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前 주인이 근처에 유사 식당 차려도 된다고?
영업양도인의 책임과 경업금지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A씨는 회사를 퇴직하고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음식점을 해보고 싶은데, 처음부터 새로운 가게를 차리기는 어렵고 기존의 가게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마침 동네에 적당한 가게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매매 대상은 B씨가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A씨는 그 가게를 인수하면서 가게의 조리 노하우 등을 전수 받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했습니다. 새로 가게를 인수 받은 A씨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가게는 차츰 안정되어 갔습니다. 단골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에 B씨가 새로 식당을 개업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마치 원조집인 것처럼 광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의 가게에 오던 손님들은 원래 B씨 가게의 단골들이었기 때문에, 차츰 B씨의 가게를 찾게 됩니다. A씨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우리 상법은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항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법 제41조(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 ①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
② 양도인이 동종영업을 하지 아니할 것을 약정한 때에는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 한하여 20년을 초과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그 효력이 있다.
즉 영업을 양도한 사람은 10년간 일정한 지역에서 동종영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위와 같은 경우 A씨는 B씨를 상대로 영업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경쟁 식당 주인
그런데 최근 “식당 동업 청산 후 인근에서 동종 식당이 개업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A씨와 B씨는 광주광역시에서 ‘소문난 왕족발(가명)’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동업으로 운영하던 중, 동업 관계를 청산하기로 하고, A씨가 1억 5천만 원에 소문난 왕족발 음식점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문난 왕족발(가명)’의 상호가 들어간 메뉴판, 간판 등은 양도 대상에서 제외 했습니다. 그 이후 A씨는 음식점 상호를 ‘신 소문난 왕족발(가명)’로 변경해서 음식점을 운영했고, B씨는 A씨의 가게 인근에 새로운 ‘소문나고 이사 온 족발·국밥(가명)’이라는 음식점을 개업했습니다.
▲식당의 영업을 양도한 사람은 같은 지역 내에서 10년 내 동종 영업을 해선 안 된다. 하지만 동업을 청산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영업 양도의 법적 조건에 미흡할 수 있으니 계약서를 신중히 작성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 = 윤지원 기자
A씨는 B씨에 대해 영업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동업자였던 B씨로부터 ‘소문난 왕족발(가명)’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인수했으므로, ① 영업양도인인 B씨는 상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10년간 광주광역시에서 동종의 영업을 해서는 안 되고, ② B씨는 경업 금지 의무를 위반하여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상호로 족발을 판매하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음식점을 폐업하고 손해배상을 하라는 청구였습니다.
영업양도의 법적 요건에 맞추지 않으면…
우리 상법 제41조 제1항에서 정의하고 있는 영업양도는 다음의 요건에 해당해야 합니다. 우리 대법원은 “상법 제41조 제1항에서 정한 영업양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양수인이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7다89722 판결). 용어가 좀 어렵기는 한데, 기존의 영업과 인적 조직, 물적 조직 등이 일체로 인수된 경우,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서 영업양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법원은 상법이 정한 영업양도에 해당하는 인적·물적 조직의 양도가 없다고 보았고, 원고 A씨는 패소하였습니다. 법원이 영업양도가 아니라고 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업을 청산한 것이라는 점
- ‘소문난 왕족발’의 상호가 들어간 메뉴판, 간판 등은 B씨가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 A씨는 기존에 음식점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점
- A씨가 음식점의 상호를 ‘신 소문난 왕족발’이라고 변경하여 영업한 점
이런 이유로 법원은 A씨와 B씨 간에는 상법상의 영업양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계약서만 제대로 썼더라면
만약 A씨와 B씨가 계약서를 제대로 썼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B씨가 합리적인 범위에서 족발집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계약서 내용에 조항을 넣어 놓았다면 간단히 해결되었을 문제입니다. 솔직히 A씨 입장에서는 큰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업체를 양도 받거나 양도하는 경우, 특히 그 과정에서 권리금이 수수되는 경우라면 꼭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계약서에는 영업양도인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가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 영업양도인의 하지 말아야 할 행위는 물론 합리적인 범위로 정해야 합니다. 만약 지나치게 과중한 조항, 예를 들어 “평생,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에서 영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