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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유전공학 기술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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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8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7.06.05 09:33:04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때 코끼리만한 돼지를 만들 수 있다는 말로 많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했던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 기술이 괴물 GMO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우리 사회의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앞으로 예견되는 세계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는 과학계의 의견과, 지금은 먹어도 별일 없지만 다음 세대에 무슨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의 반대로 쉽게 결말이 나지 않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명체의 기본 설계도인 유전자의 구조를 알게 되고 그 구조를 변화시키면 인간이 원하는 생명체와 생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 놀라운 기술은 20세기 인류가 성취한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다. 이로써 인터페론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약들이 만들어졌고 각종 유전병을 태아 단계에서 교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먹거리로 사용되는 동식물의 품종 개량에 사용되는 일에 대해서는 유독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작물 개량에 앞장섰던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유전자변형 콩, 옥수수, 카놀라를 재배하여 아무런 표시 없이 온 국민이 사용해왔으나 눈에 띄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미국 과학기술한림원은 ‘유전자변형작물, 경험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아래 사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유전자변형 작물이 안전하게 사용되려면 각 나라의 안전관리체계가 잘 확립되고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요 국가들의 안전관리 체계를 비교 분석했다.

유전공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국가적 노력 필요

미국은 기본적으로 작물이나 식품의 최종 성분에 중점을 두어 관리하는 체계이다. 작물이나 식품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상관없이 관행 생산물과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이 인정되면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농산물을 주로 수입하는 유럽 국가들은 성분상에 차이가 없어도 신품종을 개발하는 과정이 관행 육종 방법에서 벗어나면 표시해야 한다며 분리 유통을 의무화하고 있다. 캐나다는 개발 방법이나 성분에 관계없이 새로운(novel) 작물이나 식품은 모두 관리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최근 유전자 덩어리 전체를 다루는 유전체(genome) 연구가 발전하면서 외래 유전자 조각을 부분적으로 재합성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유전체 편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이 기술은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아도 한 생물체의 유전체 안에서 유전자를 자르거나 붙이는 방법으로 원하는 형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유전자를 합성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관행 작물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는지를 평가하던 관리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유전체 스크리닝 분석을 해보면 돌연변이와 같은 기존 육종 방법으로 만들어진 작물에서 더 심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 가위와 같은 새로운 유전공학에 의한 신품종들은 기존의 유전자변형 생물체에 대한 안전관리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세계는 지금 빠른 속도로 신육종 기술에 의한 품종 개량과 농업 혁신을 이루어 가고 있다. 여전히 미국이 선두자리를 견지하고 있지만 중국도 무섭게 따라가고 있다. 중국은 생명공학 연구를 국가 중점개발과제로 채택하고 세계 3대 종자회사의 하나인 신젠타를 통째로 사들여 생명공학 강국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나라들이 유전공학 작물과 식품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얼마나 투명하게 소통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농업생명공학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생명공학 연구를 비교적 일찍이 시작하여 상당한 수준에 와 있으나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여 위기를 맞고 있다. 유전공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첨단기술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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