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식용 귀뚜라미가 고수익 투자처라고? 유사수신행위 감별법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 귀뚜라미를 양식하는 대체식량 사업에 투자하면 연이율 210%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650명으로부터 총 200억 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되었습니다.
이 사기단은 “귀뚜라미가 지방이 풍부하고 다른 곤충과 달리 혐오감이 없어 대체식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투자를 유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을 믿게 하기 위해 실제 귀뚜라미 비닐하우스 양식장에 데려가 양식 작업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1계좌당 240만 원을 투자하면 3개월 뒤 배당금으로 원금을 모두 돌려받고 이후 9개월간 연이율 212%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 하위 투자자를 모집해 오는 상위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의 10%를 수당으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황당한 내용 같지만, 우리 주위에서 상당히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런 범죄를 ‘유사수신행위’라고 하고 있습니다. 유사수신행위란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은 금융기관을 만들거나 금융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법에서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하는 이유는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은 금융기관이 난립하는 경우, 예금 등의 거래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금융 질서가 교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사수신행위는 다단계 범죄
과거에 비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이율이 너무 낮습니다. 거기에 경기가 좋지 않아 증권이나 펀드 등의 투자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높은 이자 또는 배당금을 준다는 것에 현혹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기본적인 패턴은 거의 똑같습니다. 먼저 ‘원금 보장, 고수익’이라는 단어로, 투자자들을 현혹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업체를 보여주며, 신뢰를 얻습니다. 그리고 일단 투자를 하면 초기에는 배당을 잘 해줍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다른 투자자를 데리고 오면 추가 수익 혹은 배당금을 보장해 준다고 하며 추가 피해자를 모집을 독려합니다. 일종의 다단계 사업 형태입니다.
유사수신업체는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합니다. 이 추가 피해자가 더 이상 모이지 않는 시점이, 유사수신행위 범죄가 정점에 이르는 때입니다. 이 시기가 오면, 유사수신업체의 대표는 도주할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 시기까지 투자자들은 나름 고수익을 기대하면서 행복해합니다.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는 유사수신업체 대표 A(51)씨를 구속하고 지사장 B(58)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월 22일 전했다. 사진은 사기에 동원된 귀뚜라미. 사진 = 연합뉴스
그러다 결국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오고,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됩니다. 상당수의 피해자는 이 시기에도 유사수신업체를 믿고 지지합니다. 심지어 대표가 구속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대한민국이 이런 새로운 수익사업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사실 이번에 귀뚜라미 대체식량 기사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이런 농장을 만들어 투자를 받는 것은 상당히 예전 수법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버섯 생산농장’, ‘조합원들이 물건을 사줄수록 배당금이 커지는 슈퍼마켓 사업’, ‘고혈압에 좋은 특용작물 농장’ 등에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패턴 대부분 유사 …‘고수익’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런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현재 돌아가는 사업을 보여주면서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상당히 고전적인 수법입니다. 이런 수법은 사업 활동이 눈에 보여야만 믿는, 상대적으로 고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번 귀뚜라미 식량 사건도 상당수의 피해자가 고령의 노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즘 유사수신행위의 트렌드는 핀테크, 가상 화폐를 이용한 투자,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사수신업체가 하는 투자 유도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 고수익을 보장하고, 은행보다 높은 확정배당금을 지급한다고 광고하는 경우
- 투자금 전액 보장, 원금 보장 등의 광고
- 터무니없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업체
- 해외 기관이나 정부와의 사업 제휴 사실을 강조하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
- 미래의 먹거리, 새로운 산업 등을 강조하면서 고수익 저위험 투자임을 강조하는 경우
유사수신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든, 위와 같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투자 수익률을 보이는 K 공제조합의 경우에도, 수익률이 연 10%가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고수익’이라는 말을 들으면 한 번쯤 의심을 해보아야 합니다. 의심이 간다면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1332)에서 먼저 상담해보고, 피해가 있다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