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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① 런던] 보조금 바탕으로 '예술인 돕는 건물' 늘려

Acme스튜디오 공동 설립자 팬톤 ”부동산개발업-지자체 협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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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2호 김금영⁄ 2016.12.02 10:45:23

▲'제8회 서울시 창작 공간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펼쳐졌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시대. 예술계에서 이 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저렴한 가격에 작업실을 마련할 수 있는 곳에 예술가들이 모인다. 그런데 이 지역이 활성화되고 개발이 시작되면서 치솟은 월세, 임대료에 예술가들은 또 다른 지역으로 밀려난다. 돈 없으면 떠나야 한다. 그리고 또 이 현상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된다.


‘제8회 서울시 창작 공간 국제 심포지엄’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짚었다. 예술가의 작업실은 부동산이 아니라고 외치며,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런던, 시카고, 프랑스, 그리고 국내 사례를 살펴보고, 해결 방안 및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런던의 Acme 스튜디오는 설립 이래 44년 동안 7000여 명(2015년 기준)의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작업실을 지원해 왔다.(사진=Acme)

런던에서 애크미(Acme)가 1972년 시작됐다. Acme 스튜디오는 설립 이래 44년 동안 7000여 명(2015년 기준)의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작업실을 지원해 왔다. 이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인 데이빗 팬톤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문제”라며 “런던 또한 일찍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었다. 특히 런던은 임대료, 물가가 비싼 도시라 더욱 거세게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었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긍정적인 사례들도 생겨났다. Acme도 그중 하나로, 이를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Acme는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예술인에게 저렴한 공간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런던의 예술가뿐 아니라, 세계에서 찾아오는 예술가들에게도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16개 건물에 573개 이상 스튜디오가 있으며, 700명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이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예술가는 약 1500명이다. 끊임없이 예술가들이 거쳐 간다. 팬톤이 밝힌 Acme 작업실 평균 임대료는 주당 약 64파운드(한화 약 9만 4000원). 런던의 일반 부동산 시장 임대료의 1/3 수준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과연 스튜디오가 제대로 운영될까?


▲런던의 Acme 산하에 16개 건물 573개 이상 스튜디오가 있으며, 700명에게 공간을 제공한다.(사진=Acme)

이 환경을 위해 Acme가 주력한 건 건물 확보다. Acme 스튜디오 공동 설립자인 팬톤의 또 다른 직함은 부동산 개발 디렉터다. 그는 “부동산 확보, 그리고 몸집 불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기엔 예술가 주도 단체 및 기관이 저비용의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공간을 확보했다. 그런데 건물이 수리를 받아야 하거나 최소한의 예산으로 운영될 경우 늘 공간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Acme는 1996년 잉글랜드 예술위원회에서 기금 120만 파운드를 지원 받아 코퍼필드 로드 E3 42/44와 길렌더 스트릿 E14의 소방서 건물을 구매했다.


팬톤은 “두 개의 건물이 Acme가 커나갈 수 있는 기본 자산이 됐다. Acme가 영구적인 부동산을 확보해 임대료 수준을 직접 통제할 수 있었다. 건물을 구매할 때는 방식이 있었다. 비싼 건물보다 고기 공장 등 보다 저렴한 가격의 건물을 사들여 이를 예술 공간으로 바꿨다. 구 소방서 건물의 경우 보조금이 많이 지원된 공간이라 작업이 원만히 진행됐다”고 말했다.


▲런던의 예술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예술가들을 위한 국제 레지던시 행사도 Acme에서 열린다.(사진=Acme)

다음부터는 몸집 불리기다. 수익이 있어야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역 정부의 협력을 끌어 들였다. 각각은 니즈(needs)가 명확했다. 2004년 만들어진 갤러리아 스튜디오가 그 예다.


부동산 개발업체 배랫 홈즈(Barratt Homes)는 런던 도시계획법 제106조에 따라 폐공장 부지의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 Acme가 필요했다. 대규모 주택 개발이 이뤄질 때 계획 단계에서 상업적 공간을 포함시키는 것이 의무적인데, 여기서 일부 공간은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작업실을 제공하는 데 쓰여야 한다. 또 여기에 개발업체는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확보가 중요했다. 사우스워크(Southwark) 자치구는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 효과와 고용 인력의 활용을 원했고, 예술가들은 저렴한 스튜디오 공간 확보가 목표였다.


▲예술 스튜디오로 탄생하기 이전의 모습. Acme는 고기파이 공장, 오래된 학교, 가죽 창고 등의 공간을 새롭게 변모시켰다.(사진=Acme)

이 조건들이 맞아 갤러리아 스튜디오가 만들어졌다. 팬톤은 “주택 사업의 틀에서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 개발업체, 지역 정부와 협력했다. 개발된 부동산에 예술가들이 입주하면서, 건물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일반 아파트의 분양가가 상승해 배랫홈즈는 이윤을 확보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사우스워크의 고용 인력이 계속 활용됐고, 문화예술 파생 효과로 지역이 발전하면서 도시 재생 효과까지 얻었다. 그리고 Acme는 기존 자산을 바탕으로 이 갤러리아 스튜디오를 또 구매하면서, 영구적으로 예술가들에게 안락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확보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을 꾸준히 활용해 Acme는 2000~2012년 건물을 추가로 꾸준히 매입하면서 현재의 16개 건물까지 이르렀다. 초기엔 예술 관련 단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시작했지만, 여기에만 기대지 않고 더 큰 자본을 가진 부동산 업체를 끌어들이고 자체적으로 몸집을 불려나가,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재도 Acme는 확보한 자산을 예술가들에게 싸게 팔고, 그 수익금을 보태 다시 건물을 구매하는 식으로 자산을 늘려가고 있다.


팬톤은 “사회와 기업 문화는 삼각 구도와도 같다. 뭔가를 제공하고 얻어야 하는 니즈가 안정적인 삼각 구도를 이룬다. 이 니즈를 제대로 공략해야 서로 윈윈 효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러리아 스튜디오를 방문해 예술가와 만나고 있는 문화부 장관 데이비드 래미(2006, 오른쪽). 예술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 속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사진=Ac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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