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전인지의 메이저대회 ‘에비앙’의 그 전무하고 후무할 수도 있는 기록을 보고도 심쿵 하지 않았다. 이 초대박 사건도 덤덤했던 것은 뭐였을까? 아! 리우올림픽 금메달, 박인비의 쾌거, 그 감격이 가시지 않고 있었을 터.
나는 지금부터 남들이 황당하게 여기건 말건 엄청난 비약으로 박인비를 분석코자 한다. ‘조용한 암살자(Silent Assassin)’로 규명됐는데, 뭘 또 알아보려는 거냐고? 아니다. 박인비는 아마도 ‘밀정(密偵)’임이 분명하다.
“아니, 밀정은 스파이, 간첩의 옛날식 명칭인데, 박인비에게 밀정이라니 당신 돌았냐?”고 물어보실 사람이 많겠다. 이미 내가 ‘좀 특별한 비약적 상상’을 할 거라고 했으니, 내 말도 좀 들어보시길.
일제는 암암리에 활동하는 독립 운동가들을 추적해 제거하고, 비밀리에 조직된 항일단체들을 말살코자 프락치, 다시 말해 밀정(密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화 ‘밀정’을 좀 보자. 일제강점기. 원래 상해에서 독립운동 하던 조선인 이정출(송강호)이, 일본 경찰간부가 됐다. 그는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려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는데, 둘은 서로의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조선을 해치려던 자가 신분을 감추고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했는지, 아니면 일본경찰이지만 조선을 도우려는 것인지 어느 쪽으로 변절을 한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어쨌건 엉겁결이지만 이정출은 ‘밀정’이 되고 말았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의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으로 부진하는가 싶더니 마치 ‘밀정’처럼 리우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 = 연합뉴스
2015년부터 ‘박인비의 시대가 갔나?’ 하는 궁금증이 끊임없이 돌았다. 그 밥 먹듯 하던 우승을 더 이상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더니 2016년, 골프가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들어가 세계 골프계가 들썩일 때 박인비는 계속 ‘손가락 부상’에 시달린다고만 하고, 눈에 띄는 활동도 별로 하지 않았다. 7월에 열렸던 국가 골프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불참을 선언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접은 것으로 보였다.
밀정처럼 조용히 물밑에 가라앉았던
‘사일런트 박’이 올림픽에서 쾌거
이 ‘사일런트 박’이 진짜 조용하게 수면 밑에 가라 앉아 있는 것이 속을 알 수 없는 ‘밀정’과 너무나 똑같았단 말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선수들 우승 소식은 뜸해지고, 본인도 세계랭킹에서 처지고…. 아무튼, 그녀가 나서지 않은 것은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 다름없으니 그동안 ‘골프 스파이’였나 하는 의심, 아무도 갖지 않은 그 의구심을 나 혼자는 가졌던 것이다.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온다. 그런데 그걸 일본군 앞잡이 이정출이 요인 암살을 위해 폭파한다니, ‘과연 할까?’ ‘오히려 독립군들에게 던지지 않을까?’ 불안키만 했다.
부상에 시달리고 성적을 못 내던 박인비가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했다. ‘저 컨디션으로 상위권에나 진입할까?’ 이런 생각, 나만 가졌을까?
지면이 부족하니 여기서 결론을 말해야 한다. 이정출은 밀정이 되어 일본을 크게 혼내주고 저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박인비는 이전에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던 저력을 다시 내보이며 금메달을 따서 국가에 안겼다. 이순신의 명랑해전 대승이 이처럼 후련했을 것이다. 밀정만큼 본심 알기 힘드니 박인비가 곧 밀정이 아닐까? 밀정은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트린다. 박인비도 그랬다. 내 논리가 여전히 ‘영화를 너무 세게 봤다가 생긴’ 허황한 것일까?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