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탈모치료의 신학설, 조절 T세포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탈모인 10명 중 8명 정도는 유전성인 안드로겐형 탈모다. 안드로겐형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DHT다. 따라서 남성 호르몬인 DHT를 억제하면 탈모는 80% 가량 해결되는 셈이다. 그런데 DHT 생성을 줄이게 해도 탈모 치료 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아예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학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의대 마이클 로젠블럼 박사는 “모낭의 조절 T세포는 모낭 줄기세포를 자극해 머리카락을 재생시킨다”고 주장했다. 로젠블럼 박사는 모발 재생 변수로 조절 T세포의 건강성을 보았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모낭에 있는 조절 T세포는 머리카락이 빠지면 모낭 줄기세포를 자극해 모발을 재생시킨다. 만약 조절 T세포에 결함이 있으면 모낭 줄기세포가 자극되지 않고, 머리카락도 다시 나지 않는다.
그는 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가설을 얻었다. 피부에서 모낭이 재생되기 전에 조절 T세포를 제거한 쥐는 털이 다시 나지 않았다. 그러나 모낭이 재생된 후 조절 T세포를 제거했을 때는 털이 다시 자랐다. 이를 통해 조절 T세포가 모낭에서 줄기세포의 모발 재생 작업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유추한 것이다. 그동안 조절 T세포에 대해선 줄기세포를 염증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만 알려져 있었다.
면역 담당인 T세포는 표면의 단백질 분자에 의해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를 비롯하여 살해 T세포(killer T cell), 도움 T세포(helper T cell), 기억 T세포(memory T cell)로 나뉜다. 세균 등의 이물질이 인체에 들어오면 도움 T세포가 사이토카인(cytokine) 같은 물질을 분비해 살해 T세포와 B세포를 각성시킨다.
살해 T세포는 감염 세균 등을 제거하고, B세포는 항체를 분비한다. 이 같은 전반적인 면역 활동의 수위를 조절 T세포가 관장한다.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고,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평화유지군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기가 끝나면 ‘자살’을 선택하는 모발
모발은 성장기가 끝나면 자살을 선택한다. 모발 성장을 방해하는 TGF-β 등이 분비돼 머리카락이 서서히 죽어간다. 퇴행기에 접어든 머리카락은 모유두세포와 분리되지만 상피세포선과 연결되어 있다. 휴지기가 되면 머리카락이 점점 빠져 나가면서 매달려 있던 모유두세포는 벌지 구역까지 이동한다.
이때 서로의 명령과 신호에 의해서 모낭의 벌지(bulge) 부위에 있는 줄기세포가 모유두세포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다. 그 결과 모모세포로 분화되고, 케라틴 단백질이 생성돼 새로운 모발이 만들어진다. 위와 같은 과정을 조절 T세포가 관장한다. 만약 이때 문제가 생기면 모발 성장이 안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로젠블럼 박사의 조절 T세포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탈모 치료가 안 되는 사람에게 벌지 구역의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비타민 A 유도체를 도포하거나 복용하면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조절 T세포설이 탈모 이론으로 인정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탈모 치료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여는 차원에서는 큰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정리 = 최영태 기자)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