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말이 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MBC '주말의 명화'를 보기 위해.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쉽게 영화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 못하던 시기,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주말의 명화' 또는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관에는 출연 배우들의 모습을 그린 간판이 크게 붙어 있었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 재미있기도 했지만, 문화 교류가 활발하지 않던 시기에 다양한 외화를 소개한 '주말의 명화'는, 국내를 벗어나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주말의 명화'에 대한 향수를 박영근 작가가 현 시대에 불러일으킨다. 엔갤러리가 박 작가의 개인전 '주말의 명화'를 10월 24일~11월 30일 연다.
작가의 화면엔 줄리엣으로 유명했던 올리비아 핫세부터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비비안 리 분)과 레트(클락 게이블 분)까지 '주말의 명화'를 떠오르게 하는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배경이 등장한다.
작가는 배경과 인물을 묘사할 때 단순한 극사실화에 그치지 않고 전동그라인더나 샌더로 갈은 실타래, 곡선 더미로 독창성 있게 화면을 구성한다. 이런 화면들이 어색하지 않은 건 작가 역시 '주말의 명화'를 공유한 세대이기 때문.
작가는 중년 작가의 어린 시절, 부산의 삼일극장과 삼성극장 등 기억을 풀어나간다. 그 시절 상영된 수많은 흑백 영화의 주인공들을 스케치북에 그려 보며 화가의 꿈을 키웠고, 이번 전시는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작가 개인의 삶 회고로서의 의미도 있다.
엔갤러리 측은 "작가가 최근 전념하는 리메이크 작업은 작가뿐 아니라 현재는 나이가 들었지만 젊은 시절 꿈을 꾸던 1960~70년대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며 "작가의 신작 20여 점을 통해 깊어가는 가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열두개의 사과'전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 다수의 국내외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