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아트 컬래버레이션] 한사토이와 백은하 작가가 만나 동물에 ‘귀 기울이다’

동물과 사람의 ‘LIFE’에 주목

  •  

cnbnews 제536호 김금영⁄ 2017.05.23 15:46:24

▲한사토이의 김성진 대표(왼쪽)와 백은하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마치 야생 정글의 한 복판에 들어온 느낌이다. 글로벌 인형 브랜드 한사토이 압구정점의 첫인상이다. 아스팔트와 아파트로 가득찬 동네에서 맞닥뜨린 색다른 풍경이었다. 건물 1~2층엔 사자, 호랑이, 곰, 여우, 사슴, 기린, 펭귄 등 다양한 동물 인형이 풀빛의 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3층엔 또 색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인형을 보다가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거위의 모습이 천과 실로 그려진 작품 ‘동물사용백서 - 푸아그라’다. 실로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지만, 더 놀라운 것은 작품에 담긴 이야기다. 작품엔 더 큰 크기의 푸아그라(살찐 간, 기름진 간을 뜻함)를 얻기 위해 거위에게 억지로 사료를 먹여 빠른 성장을 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옆에는 살아있는 채 털이 무차별하게 뽑히는 ‘동물사용백서 - 구스다운’도 있다. 사람이 입는 옷에 쓰이는 털을 제공하기 위해 희생당하는 거위의 모습이 담겼다.


▲한사토이의 인형(왼쪽)과 백은하 작가의 작품이 함께 '라이프'전에 전시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그리고 이 작품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3층 입구엔 귀여운 병아리 인형과 실로 그린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인형의 모습은 매우 귀엽다. 그런데 작품엔 필요가 없는 알이라고 판단되면, 병아리가 채 부화하기도 전에 갈아서 없애버리는 현실을 담고 있다. 귀여우면서도 섬뜩한 풍경이 교차된다.


인형과 작품이 함께 하는 풍경은 3층 갤러리 공간에 구성됐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한사토이의 실물 인형으로 등장한다. 초원, 숲, 도로 위에 서 있는 사자, 호랑이, 따오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순진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이름은 ‘마지막 사자’ ‘마지막 호랑이’ ‘마지막 따오기’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멸종 위기 속에 결국 세상에 한 마리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 처한 동물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각 작품 아래엔 인형들이 배치됐다. 특히 호랑이 작품 아래에는 행복한 꿈을 꾸듯 눈을 살포시 감고 잠들어 있는 인형이 배치돼 아이러니한 장면을 연출한다. 아름다우면서도 안타까운, 묘한 느낌이다.


한사토이와 백은하 작가가 ‘라이프(LIFE) - 천과 실로 그린 동물이야기’전을 함께 꾸리며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한사토이는 1972년 호주의 한스 엑슬램이 만든 동물 인형 브랜드로, 국내엔 오우아스를 통해 공식 론칭됐다.


▲작품 그리고 인형과 함께 한사토이의 김성진 대표(왼쪽)와 백은하 작가가 포즈를 취했다. 전시는 한사토이의 인형과 백은하 작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 어우러지는 방식을 취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컬래버레이션은 백은하 작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백 작가는 본래 동물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작업에 펼쳐 왔다. 카페 그레이스에서 열린 ‘지구(earth) -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 갤러리토스트에서의 ‘멸종위기의 인간성’ ‘월스 두잉(Worth Doing)?’전 등에서도 수많은 동물들과 그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그만한 가치가 있냐’고 묻는 ‘월스 두잉’에서는 강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간 위주의 삶에서 철저히 도구화돼 있고, 생명의 가치조차 인간에 의해 매겨지는 세상에 경각의 시선을 곤두세웠다.


 “원래도 동물에 관심이 있었지만 대학교 입학 때부터 고양이를 직접 키우면서 동물의 삶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지켜보니 고양이에게도 독립적인 하나의 삶이 존재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인간들이 동물을 도구화, 대상화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동물관련 자료나 기사도 찾아보게 되고,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됐죠. 그 과정에서 또 한사토이도 알게 됐고, 팬이 됐어요. 한사토이의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인형을 만든다'는 생각에 끌렸죠. 또 한사토이는 과도하게 미화되거나 캐릭터화된 동물이 아닌, 실제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해내고, 제작 과정에 있어서도 가능한 한 동물유래 소재를 피하고 인조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호감이 생겼어요.” (백은하 작가)


작품 속에서 튀어나온 실물 인형


▲백은하, '동물사용백서 - 푸아그라'. 천과 실, 30 x 30cm. 2015.

한사토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백 작가는 한사토이가 3층에 갤러리 공간을 두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펼쳐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를 꾸리고 싶은 생각에 제안 메일을 보냈는데, 그날 바로 한사토이의 김성진 대표가 전시를 보러 직접 찾아왔다고.


“한사토이는 이전에도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펼쳐 왔어요. 2011년 10월 국내 오픈 이후 1~2층은 상품 판매 공간, 3층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렸습니다. 패션잡지 보그, 로피시엘 옴므, 그리고 인테리어 잡지 메종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어요. 한사토이가 원단을 제공하면 디자이너들이 옷, 가구 등을 만들고 이를 전시 및 판매했죠. 인조 모피를 활용하면서 동물 보호의 메시지를 전했어요. 작가 개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천과 실을 이용한 친근한 느낌의 기법으로 동물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내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동물의 소중함과 교감에 대한 이야기가 한사토이의 철학과 맞닿는다고 생각했고요.” (김성진 대표)


▲백은하, '마지막 사자, 마지막 따오기, 마지막 호랑이'(부분컷). 천과 실, 각 53 x 45cm. 2017.

한사토이는 그냥 예쁜 동물 인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과 교감하는 인형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세상을 살면서 특히 고독한 현대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무조건 들어줄 존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위로의 존재로 한사토이는 동물 인형을 만든다. 진짜 살아있는 듯 ‘숨을 쉬는 인형’ 시리즈도 있다. 인형의 종류 또한 6000여 가지로, ‘아프리칸’ ‘우드랜드’ ‘레인 포레스트’ ‘언더 더 시’ 등 다양한 시리즈가 있다. 그래서 고객들은 인형을 데려갈 때 “사간다”고 하지 않고 “입양해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백은하 작가는 동물이 인간의 삶을 위해 쓰이는 부속물이 아니라, 함께 숨 쉬고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말한다. 이 부분이 한사토이와 백 작가가 맞닿은 부분이다.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힘이 되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자는 이야기. 그래서 공존과 교감을 위해 전시명도 ‘귀 기울이다’이다.


▲백은하, '동물의 초상 시리즈'. 천과 실, 각 15 x 15cm. 2014~2017.

“미술, 전시, 동물보호 같은 키워드가 접근이 쉬운 분야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한사토이의 인형과 함께 구성되면서 보다 접근하기 편안해졌어요. 처음엔 인형을 보고 ‘귀엽다’고 말하다가 함께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제가 천과 실을 사용해 작업을 하는 이유도, 소재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도 있지만, 천 자체의 따뜻한 느낌이 다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동물복지 주제를 부드럽게 녹아들도록 해주기 때문이기도 했거든요. 그만큼 관람객에게로의 접근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인데,한사토이와의 콜라보 작업이 그 거리감을 확 좁혀주었다고 생각해요. 어렵거나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잔인한 현실에 부담스럽지 않게 관심을 갖고 접근하게 되는 거죠.


또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한사토이의 인형과, 천에 실을 꿰는 손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제 작품이 동떨어지지 않아 시각적으로도 잘 어우러지기도 하고요.” (백은하 작가)


실제로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인형을 보며 신나 하다가 ‘동물사용백서’를 보고 “난 푸아그라 안 먹을 거야” 하고 말하는 관람객의 모습이 보였다. 작가의 작품에도, 한사토이의 인형에도 관심을 갖는 시너지 효과다.


▲백은하, '헬로 아프리카(Hello Africa)'. 천과 실, 55 x 55cm. 2017.

“저는 사업가예요. 상품을 잘 파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브랜드 가치예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죠. 감동시킬 수 있는 이야기요. 또 그게 고객에게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기존 공감을 토대로 하는 한사토이의 이야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작업이 바로 이번 컬래버레이션이었어요. 동물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하며 ‘그래, 내가 좋아하는 한사토이는 이런 가치 있는 브랜드야’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거죠. 이런 긍정적인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성진 대표)


백 작가 또한 기존 화이트 큐브의 전시장에서 벗어나 색다른 곳에서 전시를 열면서 다양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백 작가는 “작업을 하는 이유 중엔 사람들과의 소통도 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보다 넓어진 소통의 가능성을 봤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곳에서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백은하, '뷰티시크릿'. 천과 실, 50 x 38cm. 2015.

김성진 대표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의 확대를 계획 중이다. 지금 전시가 한사토이 압구정점에서 열리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보고 많은 걸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롯데월드몰점 등에서의 확대 전시를 기회가 되면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도에 한사토이 브랜드를 활용한 카페도 계획 중인데, 이 공간에서도 전시가 이뤄질 수 있는 방향 등 여러 가지를 구상 중이다.


“이번에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작가는 작업으로, 사업가는 상품으로 이야기한다지만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때 더 많은 이야기가 창출될 수 있다는 걸요.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활발히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김성진 대표, 백은하 작가)


전시는 한사토이 압구정점에서 6월 28일까지.


▲한사토이의 병아리 인형과 백은하 작가의 '수평아리' 작품이 함께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