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저널리스트 이건수 전 ‘월간미술’ 편집장의 새 미술 산문집이다. 보다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예술의 현실에 대한 사색이자 비판을 담았다. 이 책은 그림 한 점 들어 있지 않은 미술책이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이유로 미술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지만, 그렇다고 저자가 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믿는 것은 글과 동행하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그의 생각의 이력에 동행하는 것”이라며 생각의 힘을 믿는다.
책은 세계미술 현장을 많이, 그리고 널리 목격한 사람 중 한 명인 저자의 ‘생각’을 모았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조언 또한 전한다. 미술의 새로운 경향과 운동, 진보 속에서 불안해하고 고민하는 예술가들에게 ‘기본’을 회복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기본의 회복은 근대적 예술 개념의 탄생기를 다시 성찰하는 일”이라며 “어쩌면 지금 우리의 미술은 너무 많은 것들을 거느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의견을 전한다.
저자는 책에서 미술의 끝에 ‘삶’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시대의 미술은 단순히 작가들의 미적 향유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현실에 녹아 있는, 삶과 현실 그 자체라는 것. 그리고 “하나의 미술작품에는 동시대의 철학과 역사와 정서가 들어 있다”며 “그것을 읽어내고 해석해 또다른 세계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동시대 예술가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이건수 지음 / 1만 1000원 / 북노마드 펴냄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