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투리스모에 英매체 “크기 만족스럽지만 배열-주행감엔 갸우뚱”
▲실버스톤 클래식 행사장 내 쌍용자동차 영국 대리점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쌍용자동차)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Telegraph)가 8일(현지 시각) 자동차 리뷰 한 편을 게재했다. 유럽인에게는 현대·기아차보다 생소한 브랜드인 쌍용자동차의 MPV(Multi Purpose Vehicle: 다목적차량), 투리스모가 그 대상이었다. 리뷰를 쓴 에디터 에드 와이즈먼(Ed Wiseman)은 투리스모에 대해 “비교를 불허하는 넓은 공간을 갖춘 저렴한 MPV”라고 총평했다.
그는 투리스모를 리뷰하면서 10개 세부 항목에 대해 각각 1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10개 세부 항목은 ▲공간 ▲안락함 ▲대시보드 배열 ▲주행 용이성 ▲운전의 재미 ▲신뢰도 ▲연비 ▲가격 ▲안전성 ▲기본사양이다. 최고 점수를 준 항목은 9점을 준 ‘공간’ 항목이었고, 최저 점수는 4점을 준 ‘운전의 재미’ 항목이었다. 와이즈먼은 투리스모의 전반적인 점수를 7점으로 평가했다.
▲속도계 등 주요 계기판이 대시보드 중간에 위치해 “어떻게 보라는 것이냐”는 혹평을 받았다. (사진 = 쌍용자동차)
투리스모는 쌍용의 첫 미니밴이었던 로디우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며 국내에는 코란도 투리스모로 출시되어 있다. 2015년 9월에 2.2리터 디젤 엔진으로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유럽의 환경규제 기준인 유로6 인증도 획득했다. 그리고 전자식 4WD 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2륜에서 4륜구동으로의 전환이 간단히 이루어진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코란도 투리스모는 좌석이 4열로 배열된 11인승 MPV인 데 비해 영국 수출용 투리스모는 7인승이다. 좌석 배열은 3열이며, 2열에는 보조석 없이 2개의 좌석만 마련되어 있다. 현재 영국 판매가는 최저 1만 9250파운드(약 2830만 원)부터 시작해 동절기용 타이어까지 풀옵션을 장착해도 2만 5250 파운드(약 3712만 원)에 불과하다.
▲영국 수출용 투리스모는 11인승인 코란도 투리스모와 달리 좌석이 7인승으로 배열되어 넉넉한 실내공간이 특징이다. (사진 = 쌍용자동차 UK 홈페이지)
내수용 코란도 투리스모는 11인승,
영국 수출용 투리스모는 7인승
좌석 4열의 11인승 차를 3열 7인승으로 개조한 만큼 승객의 공간이 넓어졌다. 게다가 트렁크 용량도 엄청나게 커졌다. 영국 투리스모의 트렁크는 좌석을 모두 세웠을 때도 875리터나 되며 2열과 3열 좌석을 없애면 3146리터까지 커진다. 같은 7인승 MPV인 포드(Ford) 갤럭시(Galaxy)도 작은 편이 아닌데 트렁크 용량은 2339리터라는 것을 고려하면 투리스모의 탑재력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영국에서 인기 있는 7인승 자동차로는 포드의 갤럭시 외에도 S-맥스(Max), 시트(SEAT)의 알함브라(Alhambra), 볼보(Volvo)의 XC90 등이 있다. 만약 투리스모만큼 트렁크 공간이 넓은 차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폭스바겐(Volkswagen)의 카라벨르(Caravelle)나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비토(Vito) 같은 밴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이 모델들을 2만 5천 파운드로 사려면 수년 전 연식에 수만km의 주행거리가 있는 중고차를 찾는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투리스모의 저렴한 가격은 확실한 강점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 정도 크기를 갖춘 자동차 시장에서 이 정도 가격대의 모델은 투리스모 뿐이니, 투리스모의 시장 경쟁이라는 것은 “출전 경주마가 한 마리에 불과한 레이스”와 다름없다.
그런데 텔레그래프는 이 정도 예산으로 이만한 차를 찾는 소비자에게, “투리스모를 사기로 결정하기 전에 중고차 시장을 둘러볼 것”을 권하며 위에 열거한 다른 모델들을 언급했다. 투리스모의 가격 경쟁력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은 것이다. 쌍용이 5년이라는 긴 품질보증기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고차와 확연히 비교되는 강점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영국 고객은 투리스모보다는 중고차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투리스모의 올드(old)한 인테리어와 형편없는 핸들링, 그리고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는 영국의 1966년 월드컵 우승 50주년을 맞아 티볼리 6대를 이용한 자동차 축구 경기 이벤트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 쌍용자동차)
쌍용측 “주력모델 아냐…티볼리로 인지도 향상 중”
한편, 텔레그래프는 지난 9월 ‘실제로 아무도 구입하지 않는 차량 탑10’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가장 적게 팔리는 차들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던 적이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당시 영국에서 26대밖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1위로 꼽혔고, 쌍용 투리스모는 약 1천 대가 등록되어 10위로 꼽혔다.
이 기사에서 텔레그래프는 투리스모에 대해 “유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강조하며 타는 차”라고 표현했고, 또한 “핸들링과 가속력을 크게 상관 않는다면 가격 대비 역시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투리스모가 쌍용차의 유럽 수출 주력 차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때 큰 차들이 주류였던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이제 소형 SUV와 연비효율이 좋은 차량 쪽으로 돌아섰다”며, “쌍용차의 수출 주력 차종 역시 티볼리와 코란도 스포츠 등이며, 로디우스나 투리스모는 쌍용차가 보유한 다양한 트림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 시장에서도 쌍용차의 경쟁은 티볼리가 이끌고 있다”며, “투리스모는 농장이 많은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쌍용차의 브랜드 인지도가 현대차·기아차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4WD 성능을 갖추고도 저렴한 차를 찾는 실용적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여기서 투리스모의 경쟁력은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상관없이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도 투리스모 리뷰를 통해 “쌍용이라는 회사에 대해 들어본 적 없는 영국인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회사의 다른 모델들(티볼리, 코란도 C 등)이 명성을 얻어가면서 브랜드의 인기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는 영국 프로축구 4부 리그인 리그 투(League Two)의 축구팀 루턴 타운(Luton Town) FC와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루턴 타운 FC 소속 선수들이 쌍용자동차 로고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 = 쌍용자동차)
축구팀 스폰서 등 마케팅에 적극 나서
실제로 최근 영국에서 티볼리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쌍용차의 인지도는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쌍용차 관계자는 “영국은 쌍용자동차의 수출국 중 매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 중 한 곳으로, 대리점 규모도 전 세계의 쌍용 대리점 중에서 탑3 수준에 든다”고 밝혔다.
이어 “텔레그래프, 오토익스프레스, 톱기어 등 여러 주요 매체에 의해 리뷰가 다뤄지는 등 최근 영국에서 쌍용차가 주목받고 있다”며 “이에 쌍용차는 유럽, 특히 영국에서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꾸준히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는 최근 유럽 시장, 특히 영국 시장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8월 영국 실버스톤 서킷(Silverstone Circuit)에서 열린 2016 ‘실버스톤 클래식(Silverstone Classic)’ 페스티벌에 쌍용차 60여 대를 행사 진행 차량 및 의전 차량으로 제공하는 등 공식 스폰서로 활동했다. 올해 26회째를 맞은 실버스톤 클래식은 세계에서 가장 큰 클래식 자동차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이다.
특히, 쌍용차가 가진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SUV 이미지에 맞는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쌍용의 영국 대리점은 리그 투(League Two, 영국 프로축구 4부 리그)에서 활약 중인 ‘루턴 타운(Luton Town) FC’와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또한, 영국이 1966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지 5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 티볼리 6대를 이용해 당시의 경기를 재연하는 자동차 축구 경기 이벤트를 개최하고 수익금을 영국 전립선암 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쌍용자동차의 투리스모. (사진 = 쌍용자동차)
“계기판을 도대체 어떻게 보라고?” 세부 항목별 평가 요약
▲공간 - 9점 보는 것보다도 현저히 더 크다. 투리스모가 원래 11인승으로 개발된 MPV이며, 전신인 로디우스가 미니밴이었다는 점에서 경쟁 차량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안락함 - 7점 실내공간이 넓고, 과거의 쌍용차보다 나아졌다는 점을 좋게 봤다. 특히 2열을 가운데 보조석 없이 운전석·조수석과 비슷한 ‘캡틴 자리’로 만들어 엘보 룸(elbow room: 좌석 좌우의 공간)이 넓어진 점에 주목했다. 벤치(bench)형 좌석인 맨 뒷자리는 “2열보다는 좁아도 어른이 앉기에는 가장 넉넉한 차”라고 설명했다.
▲대시보드 배열 - 6점 투리스모는 속도계 등 계기판을 핸들 너머가 아닌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배치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엉망이다”라며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라고 혹평했다. “운전자가 현재 속도를 체크하려면 그때마다 시선을 돌려야 하므로 정신을 빼앗길 것”이며, “보는 각도조차 고려하지 않은 디스플레이”라고 비판했다. 투리스모의 거대한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터치스크린과 불편한 핸드브레이크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주행 용이성 - 5점 “덩치가 너무 커서 파일럿 보트(pilot boat: 견인 보트)가 필요할 정도”라고 비꼬면서 5점을 줬다. “혼잡한 시내 주행을 할 때나 주차장에서는 후방 카메라와 후진 주차용 센서가 필수”라며 아쉬워했다. 다만 “전방 시야가 좋고 핸들링은 시내 주행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라서 용서할만하다”고 평가했다. 벤츠의 7단 오토매틱 변속기와 4륜구동 옵션 덕분에 “모든 도로 형태에 적합하고, 가속할 때 숨 가쁜 느낌은 덜 하다”고 장점을 꼽았다.
▲운전의 재미 - 4점 그냥 “없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최저 점수를 매겼다. 텔레그래프는 “이전 로디우스도 마찬가지였지만 투리스모의 장점에 운전의 재미라는 항목은 비중이 작다”며 “부드럽고 거슬리지 않는 주행 성능을 갖췄지만 즐거움이랄 것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너무 크고 무게중심이 높은 데다 서스펜션이 기본적으로 유연해서 바디롤이 심하다는 점을 특히 큰 단점으로 지적했다. “회전 교차로에 진입할 때 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핸들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웃길 수는 있지만 즐거울 일은 아니다”라고 조크를 던졌다.
▲신뢰도 - 8점 자동차의 고장 신뢰도(Reliability)에 관한 항목에서 텔레그래프는 주행거리와 상관없이 5년간 제공되는 쌍용차의 품질보증 정책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다만 “쌍용차는 차마다 품질이 오락가락하고 대체로 투박한 SUV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비 - 7점 차 자체가 워낙 크고 무겁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액셀을 다루는 방식, 4륜구동 전환 등의 조건에 따라 연비 범위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가격 - 8점 동급 최저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 가격에 4륜구동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봤다. 그러나 “쌍용차의 감가상각(시간의 흐름에 따라 값이 떨어짐)이 가파르게 빠른 편”이라며, 같은 값이면 중고차 시장도 살펴보라고 권했다.
▲안전성 - 5점 기본적인 안전장치들이 달렸지만 모두 매우 평범한 수준이고, 유럽 신차평가제도(NCAP)의 평가결과가 없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기본사양 - 7점 “최저 스펙일 때가 가격 대 성능비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가장 낮은 사양에도 에어컨, 가죽핸들, 블루투스, 사이드미러 열선 등이 포함된다는 점은 높게 평가했다. 다만 “상위 레벨로의 업그레이드 옵션 대부분이 사소한 것이라서 굳이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업그레이드로 인해 가격이 2만 파운드를 훌쩍 넘긴다면 투리스모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