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전서 앨리스가 되는 사람들
전시부터 카페, 페어 등 다양한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 성지들을 찾아가 그곳의 특징을 짚어보는 ‘키덜트 성지순례’ 일곱 번째 장소는 ‘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전이다.
▲'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전에 마련된 '래빗 홀' 공간. 이 공간은 관람객들을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연결하는 곳이다. 벽 전면에 영상이 펼쳐지고 음악이 함께 흘러나온다.(사진=미디어앤아트)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평일 점심 이후 나른한 오후 시간. 평소라면 한가했던 서울숲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어디론가 향한다.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지하에 자리한 전시장, ‘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전(이하 ‘앨리스’전) 현장이다. 동화에서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깊은 굴로 들어가듯 사람들은 이 땅속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반 고흐 인사이드’전과 ‘클림트 인사이드’전을 통해 예술과 첨단 기술의 결합을 선보여 온 미디어앤아트가 여섯 번째 아트 프로젝트로 ‘앨리스’전을 마련했다. 앨리스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온 대표적인 콘텐츠다. 앨리스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책 등 앨리스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해석을 거쳐 왔다.
‘앨리스’전도 그렇다. 루이스 캐럴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베이스로 하되,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창조를 거쳤다.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뮤지션(윤석철, 펜토), 설치작가(EE, SET, 환한별), 영상 크루(제이미 스토리지, 최한욱, 714웨이브, 채세희) 등 총 23팀이 미디어앤아트와 만나 저마다의 앨리스와 이상한 나라를 창조한다.
▲전시 공간의 도입부에 자리한 '인트로' 공간.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앞서 거치는 정거장과도 같다. 관람객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기존 앨리스가 익숙한 관람객들은 전시 공간에서 또 다른 특별한 체험을 한다. 일반적으로 앨리스는 2차원 세계에서 재창조될 때가 많았는데, 전시 공간에서는 자신이 토끼굴로 떨어져 직접 앨리스가 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것.
전시는 크게 5개 파트로 나눠진다. ‘인트로: 앨리스의 언더랜드’는 환상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앞서 거치는 정거장이라 생각하면 된다. 앨리스가 동화에서 헤매었던 깊은 숲과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이곳은 음악과 조명이 함께 어우러진다. 이어지는 두 번째 ‘래빗홀’은 미디어아트의 정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 전체에 화려한 영상이 관람객들을 마주한다. 토끼굴로 떨어지면서 앨리스가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 번째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이상한 나라’와 ‘거울나라’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적혀 있다. 원작 동화의 내용을 환기시켜 더욱 전시를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이어서 마치 테마파크와 같은 세 번째 공간 ‘어서와 원더랜드’가 펼쳐진다. 여기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구성됐다. ‘거울 속으로’ 공간엔 수많은 거울이 걸려 있다. 이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는데, 네온사인으로 걸린 ‘테이크 어 트루스(Take a Truth)’ 또한 거울에서는 ‘페이크(Fake)’로 비치며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오묘함을 선사한다.
작가들이 재창조한 앨리스와 미디어 아트의 결합
▲전시장 한곳에 원작 동화 앨리스의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그림과 글이 전시돼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앨리스의 눈물샘’은 인기 포토존이다. 동화 속 앨리스가 커졌을 때 흘린 눈물로 가득 찬 공간을 구현했다. 공간 전면이 푸른 빛 조명으로 가득하고, 천장에 창문, 벽에 바닥이 그려져 있어 정말 수중에 빠진 느낌이다.
‘모두의 앨리스’에서는 일러스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봉현, 최지욱, 갯강구(최지수), 키미앤일이, 변영근, 화신, 주재범, 서영, 오이뮤, 노보듀스, 이요안나, 윤예지, 누나 작가가 앨리스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창조 했다. 전통적인 액자 구성부터 패브릭, 공기조형물, 프로젝션 맵핑, 미러룸 등 다양한 앨리스의 세계가 펼쳐진다. 어떤 앨리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노란색 머리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앨리스는 듬직한 모습으로 표현되거나 동양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체스판 극장’과 ‘앨리스 뮤비룸’은 영상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체스판 극장’은 앨리스가 여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공간 전면에 펼쳐진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공간 가운데에는 체스판이 위치했고, 바닥 또한 체스판처럼 꾸며져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느낌을 맛볼 수 있다. 흑백톤의 심플한 영상미와 더불어 음악이 어우러진다. ‘앨리스 뮤비룸’은 영상 크루 714웨이브와 일러스트레이터 파이,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앨리스 뮤직비디오가 상영된다. 체스판 극장이 흑백 모노톤의 영상을 보여줬다면, 이곳에서는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인다.
▲일러스트 작가들의 손으로 재해석된 앨리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이밖에 동화 속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아무말 대잔치’ 존, 말하는 꽃들이 모티브가 된 ‘말하는 꽃들의 정원’,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앨리스의 방’, 영수증 기계에 자신의 생일을 입력하면 멋진 문장을 선물 받는 ‘비생일선물가게’, 하트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을 구현한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구성됐다.
일반적으로 전시장은 ‘출구’를 나서면 그만이지만 이 전시장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앨리스의 꿈’ 공간을 거쳐야 한다. 앨리스가 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오듯, 관객들 또한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 공간이다. 천천히 변하는 라이트 아트(light art)가 공간 전체를 채운다. 이상한 나라에서의 여행을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서울숲에 마련된 앨리스의 토끼굴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앨리스가 되기 위해 오늘도 찾아간다. 전시는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2018년 3월 1일까지.
[인터뷰]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 “명화에서 앨리스로 눈을 돌린 이유”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사진=김금영 기자)
드라마 ‘여왕의 교실’ ‘연애 말고 결혼’ ‘앙큼한 돌싱녀’. 모두 유명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 모두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가 제작했다. 공대 출신인 지 대표는 2014년까지 아이오케이컴퍼니의 대표이사로, 배우 조인성과 고현정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중심에 서서 수많은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런데 2014년 그가 돌연 미디어 아트 전시 ‘반 고흐: 10년의 기록’을 선보이며 전시에 눈을 돌렸다. 이후 ‘클림트 인사이드’ ‘반 고흐 인사이드’를 연이어 성공시켰고, 이번엔 ‘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전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에게 전시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가들이 재창조한 앨리스를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 연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중심에 있다가 전시에 눈을 돌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일반적인 티켓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시, 영화, 공연 등 분야가 나눠져 있어요. 그런데 저는 결국엔 모든 것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어떤 미디어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 전시 도중 퍼포먼스가 펼쳐졌어요. 이것을 전시냐, 공연이냐 분야를 나누는 것보다는 하나의 창조적인 콘텐츠로 접근하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공대를 다닐 때 공장 디자인을 하면서 공간에 대한 감성을 길렀어요. 이후엔 영화, 드라마 콘텐츠를 만들었죠. 항상 콘텐츠 사업에 밀접해 있었어요. 전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또 전시가 매력적인 점도 있었어요. 가령 정말 인기 있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1년만 지나도 예전 드라마가 돼요. 대중은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에 관심을 더 가지니까요. 그런데 전시는 시간이 지나도 브랜드의 속성을 지닐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 꾸준히 선보일 수도 있고요. ‘반 고흐 인사이드’전의 경우 ‘10년의 기록’ ‘빛과 음악의 축제’ 등을 선보였고, 현재 제주도에서 1년 넘게 열리고 있어요. 그런데 각각이 다 다른 버전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발전시켜 또 새롭게 선보이고 있죠.”
▲원작 동화 속 앨리스가 커졌을 때 흘린 눈물로 가득 찬 공간이 현실에 구현됐다. 인기 포토존이기도 하다.(사진=미디어앤아트)
- 반 고흐와 클림트에 이어 이번엔 앨리스 전시를 선보이게 됐는데요. 왜 앨리스였나요?
“앞서 명화와 IT 기술이 결합된 ‘반 고흐 인사이드’ ‘클림트 인사이드’가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이후 명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전시가 많이 열리게 됐습니다. 이 가운데 오히려 관객이 피로와 진부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는 열망은 수많은 정보들이 생성되고 쌓이는 현 시대에 특히 강하니까요.
또한 재창조 과정이 보다 용이한 콘텐츠를 찾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명화의 경우 호불호가 강했어요. 명화 그대로를 보고 싶어 하는, 재창조를 원하지 않는 관객도 있었죠. 그런데 앨리스의 경우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재창조 과정을 거쳐 온 대표적인 콘텐츠예요. 앨리스를 안 읽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는 경우도 드문 묘한 콘텐츠죠. 그래서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우리가 새로운 앨리스를 보여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녀노소 좋아하는 콘텐츠라는 점도 좋았어요. 현재도 전시장에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관객이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판타지를 전해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동화를 재해석한 전시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수많은 동화들을 탐색했어요. 힐링을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요즘 시대에 힐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힐링을 뛰어넘는 판타지가 지친 현대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역동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거기에 앨리스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거울 속으로' 공간엔 수많은 거울이 걸려 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사진=미디어앤아트)
- 특히 첨단 기술을 적용한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전시가 꾸려졌는데요.
“저는 미술 전문가가 아니에요. 미술에 관심이 있었지만 어렵게 느껴졌죠. 저처럼 미술에 접근하고 싶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전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기에 미디어 아트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갈수록 영상에 더욱 익숙해지는 시대예요. 부모님 세대가 책을 보고 요리를 한다면, 요즘 10~20대 친구들은 스마트폰 영상을 보고 요리하죠. 이 점을 전시장에서도 느꼈어요.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 걸려 있는 전시장에서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아이들이, 움직이는 영상이 가득한 공간에서는 오히려 눈을 밝히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봤어요. 앞으로 미디어 아트가 더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했죠. 또 드라마 제작 등으로 미디어 콘텐츠에 보다 익숙한 점도 있었어요. 또한 앞서 해외 선발 주자들의 전시를 봤어요. 그리고 한국의 기술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죠.
그리고 앨리스 전시에서는 미디어 아트와 더불어 일러스트에도 주목했어요. 일러스트는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고, 갈수록 수많은 이야기들이 생성되고 있는 분야죠. 기존의 앨리스가 지닌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일러스트를 통해 표현되고, 여기에 첨단 기술이 덧입혀지면 그 교집합 부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또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동화 속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가 전시장에 만들어져 관람객들은 직접 앨리스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사진=미디어앤아트)
- 앨리스 전시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앨리스 전시뿐 아니라 반 고흐, 클림트 전시에서도 모두 신경을 기울인 부분인데요, 영상과 조명, 그리고 음악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전시를 구성해요. 음악은 음악대로, 조명은 조명대로, 영상은 영상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타이밍마다 함께 바뀌는 등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죠. 이를 위해 매 전시마다 영상팀, 음악팀, 조명팀이 구성돼요. 총 연출이 방향을 잡고, 각 분야의 작가들과 모두 이야기하면서 전시를 꾸리죠. 하나의 공연과도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이를 위해 평소 전시뿐 아니라 뮤지컬도 많이 보고 있어요. 공연에서도 소품뿐 아니라 영상을 배경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공연 쪽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는 것 또한 공부가 되죠.”
- 공간 선택 또한 눈길을 끄는데요. 앞서 ‘클림트 인사이드’전은 공장을 리뉴얼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에스팩토리에서 열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데 있어 공간은 매우 중요해요. 건물 높이 등 영상이 제대로 펼쳐질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하죠. 그리고 테마파크처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특히 이번 전시가 그랬어요. 그냥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이상한 나라에 빠진 듯한 체험 공간으로 꾸리려고 했죠.
관객들의 동작을 감지한 장치도 있어요. ‘거울나라’ 공간에서 관객들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해 거울이 돌아가고, ‘말하는 꽃들의 정원’의 꽃들은 활짝 봉오리를 피고 말을 건네죠. 전시장 공간에 설치된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돌리면 거기에 연결된 장치에서 그림이 움직이듯 펼쳐져요. 이 모든 여건을 고려해서 전시 장소를 선택했습니다.”
▲'아무말 대잔치'에서 모니터에 단어를 넣어 한 문장을 완성하면 캐릭터들이 춤추는 영상을 볼 수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 반 고흐 전시 때는 전시 홍보대사로 배우 장근석이 활동했고, 이번 앨리스 전시는 배우 한예슬이 오디오 가이드로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끄는데요.
“전시를 꾸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이 바로 전시 마케팅이에요. 반 고흐 전시를 꾸릴 때 예술에 관심이 많기도 한 장근석 씨를 홍보대사로 선정했죠. 그 덕분인지 중국, 일본에서 팬들이 전시를 보러 오기도 하고, 전시 요청을 받기도 했어요. 전시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었죠.
이번엔 한예슬 씨가 전시 오디오 가이드로 참여했어요. 한예슬 씨 본인이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호기심 많은 앨리스의 이야기가 통통 튀는 한예슬 씨의 매력과도 잘 부합된다고 생각했죠. 지금까지 이 배우가 보여준 연기 스펙트럼 또한 앨리스 전시와 적합하다고 판단했고요.
또 다른 마케팅으로는 ‘얼리 버드 티켓’과 ‘아트 상품’을 선보였어요. 앞선 전시들에서 사전에 전시를 예매하는 관객들에게 티켓 가격을 할인해주는 얼리 버드 티켓을 선보였죠. 반응이 좋았고, 이후 이를 활용하는 타 업체들도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번엔 티켓이 아닌 아트상품 할인을 해주는 얼리 버드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많은 관객이 관심을 보였어요. 아트 상품은 참여 작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것들을 위주로 구성했어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상품들이라 그래서 더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보인 것 같아요.”
▲앨리스가 여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공간 전면에 영상으로 펼쳐 보여주는 '체스판 극장'.(사진=미디어앤아트)
-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전시가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미디어앤아트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4년차로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500평 규모의 공간에 1년 넘게 미디어 아트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생각해요. 제주도에서 반 고흐 전시를 1년 반 정도 상설 전시로 열고 있죠. 미디어 아트 전시는 꾸준히 이어가기 쉽지 않아요. 특히 음향 시스템과 조명, 영상이 유기적인 연결 구조를 갖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오류가 나면 전체적인 문제가 생기죠. 기계 관리도 잘 해야 되고요. 그런데 이제 전시 운영에 대한 안전성이 많이 구축됐어요.
또한 외부에서 기획한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항상 내부 기획팀에서 기획을 해요. 또 여기서 중요한 게 분야별 협업이죠. 총 연출을 비롯해 참여 작가, 영상감독, 음악감독, 공간감독까지 수많은 회의를 거쳐 전시를 만들어 갑니다. 협업은 매우 중요해요.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전시에 드러나고, 관람객들은 이걸 쉽게 알아채요. 이 부분에 있어서 자신감이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나가기 전 '앨리스의 꿈' 공간은 빛을 이용한 예술을 보여준다. 환상에서 현실로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의 공간이기도 하다.(사진=미디어앤아트)
- 좋은 콘텐츠 발굴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전시와 공연 등 많은 콘텐츠를 보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드가 무엇인지 읽으려고 노력해요. 디뮤지엄에서 열린 ‘청춘의 열병’전의 경우 청춘의 고민과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lo) 트렌드가 반영돼 인상 깊었어요. 4대 아트페스티벌도 모두 다녀왔고요.
많은 콘텐츠를 보면서 느낀 건 감동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에요. 화려한 비주얼로만 승부하려 하면 순간적으로는 ‘우아!’ 하는 탄성을 불러낼 수 있겠지만 그걸로 끝이에요. 기억에 남기 위해선 감동을 줘야 하죠. 첨단 기술을 썼다고 무조건 좋은 전시가 아니에요. 그 안에 적절한 스토리텔링을 넣어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항상 대중의 마음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신인상모네’전을 중국의 상해, 심천, 광주, 중경에서 선보였어요. 이번엔 앨리스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 중이고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올해 안에 반 고흐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해외에 전시를 가져갈 때는 현지에 맞게끔 다시 전시를 꾸려요. 어떤 작품을 더 보고 싶어 하고, 어떤 작가에게 더 관심이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죠. 앞으로 미디어 아트로 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해요.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져 이상한 나라에서 신나는 모험을 한 것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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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영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