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골프 세상만사] 대통령이 세월호 때 골프 쳤더라면…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리라.”
우리나라 술자리 건배사 ‘오바마’처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고별 연설에서, 8년 전 대선 당시 자신의 구호였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외친 뒤 “우리는 해냈다(Yes, We Did)”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지난 1월 10일, 미 NBC 뉴스 등 현지 언론은, 자신의 외부 일정을 담당하는 보좌관 결혼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의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했다. 퇴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음에도 오바마는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서 열린 결혼식장에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날아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306회의 골프 라운드를 했는데, 절반 이상인 192회를 니컬슨과 동반했다. 그 둘이 얼마나 각별한 사이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그로부터 한 달 후 2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근처 라호야의 토리파인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던 신랑 브리아언과 신부 스테파니는 18홀 그린에서 막 퍼트를 마치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을 목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신랑과 신부는 골프장 측으로부터 결혼식을 한 시간만 늦춰달라는 통보를 받고 항의하려던 중이었다. 그 순간 18홀 라운드를 마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운동복을 입은 채로 신랑신부에게 다가왔다. 오바마는 결혼식에 차질을 빚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가벼운 포옹과 악수를 나눴고, 기념촬영도 해 신랑신부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다.
▲재임 기간 중 골프를 즐긴 버락 오바마. 그는 골프광으로 불렸다. 사진 = 위키피디아
제44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는 누가 뭐라 해도 ‘골프광’임이 틀림없다. 재임 8년 동안 대통령이라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월 3회 이상은 필드로 내달렸다는 계산이다. 라운드 횟수와 열정에 비하면 대단한 실력은 아니지만, 주말 골퍼로는 손색이 없는 안정적인 80대를 기록하며, 핸디캡 지수는 13이라 한다. 골프광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달고 있는 사람치고 시의적절하지 않은 골프 라운드로 인해 곤욕을 치르지 않은 사람은 없듯이 오바마 대통령도 나름대로 제법 많은 곤욕을 겪었다.
골프광이면서도 인기 최고 오바마
“사치”라 멀리하거나 몰래 친 한국 대통령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 골프 연습장을 폐쇄하고 골프를 사치성 스포츠로 규탄해, 공직자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청남대 골프장은 골퍼 스스로가 파 5홀을 설계할 수 없도록 공의 길을 방해하는 키 큰 나무들을 많이 심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내 프로 골퍼들이 세계무대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자 골프의 대중화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자신은 건강 문제로 골프를 하지 못했으므로 공직자들은 조심하느라 골프를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골프 애호가였지만, 공직자의 근무 중 골프장 출입은 강력하게 제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는 골프채를 만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레 ‘공직자 골프 금지’라고 받아들였으나, 임기 후반에는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최규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은 모두 재임 중 골프를 즐겼다.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은 골프에 아예 접근도 안 했다. 만약에 세월호가 가라앉는 7시간 동안 대통령이 골프 라운드를 했더라면…. 아무리 대한민국 낭자들이 세계 메이저급 골프대회에서 상금을 싹쓸이하고, 올림픽 골프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골프를 할 수 없는 세상이 됐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하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