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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라이프] 스마트워치 시장, LG와 구글이 흐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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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4호 윤지원⁄ 2017.02.27 11:24:21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2.0 플랫폼의 LG워치 스타일. (사진 = 연합뉴스)


LG전자가 2월 10일 미국에서 구글 스마트워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탑재한 'LG워치'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3월 중 출시 예정인 가운데, LG전자와 구글의 새로운 모델이 스마트워치 시장 판도 변화를 이끌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애플워치2'와 '삼성 기어 S3'의 양강 구도에서 결국 누가 승자가 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애플의 판정승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6년 스마트워치 시장점유율은 애플 55%, 삼성전자 11.4%로 다섯 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애플워치2는 4분기에 등장해 엄청난 기세로 팔려 나갔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워치는 600만 대 이상 팔렸다. 이는 4분기 애플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수치이며, 4분기 모든 브랜드의 스마트워치 판매량 900만 대 중 67%나 된다.

기어 S3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친 가장 큰 이유로는 11월이라는 출시 시점이 경쟁모델인 애플워치2(9월)에 비해 너무 늦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7년에도 삼성과 애플의 맞대결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LG워치의 출시에 이어 구글의 새 웨어러블기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탑재한 새 스마트워치들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애플워치는 애플이 전용으로 개발한 워치OS 3.0을 탑재하고 나왔고, 기어 S3는 삼성이 자체 개발한 OS인 타이젠 기반 웨어러블 플랫폼 2.3.2를 탑재했다. 따라서 2017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모델과 모델의 경쟁보다 애플, 삼성, 구글이라는 빅3의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간의 경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애플, 시장 확대에 기여했지만 소비자는 실망

스마트워치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2015년 2분기 애플이 첫 스마트워치인 1세대 '애플워치'를 내놓았을 때다. 

기존 스마트워치 시장의 강자로 꼽히던 ‘페블(Pebble)’이 2015년 3월까지 3년 동안 판매한 스마트워치는 100만 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애플은 그해 4월에 애플워치를 출시한 이후 연말까지 무려 1300만 대를 판매했다. 1분기 전체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160만대에 불과했는데, 애플워치의 등장으로 이 수치는 4분기 900만 대까지 500% 이상 늘어났다.

놀라운 증가세다. 하지만 애플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수치였다. 업계는 3억 명이나 되는 전 세계 애플 아이폰 이용자와 그 충성스러운 문화를 고려해 1세대 애플워치가 4천만 대까지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의 스마트워치에 크게 실망한 소비자까지 흡수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2.0 플랫폼의 LG워치 스포츠. (사진 = LG전자)


1세대 애플워치는 성능에서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면은 너무 작고 앱 실행 속도는 느렸다. 배터리 용량은 너무 부족했으며, 가격은 너무 비쌌다. 기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워치들이 보여준 단점들을 극복하지 못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애플워치에 대한 실망감은 고스란히 시장에 반영됐다. 2016년 1분기 스마트워치의 전체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0% 늘어난 320만 대였다. 하지만 바로 전 분기와 비교하면 3분의 1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4분기까지 변동이 없었다. 

이제 사람들은 신제품인 2세대 애플워치와 기어 S3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출시된 애플워치2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앱 실행 속도가 7배나 빨라지고, 자체 GPS를 내장한 데다 50m 방수 기능까지 갖췄지만 이전 세대 제품과 디자인-활용도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 시장 확대를 주도할 제품은 아니라는 평가였다.

기어 S3는 애플워치2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커지는 등 뛰어난 하드웨어 사양을 내세웠다. 또한, 삼성전자가 ‘탈(脫)구글’을 선언하고 개발해 탑재한 타이젠 플랫폼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뿐 아니라 아이폰과의 연동도 가능했기에, 더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으로 여겨졌다. 디자인 면에서도 애플보다 '시계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4분기 시장 집계에서는 비록 애플과 큰 차이를 보였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의 판매 성적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기어 S3의 하드웨어 사양은 놀랍다. 기어 S3는 스마트워치 최초로 듀얼코어 64비트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강수를 뒀다. 삼성전자의 강점이자 전략인 ‘경쟁자보다 뛰어난 사양의 하드웨어’를 스마트워치에도 적용한 것이다. 덕분에 기어 S3는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도 가장 최신의 운영체제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손목에서 HD 동영상까지 처리할 수 있는 그래픽 프로세서가 통합되어 있다. 프론티어 모델의 경우 스마트폰이 가까이 없어도 독립적으로 통화가 가능한 LTE 버전도 포함되어 있다. GPS와 내장 스피커 외에 고도계, 기압계, 속도계 등을 갖췄고, 아직 국내에 적용되고 있지 않지만 삼성페이도 지원한다.

그런데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나 삼성이 내놓는 고급 스마트워치가 스포츠워치를 지나치게 의식해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애플은 애플워치2의 방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기어 S3도 홍보영상의 절반 이상을 아웃도어 기능에 할애했다. 그러나 정작 아웃도어나 액티비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활동에 필요한 기능들만 들어가 가볍고 그 성능도 더 정교한 핏빗(Fitbit)이나 가민(Garmin), 순토(Suunto) 등 전문 스포츠워치를 더 신뢰한다. 

▲삼성전자의 기어 S3 프론티어. (사진 = 삼성전자)


기대 이하의 시장 성장률에
상반된 시장조사 결과 나오기도

스마트워치는 분명 진화해왔지만 성장률은 답보상태나 다름없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지난해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2110만 대로 전년대비 1.4%밖에 증가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애플워치의 등장을 기다릴 때만 해도 스마트워치는 위축되고 있는 모바일 기기 산업 전체의 부활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스마트워치는 당시 전망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심지어 시장 규모에 비해 내실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낸 곳은 애플과 삼성밖에 없는 반면 핏빗에 인수된 페블이나 모토로라, 팬텍 등은 잇따라 스마트워치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전문가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오락가락하고 있는 듯하다. 시장조사 업체들이 상반된 보고서를 내놓는 보기 드문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업체 IDC는 3분기 스마트워치 출고량이 51%나 감소했다고 발표한 반면, 카날리스는 반대로 60%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두 회사가 애플워치 출고량을 각각 다르게 집계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IDC는 애플워치의 출고량이 71%나 감소한 110만 대라고 추정했고, 카날리스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280만 대라고 집계했다.

‘컴퓨터월드’의 조니 에반스는 당시 실제 시장상황이 카날리스의 보고서에 더 가까울 것으로 여겼다. 고급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이 인기가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이전 버전의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레노버의 모토(Moto), 화웨이, LG 등의 스마트워치가 애플워치보다 훨씬 더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 열광시킬 '새 것' 담는 게 관건

IT 전문매체 시넷은 스마트워치 시장의 기대 이하 실적에 대해 "시간 확인, 제한적인 네트워크 연결, 운동량이나 수면 패턴 모니터링 정도가 전부인 채로는 새로운 시장 창출은 어렵다"며 "사람들은 아마존의 에코에 열광하고, 가상현실 VR 기기에 감탄할지 몰라도 스마트워치에는 열광도 감탄도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넷은 "소비자들을 감탄하게 만들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세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들을 동원해도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스마트기기 R&D 전문가는 CNB저널과의 통화에서 "스마트워치는 모순된 기기"라며 "손목시계라는 형태에 이미 기술 발전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기능과 배터리 용량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기능이 늘어나면 그만큼 자주 충전을 해 줘야 하는데, 자주 벗어 두는 스마트워치가 무슨 의미가 있나" 라고 지적했다.

공통된 지적이라면, 지금 스마트워치 시장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애플워치2와 기어 S3은 기존 모델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긴 하지만 소비자가 만족할 만큼 새롭지 않다는 게 시장 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2.0과 이를 탑재한 첫 모델인 LG워치에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시리즈 2’. (사진 = 애플)


안드로이드 2.0과 LG워치에 대한 기대

애플이 장악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은 뛰어난 폰 제조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급성장하며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을 빼앗아오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제외한 나머지 기기에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를 탑재하기로 선언한 이후,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탑재하는 첫 스마트워치 제조사로 LG전자를 선택했다. 과거 구글이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뤄낸 영광을 이번엔 LG전자와 재현할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 웨어 2.0의 가장 새로운 점은 AI(인공지능)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전의 안드로이드 웨어 OS는 애플워치나 삼성 기어의 타이젠에 비해 기능이 떨어져서 인기가 하락하고 있었지만, AI 탑재 소식만으로도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올라갔다. 애플워치2도 시리를 지원하지만 문맥, 맥락 이해도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수 위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웨어 2.o은 안드로이드 기기와 iOS 기기 모두와 연동되는 크로스 플랫폼이다. 이는 삼성이 기어 S3에 탑재한 타이젠도 마찬가지다. 다만 안드로이드 웨어 2.o의 피트니스 전용 기능인 구글피트는 아직 iOS를 지원하지 않는 반면 기어S의 S헬스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기와 iOS 기기를 모두 지원한다.

또한, LG워치 스포츠와 기어 S3 프론티어는 애플워치2에는 없는 LTE 네트워크 기능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도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춘 셈이다. 이 점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는 LG워치를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안드로이드 웨어도 아이폰과 연동은 됐지만, 앱을 설치하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별도로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LG워치에서 필요한 iOS 연동 앱을 직접 다운로드받아 설치할 수 있다.

LG워치 스포츠와 스타일을 직접 체험해본 한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웨어 2.0이 이전 버전보다 깔끔해진 인터페이스로 각종 기능 탐색이 쉬워진 것을 또 다른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피트니스 기능에 관한 한 다른 스마트워치나 스포츠워치에서 이미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확도도 떨어지고, 심박수나 수면시간 확인 기능이 아직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아직까지는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2.0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치OS와 타이젠과 비교해 크게 뒤처지는 플랫폼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당장 LG워치뿐 아니라 화웨이, ZTE 등에서도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모델들을 공개할 예정이고, 기존 전통 손목시계 업체인 태그호이어나 파슬(Fossil) 등도 3월 중에 이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보통 이상의 성능으로 다양한 선택지까지 제공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웨어 2.0은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빠르게 영토를 넓혀갈 여지가 많다. 그렇다면 지금보다는 이후 업그레이드 된 플랫폼과 성능을 갖춘 차세대 LG워치는 애플·삼성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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