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 골프만사] “여보, 앞으로 골프는 한 달씩 해외에서 쳐요”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여보 앞으로는 우리도 여기 오면 한 달씩 있어요.” 최근 9박의 골프 휴가를 마치고 귀국할 때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아내가 한 말이다. 큰 수술을 받은 후 나는 2년 여 동안 골프 휴가를 포기했다. 그래서 3년 만에 다시 찾은 말레이시아 A리조트에서 아내는 실컷 골프와 걷기를 하며 아주 행복해 했다.
2인승 버기(골프카)를 타고 하루에 2라운드씩 하지만, 나는 늘 차를 몰고 다니고, 아내는 36홀을 늘 걸어서 라운드 한다. 비거리가 짧아서 Path(카트 길)로만 다니는 버기를 타려고 왔다 갔다 하느니 그냥 쭉 걷는 게 낫다는 것이 아내의 논리다. 그 덕에 아내는 하루에 2만 7000보를 걷고 나는 그 절반만 걷게 된다.
골프 휴가 동안 우리 부부는 13라운드를 했다. 매일 저녁에는 넓고 시원한 숙소에서 꿀잠을 잤다. 아내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하지 않아서 무척 기분이 좋다고 했다. 황제는 아니더라도 귀족 같은 분위기에서 남이 해주는 밥으로 삼시세끼를 먹고 과일, 음료에 커피까지 풀코스로 즐겼다.
그런데 그 비용이 골프를 포함해 하루에 고작 6만 원이었다. 공항에서 픽업하고 또 데려다 주는 비용까지 포함한 것으로, 우리 부부가 지불한 비용은 1인당 49만 원에 불과했다. 비행기는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한 관계로 과거보다 10만 원쯤 더 들어 46만 원이 됐고, 총 경비는 1인당 95만 원이 들었다. 그러니까 하루 10만 원으로 라운드 두 번 하고, 삼시세끼 밥 사 먹고, 호텔에 투숙한 셈이다.
귀국하는 날 아내는 도착 즉시 골프클럽을 다시 창고에 넣었다. 아직은 국내에서 라운드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여보, 우리가 집에서 있으면서 열흘 동안 휴가로 국내 관광을 했어도 이 비용보다는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완전히 공짜 골프를 치고 온 기분이 드네요.” 나는 아내의 말에 100퍼센트 동의했다.
‘골퍼가 먼저다’는 아직 먼 일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인 일본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골프를 해봤다. 이 가운데 가장 가성비가 좋고 만족도가 높은 곳으로 단연 말레이시아를 꼽는다. 말레이시아는 관광 정책으로 호텔 숙박비가 아주 저렴한 편이다. 물가도 저렴한 편이라 많은 컨벤션을 유치하고, 또한 리조트의 투숙 비용도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우리 부부는 골프를 마치고 귀국할 때마다 말레이시아 제품들을 즐겨 사 온다. 물론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골프를 즐기는 모습.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위키피디아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골프 대중화를 위한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서도 물꼬가 트이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골프에서 걷어 들이는 적지 않은 세금 때문에 세원을 보호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불합리한 세제는 유지될 것이다. 골프장 건설의 고비용과 그에 따른 금융 비용 등은 장애가 돼 영업 수지와 골프 관광 수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그린피 할인 정책을 펴며 골퍼들을 부르지만, 중산층 시민들에게는 골프가 아직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소를 키우는 농민들은 사료 값도 모자란다고 한숨짓는데, 정작 도시의 소비자들은 한우가 비싸서 사 먹지 못하는 현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앞으로 한 달씩 해외에 머무르자는 아내의 말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퇴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외 리조트에서 한 달씩 머물며 실컷 골프를 한다면, 아마도 국내에 있는 열한 달 동안은 골프를 안 쳐도 금단 현상이 생기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있지만, ‘골퍼가 먼저다’라는 말은 경쟁력 있는 해외 골프 리조트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