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 골프 세상만사] 장관들의 골프, 누구를 위한 내수진작?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년 전 IMF 시절에 온 국민에게 큰 희망과 기쁨을 안겨줬던 박세리 선수가 8월에는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 그리고 박인비 선수로 하여금 100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에서 골프 금메달을 획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골프의 발전을 위해 세금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많은 골퍼들은 이제 단추를 바로 채울 수 있는 계기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약 40년 전 골프가 사치성 운동으로 규정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징벌적 세금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실시됐다. 당시 국내 골퍼들이 모두 부자이거나 고관대작이었기에 많은 국민들이 수긍했다. 그러나 오늘날 골퍼 400만의 시대가 됐고, 스크린 골프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국민의 15%는 족히 될 것으로 본다. 이젠 골프가 더 이상 사치성 오락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이 얼마 전 국무회의 때 장관들에게 골프를 치라고 권유했다. 골프계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고, 캐디를 비롯해 골프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내수진작을 위해 장관들이 골프 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어느 장관은 각자 돈 내서 골프 치고 인증 샷을 찍자고 화답까지 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내수진작이 아니라 오히려 세금 확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란 법 시행 후에 접대 골프가 큰 폭으로 사라지게 됐다. 골프장마다 티타임이 남아돌아가고 있으며, 서울에서 먼 골프장들은 아예 문 닫을 지경에 이를 곳이 많다고 한다. 어느 기자는 “그동안 공무원, 기자, 교수들이 골프장을 먹여 살렸다”는 표현까지 했다. 골프장 영업이 안 되면 세금 수입이 많이 줄어드니 결국 세원 보호를 위한 게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 것이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매년 50회, 그러니까 평균 주 1회를 국내에서 라운드 했다. 그리고 그중 30회 이상은 회사의 영업비용으로 비즈니스 골프를 했다. 친구, 친지들과의 골프는 한 달에 두 번 정도였지만, 회원권도 가지고 있었고 비교적 높은 연봉 소득자였기에 각자 부담하는 골프 비용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
세금 사라진 저렴한 그린피로
골프 대중화 하는 게 진정한 내수진작
요즘은 고위공직자라 해도, 봉급 받아서 골프를 즐기기 힘들다. 주말 기준으로 라운드 당 25만 원 이상의 비용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또한 고위공직자가 자기 돈으로 한 달에 한 번 라운드 한다고 실제 내수진작이 잘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주말인 10월 1일 한 골프장의 한산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부패 방지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공무원 전용 골프장을 여러 개 만들어 주면 어떨까? 기업인이나 민간인에게 아쉬운 소리할 것 없이 세금이 확 사라진 저렴한 그린피를 내고, 또 캐디 없이 플레이 한다면 이를 비난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정부 소유나 군 골프장 그리고 순수 대중 골프장 같은 곳에서 대통령, 국회의장, 장차관, 국립대 교수들이 핸드카트를 끌면서 플레이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즐겁게 따라 할 것이다. 그것이 대중화를 통한 골프계의 진정한 내수진작이 아니겠는가?
고비용의 거품이 확 빠지고, 골프장들이 공정한 세금을 부담한다면, 공무원들도 떳떳해서 좋고, 또한 비용 때문에 해외를 찾았던 많은 골퍼들이 기쁜 마음으로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혹시라도 비무장 지대에 남북 경제협력 사업으로 골프 리조트를 만든다면 엄청난 골프관광객들이 이 희귀한 골프장을 찾아 올 것이다. 골프 관광 수지 흑자도 낼 수 있을 텐데, 이게 그냥 꿈이려나?
(정리 = 김금영 기자)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