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18일 오전 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아래는 추모사 전문.
추모사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
어느덧 여덟 해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대통령님의 목소리가 생생한데
벌써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당신이 떠나시던 날 국민들은 눈물로 당신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어른이셨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나는 넉넉한
느티나무가 바로 당신입니다.
우리가 풀 죽어 당신을 찾으면 항상 그 자리에서
다독여주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신 분입니다.
그 그늘 아래서 민주당이 뿌리내렸고,
민주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당신이 만든 텃밭과 그 텃밭에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어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당신은 이제 안 계십니다.
오늘, 당신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당신은 하늘에서 새 정부 탄생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은
새로운 대한민국과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모두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당신이 일깨운 시민 정신이 새 정부를 만든 힘입니다.
당신은 생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국민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다.”
당신 말씀처럼 탄핵정국에서
마지막 승리자는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당신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는
말로 실천을 강조하셨습니다.
당신의 일생은 행동하는 양심이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온 몸을 던졌고,
남북 정상회담에 정치운명을 걸었습니다.
삼엄한 군사독재 시절에도 당신은
숨죽이지 않았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태산처럼 행동에 옮겼습니다.
우리 국민은 당신을 고난을 이겨낸
가슴 따뜻한 정치인으로 기억합니다.
돌아보면 당신의 정치 일생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누구도 말하지 않을 때 분배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대중 경제론을 주창했습니다.
누구도 통일을 제대로 말하지 못할 때
단계적인 평화 통일방안을 제안하셨습니다.
또 동료 국회의원을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사자후를 토하며 부정한 정권을 질타했습니다.
숱한 테러와 납치, 가택 연금, 그리고 사형선고가
뒤따랐지만 끝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행동했고 역사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신 뒤에는
오히려 용서와 사랑으로 보듬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정치인으로서 제 출발점은 대통령님입니다.
저는 운명처럼 대통령님을 만났고,
대통령님에게서 가치와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대통령님을 모신 20여년 정치인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항상 공부하는 정치인,
국민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인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당신은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습니다.
또 남북분단 이후 50년 만에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습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우리 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국제사회는 노벨 평화상으로 보답했고,
국민들은 이런 당신을 우리 대통령이라며
마음 속 깊은 존경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씀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마지막 일기에“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적었습니다.
평생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다 가신 당신에게
듣는“인생은 아름답다”는 말은 놀라운 감동입니다.
위대한 한 인간이 남긴 넓은 그늘입니다.
“역사는 발전한다”는 당신 말씀처럼
국민의 힘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당신께서 생전에 꿈꾸었던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지혜를 주십시오.
당신의 쇳소리가 그립습니다.
국회의장 정세균
삼가 분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