달 동안 약 33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점의 본래 한 달 평균 매출액은 7억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드래곤의 아티스트 이미지를 공고히 한 모양새다. 지드래곤은 ‘아이돌의 아이돌’이라 불릴 정도로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을 공개할 때 전시 해외 투어 계획도 밝히며 또 다른 수입 창출의 경로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화제와 더불어 잡음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의 경우 실질적으로 작업을 한 작가들보다 지드래곤만 부각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작가들에게는 유명세를 앞세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 몰린 관심은 뜨거웠다. 평소 한산한 미술관 간담회에 많은 기자가 몰렸고 무수한 질문이 쏟아졌다. 메르스 사태로 획기적으로 관람객 수가 늘진 않았지만, 유료 전시(티켓 값 1만 3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약 580여 명의 관객이 몰리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 시점. 탑이 큐레이터로 나선 행보를 보면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와 미술의 결합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