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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건축가이자 화가-도시계획가였던 르 코르뷔지에를 본다

‘현대건축의 아버지: 4평의 기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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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2호 김금영⁄ 2016.12.02 08:44:58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가이자 화가, 도시계획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Centre Pompidou, MNAM-CCI, Dist. RMN-Grand Palais / Gisèle Freund, reproduction de Guy Carrard.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현재 대규모 공동주택(아파트)은 흔하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처음이 힘들듯, 기존 1인 주택 형태에 익숙하던 사람들의 주거 생활에 첫 등장한 공동주택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이 발명 뒤에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르 코르뷔지에(1887~1965)가 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100인’ 중 유일하게 건축가로서 이름을 올렸고, 올해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그가 만든 현대건축물 17개가 한 번에 등재돼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 이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 그리고 그의 삶을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1887년 스위스 라쇼드퐁에서 태어나 건축가이자 화가, 도시계획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그의 다양한 재능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를 주관하는 코바나컨텐츠는 “르 코르뷔지에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는 신념 아래 사람을 위한 건축을 했다. 과거 집은 살기 위한 장소가 아닌, 권위와 지배를 위한 개념이었는데,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중심에 인간을 뒀다. 그리고 전쟁과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작은 공간이라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를 창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르 코르뷔지에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이 움직이기에 불편함이 없는 최적의 황금수치를 개발했다. 저비용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이 건축은 전 세계로 확산돼 지금의 도시 모습이 구현됐다. 이처럼 르 코르뷔지에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었다. 전시는 그의 이런 행적을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르 코르뷔지에, '고양이와 여인 그리고 차 주전자'. 캔버스에 유화, 100 x 81cm. 1928. ©FLC/ADAGP, 2016.

드로잉, 회화, 모형 등 르 코르뷔지에의 미공개 140점을 포함해 전체 5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된다. 크게 건축가로서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르 코르뷔지에에 접근하는 특징이 있다.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들을 그림으로 그렸고, 이 그림엔 항상 건축이 있었다.


전시는 크게 8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섹션 1은 ‘르 코르뷔지에는 누구인가?’로, 르 코르뷔지에가 태어난 1887년 스위스의 라 쇼드퐁 마을 시절부터 그가 삶의 마지막을 보낸 니스의 캅마르탱 해안까지, 그의 삶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섹션 2는 화가를 꿈꾸던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과 인간’에 눈을 뜬 계기를 보여준다. 여기서 르 코르뷔지에의 생각이 표현된 글, 그리고 정밀한 관찰력이 엿보이는 드로잉과 수채화를 볼 수 있다.


‘4평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그의 메시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유니테다비타시옹(마르세이유 소재)의 모형. ©FLC/ADAGP, 2016.

섹션 3은 르 코르뷔지에의 초기 건축 도면을 주로 보여주고, 섹션 4는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화가였던 르 코르뷔지에의 특징을 보여준다. 피카소를 비롯한 다수의 입체주의에 대항한 순수주의를 내세우며, 좀 더 장식을 없애고 본질을 추구하자고 주장한 르 코르뷔지에의 1918~1925년 페인팅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섹션 5는 현대식 아파트가 생기는 과정 및 모티브가 된 작품들을 전시해 눈길을 끈다.


섹션 6은 평생 어머니와 아내 이본의 사랑을 갈구한 르 코르뷔지에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다. 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느낄 수 있다. 섹션 7은 그의 건축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는 회화 작품들을 전시한다.


▲작은 집(까바뇽). 1951. ©FLC/ADAGP, 2016.

마지막으로 섹션 8은 체험관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마지막 여생을 보냈던 약 4평의 오두막집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공간은 명상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르 코르뷔지에는 ‘4평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생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시의 마지막은 이런 그의 생각을 오롯이 관람객이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전시에는 건축가들의 축제의 장도 함께 펼쳐진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모형 50점을 공개하며, 그의 건축에 존경의 메시지를 보낸다. 안도 다다오 외에 마리오 보타, 장 루이 코헨이 이번 전시를 위해 에세이를 썼다. 국내에서는 건축가 승효상과 김원, 그리고 홍성태 교수 등이 에세이 작업과 전시 연계 강연에 참여한다. 이들은 현대미술과 건축, 디자인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펼친다.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개 예정이다.


▲르 코르뷔지에, '정물화'. 220 x 310cm. 1965. ©FLC/ADAGP, 2016.

코바나컨텐츠 측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은 건축가들에게 성지순례처럼 여겨지는 장소다. 이번 전시는 그가 세계에 미친 영향력과 메시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다. 또한 미래 건축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성당을 가상현실(VR)로 이번 전시장에 재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비용과 작은 공간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공간 혁명’을 일깨운 르 코르뷔지에의 혁신적인 생각이 건축가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주고,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빛을 전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12월 6일~2017년 3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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