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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 사이의 징한 연결고리

클래식 스타 캐스팅 등 차별화 전략으로 무대 꾸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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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6.12.13 14:33:35

▲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과 팬텀 역으로 호흡을 맞추는 김순영(왼쪽)과 박효신.(사진=EMK뮤지컬컴퍼니)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뮤지컬 ‘팬텀’이 첫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짝퉁 아냐?” 그런데 무대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이야기였구나!”


지난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뮤지컬 ‘팬텀’이 1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았다. ‘팬텀’은 시작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그 이름도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원작이 같다. 오페라 극장에 숨어 사는 흉측한 얼굴의 천재 음악가 팬텀과, 그런 팬텀을 사로잡는 디바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다루는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바탕으로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오페라의 유령’이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뮤지컬 ‘팬텀’은 대본에 음악이 입혀질 즈음인 1984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오페라의 유령’ 제작 계획 소식을 발표하면서 흔들렸다고 한다. 콘텐츠 선점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원작이 같다면 더욱 그러하다. 먼저 앞서 나와야 ‘오리지널 명품’이라는 소리를 듣고, 간발의 차로 조금 늦게 나오면 바로 따라했냐는 식의 ‘짝퉁’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정영주는 마담 카를로타 역을 맡아 공연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사진=EMK뮤지컬컴퍼니)

그래서 뒤늦게 나온 ‘팬텀’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과 차별화 방식에 집중했다. 캐스팅에서도 그랬다. 국내 초연 당시 ‘팬텀’은 뮤지컬 배우를 비롯해 크로스오버 테너 카이, 소프라노 임선혜와 김순영, 발레리나 김주원과 황혜민 그리고 최혜원, 발레리노 윤전일과 알렉스까지 클래식 스타를 끌어들여 눈길을 끌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압도적인 음악이 특징이다. 이에 대응해 ‘팬텀’은 전문 클래식 스타를 끌어들여 극중 오페라에 등장하는 성악곡, 그리고 발레 장면을 어설프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올해 공연에서도 김순영, 김주원, 황혜민, 윤전일 등이 다시 출연해 무대를 채운다. 이들의 목소리와 몸짓은 어김없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특히 2막의 첫 시작 부분은 몸짓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식을 취했다. 노래 없이 진행되는 무대에도 몰입감이 있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방식을 취했다. 기존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왜 팬텀이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되는지 명확하게 과정이 나오진 않는다. 다만 천재 음악가인 팬텀이 아름다운 목소리와 음악 재능을 지닌 크리스틴에 끌렸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런데 ‘팬텀’은 크리스틴의 목소리와 더불어, 왜 팬텀이 크리스틴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개연성을 불어넣는 스토리를 첨가했다. 그리고 팬텀의 숨겨진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왜 팬텀의 얼굴이 흉측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세세하게 나온다. 이야기를 볼 때 ‘왜’라는 의문점을 갖는 관객에게는 ‘팬텀’이 그 의혹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셈.


캐릭터들도 주목된다. 특히 올해의 팬텀 박효신 또한 관객들의 기대를 채워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가수로 데뷔한 그이지만, 어느덧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가수로 활동하던 그의 목소리를 듣다가, 얼굴을 가린 채 무대에 등장한 그를 보면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가요계에서는 일명 ‘소몰이’ 창법으로 애틋한 목소리를 들려줬던 그가 ‘팬텀’에서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중저음부터 고음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그의 히트곡 ‘눈의 꽃’을 들었는데, 공연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목소리가 무대를 채웠다. 박효신인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캐스팅을 확인했다. 박효신이라는 한 가수이자 배우의 목소리가 이토록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을 ‘팬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2막의 첫 시작은 극장감독 제라드 카리에르의 젊은 시절이 채운다. 여기에서 김주원(왼쪽)과 엄재용의 아름다운 춤이 펼쳐진다.(사진=EMK뮤지컬컴퍼니)

공연계의 대모인 정영주의 역할 또한 크다. 기존 ‘오페라의 유령’보다 캐릭터가 강화됐다. 남편의 권력을 등에 없고 오페라 극장의 새로운 디바 자리를 차지해 크리스틴을 괴롭히는 마담 카를로타 역을 맡았는데, 근엄한 공연의 분위기에 웃음을 불어넣는 존재다. 카를로타의 노래를 들으며 팬텀이 괴로워하며 부르짖는 모습은 특히 압권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팬텀’이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오페라의 유령’ 노래 자체가 이미 유명한 가운데 ‘팬텀’에서는 귀에 명확하게 꽂히는 킬링 넘버가 부재한다. 배우들의 목소리는 절정에 달하고 아름답지만, 노래가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스토리가 다소 진부한 점이 있다. “내가 네 아버지”라는 식의 울부짖는 장면은 이미 어디선가 많이 본 흔한 장면이다. 처음에 화려하게 시작했던 무대, 그리고 흥미진진했던 이야기가 오히려 절정에 다다라 갑자기 진부한 신파로 빠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의 유령’과 차별화를 두려는 ‘팬텀’의 계속되는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아직은 독자성을 갖춘 공연이라는 평가보다는 ‘오페라의 유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로 인해 비교의 대상에 먼저 오른다. 하지만 추후 10년 뒤에는 두 작품이 각자 어떤 위치에 또 올라서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공연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2017년 2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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