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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 ‘그만 접을까’ 갈등서 시작된 악바리 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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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5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2016.10.17 09:23:01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나는 아직도 새로운 이성을 만날라치면 가슴이 뛴다. 새로운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 나타난 이성이 젊고, 멋지고, 유머와 교양까지 갖췄다면 용꿈 꾸고 산 복권이 로또에 당첨된 것이나 진배없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착한 일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뜻밖의 행운을 바라는 도둑 심보는 갖고 있지 않다. 소소하고 잔잔하고 조금은 은밀한 행운만을 바란다. 뭐, 자판기에서 찔러 넣은 돈과 음료수 깡통이 함께 나오는 행운 같은 거 말이다.

지난여름에 1박 2일로 다녀온 K컨트리클럽의 코스는 서해 바다와 인접해 앞을 가로막는 구릉이나 언덕이 없어 시야가 편안하게 열려 있다. 해수를 끌어들인 자연적인 호수와 송림을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은 골퍼들의 호연지기를 키워준다. 비치코스 9홀, 블루코스 9홀에 더해, 파3 파4 파5가 각 한 홀씩 도합 3개의 홀로 이뤄진 스카이코스가 있다.

나는 10여 년 동안 팔꿈치 통증으로 괴로움을 당했으나, 요즈음에는 많이 호전됐다. 재작년에는 배를 가르는 수술을 받았고, 작년에는 손목의 인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부상으로 점철된 세월을 견디면서 나의 골프는 엉망이 돼 버렸다. 동고동락했던 골프라운드 동반자들의 따돌림이 느껴졌다. 슬펐지만 ‘그만 골프를 접을까’ 갈등도 했다.

그렇지만 일련의 부상들이 내 골프 스윙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1년을 기한으로 일주일에 3회 이상 연습장, 연습 볼은 매회 300개, 두 번 이상 프로에게 레슨받기, 1회 이상의 필드 라운드로 새로운 스윙 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불입하던 적금 통장도 망치로 두들겨 깼다.

일련의 부상이 골프 스윙 개혁 계기
두 번 중 한 번은 ‘무한한 즐거움’ 누리기

“멀리서 스윙 폼 보고 김 작가님 아닌 줄 알았어요. 일취월장했어요.” 6개월 쯤 땀 흘린 시간이 흐른 지난여름, 칭찬의 소리들이 들려 왔다. 어떤 이는 옛날의 스윙 폼을 흉내까지 내어 흉보면서 격려를 했다. 하지만 격려나 칭찬보다는 ‘절대로 전성기 시절만큼 비거리를 늘리지는 못할 것’을 장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K컨트리클럽에서 제공하는 코스공략 설명문이다. “바다코스 5번홀, 파5: 두 번째 샷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 맞은 티샷 후, 워터해저드를 넘기는 두 번째 샷은 무한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여름의 라운드에서는 두 번째 샷으로 ‘무한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해저드에 공을 빠뜨렸지만 가을에 재회한 K컨트리클럽에서는 두 번 중의 한 번은 ‘무한한 즐거움’을 누렸다.

“블루코스 8번홀 파5: 레귤러 티에서 그린까지가 약 500미터다. 두 번째 샷이 길면 해저드에 공이 빠지고, 짧으면 그린까지 먼 거리가 남아서 파온이 어렵다. 거리와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하이핸디캐퍼는 여간 고통을 받을 것이다. 쓰리 온(Three on)을 노리기보다 포 온(four on)을 노려서 접근하는 것이 득이 많을 것이다.”

여름의 라운드에서 나는 세 번째 샷으로 해저드를 넘겨서 네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파5의 홀에서 네 번째 샷으로 온 그린을 시킨다는 안일한 작전을 세우면 골프가 어려울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다.

그날 나는 내게 임무를 부여했다. 두 번째 샷으로 공을 해저드에 처넣는 것이다. 길고 정교한 샷을 날리는 싱글핸디캐퍼에게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나, 마음과는 달리 실제로는 하이핸디캐퍼인 나에게는 만만한 임무가 아니다. 이번 가을, 두 번째 만남에서도 나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다가올 세 번째 만남에서는 특별한 추억을 남기리라. 나는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칼을 간다. 그리고 이를 갈며 맹세한다. “야, 너 꼼짝 말고 기다려라. 내가 꼭 해저드에 빠뜨려주고, 꼭 해저드를 넘겨주마.”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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