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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괘념(掛念)하는 것은 무엇?…미술로 고민하는 ' ‘#괘념미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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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연수⁄ 2016.11.29 11:44:47

▲서해영, '이것은 조각이(아니)다'. 영상, 가변크기. 2016.


(재)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이 기획전시 ‘#괘념미술’전을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천아트플랫폼이 4월부터 입주 작가, 예술계 관계자, 대학생, 아트 플랫폼의 직원 등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진행해 온 스터디 모임의 내용과 결실을 정리하고 소개하는 행사다. 4월부터 8월까지 총 10번 열린 스터디는 참여자들 중 한 명이 발제자가 되어 예술관련 도서의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하고, 이후 토론을 진행하는 식이었다. 이후 9월부터는 동일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전시 준비에 들어갔고, 이번에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다.

전시는 ‘마음에 두고 걱정하거나 잊지 않음’이라는 뜻의 단어 ‘괘념(掛念)’에서 출발한다. 참여 작가 각자가 괘념하는 것, 즉, 본인들의 관심사, 화두, 고민,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도는 의문, 풀어야 할 과제, 혹은 괘념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 대한 생각들을 작품으로 또는 글로 표현한 것이다. 미술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 이슈들에 대한 발언이기도 하다. 또한 ‘개념미술’이라는 용어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괘념미술’전에는 9명의 시각예술가, 5명의 비평가와 기획자를 비롯하여 인천아트플랫폼 직원들이 각자의 '괘념'을 담은 작품을 출품하거나, 원고를 기고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여성, 신체, 자아를 찾는 여행, 장소(특히 내가 속하는 장소), 공간, 도시, 세기말, 파국, 예술의 가치, 예술의 기능, 예술 장르와 형식에 대한 고민 등 선보이는 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각각의 '괘념'은 그 폭과 깊이와 종류가 상이하다.

조각가 서해영은 ‘나에게 조각이란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해 왔다.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일상에서 작품은 아니지만 조형성이 강한 장면들을 채집하고 이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매우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한국화를 그려온 최현석은 레지던시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하는 단어로 종종 사용되는 ‘인큐베이팅 혹은 인큐베이션’에 주목하였다. 인큐베이팅은 예술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예술가 양성에 힘쓴다는 뜻으로 예술기관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작가는 현재 본인의 레지던시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제로 달걀이 병아리가 되어 나올 수 있는 인큐베이터, 즉 부화기를 만들어 설치하고, 전시 기간 중에 부화가 완료될 수 있도록 실험한다.

부조리한 사회 현상을 미술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기시키는 최선은 구제역 당시 살처분 당한 돼지들의 숫자를 일일이 타이핑하여 프린트한 족자를 전시해 당시 사건의 끔찍함을 서정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또한 최선이 김치 국물 이용해 그린 빨간색 회화는 서구 추상회화 및 단색화를 비판 없이 추종하는 미술계의 허례허식을 고발한다. 최선의 작품들을 아름답거나 예쁜 외형과는 달리 무거운 현실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작가 최선의 작품'자홍색 족자'. '깊은 그림'.(사진=인천아트플랫폼)


이번 전시를 위해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 3명은 일시적으로 콜렉티브(collective)를 결성했다. 팀의 이름은 익명이라는 뜻의 ‘아노님’이다. 연구평론분야 입주작가 한 명이 1999년의 세기말적 풍경을 묘사한 텍스트를 쓰고, 다른 두 명의 화가가 이를 토대로 그림을 그렸다. 텍스트와 그림 2점이 한 세트로 출품된다. 밀레니엄 이후 근 20년이 지났지만 세기말적인 혼돈의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찰이다.

한편,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전시 속 작은 전시’의 형태로 4일씩 총 세 번의 작은 전시가 같은 전시장에서 함께 진행된다. 그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걸리던 1층 중앙 흰 벽에는 ‘본전시’에 해당하는 ‘#괘념미술’전 출품작은 걸지 않고, 별도의 작은 전시들을 기획해 보여준다.

해당 흰 벽이 ‘24시간 제한구역’으로 설정되어, 매일 6시간씩 4일간 즉 24시간 동안 별도의 작은 전시가 진행된다. 첫 번째 전시는 전시장의 흰 벽 자체를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이와 유사한 컨셉을 드러내는 이민경의 사진 작품이 11월 26일까지 선보였고, 두 번째 전시로 인천아트플랫폼 7기 시각예술 분야 입주 작가 13명의 1호짜리 소품들을 전시하는 ‘일단위 아이덴티티’전이 30일까지 열린다. 마지막으로 인하대 미술과 학생 7명이 마련한 ‘어스름한 가치’전이 12월 4일까지 진행된다. 

▲이민경, '두 개의 집(푸른 헛간과 흰 콘크리트 집)'. 종이, 우드락,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6.


이 프로젝트는 대작과 주요작에만 할당되던 공간을 소품이나 주변작들에게 내 주거나, 아직 미술계에 진입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양보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미술계 권력 관계, 미술 공간 안에서 드러나는 위계 관계, 호당 가격으로 대변되는 미술 시장의 구조 등에 대해 언급하려는 것이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김푸르나, '경계없는 신체-4'. 캔버스에 아크릴, 40 × 40cm, 3부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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