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 Above the Sea(어버브 더 씨)
‘Above the Sea(어버브 더 씨)’는 7미터 길이의 그림을 아코디언처럼 접어 만들었다. 커다란 그림을 소유하고,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그림 읽기’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 브루노는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14년째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평소에 병풍식 화첩이나 두루마리 족자를 들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곤 한다. 직관에 의지해 의식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는 ‘오토매틱 드로잉’ 기법을 즐기는 작가다. 책장의 한 면에 펼쳐진 세상의 한 장면은 다음 장에도 연결되며, 쭉 펼치면 접힌 횟수만큼 커다란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는 “사람들이 내 그림의 의미가 뭔지 몹시 궁금해 하지만 솔직히 다른 사람이 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는지는 전혀 관심없다”며, “그 어떤 것도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그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두 번째 이유로 “어느 누구도 나무, 구름, 새를 바라보며 ‘나무의 의미는 무엇이지?’ ‘새의 의미는 무엇이지?’라고 질문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무, 구름, 새를 바라보는 것처럼 내 그림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그는 이 책을 만들면서 (그림이) 아주 길게 이어지며 조금씩 바뀌어가는 지속성과 움직임의 인상에 관심을 뒀고, 그것은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의 문장 만들기 놀이와 흡사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책을 전부 보기 위해서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마치 인생과 같다”며,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벌어진 모든 정황을 완벽하고 명확하게 볼 순 없지만 과정에 놓인 일부분에 집중하거나, 부분들을 연결하거나, 삶을 서술할 때, 그것은 비로소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고 전한다.
브루노 지음 / 2만 5000원 / 안그라픽스 펴냄 / 54쪽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