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新DTI는 대형건설사에 독일까 약일까
수조원대 ‘쩐의 전쟁’ 강남은 대출규제 무풍지대?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안인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을 예고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과열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월 8일 래미안강남포래스트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부동산가격 안정에 사활을 건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책으로 이른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하면서 주택시장이 안개 속이다. ‘불패(不敗)’라 불리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머니에 숨겨뒀다”는 부동산 대책 카드는 과연 강남 신화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재개발 정비사업 입주권 거래 금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재개발·건축 시장을 잡기 위한 8.2부동산 대책과 9.5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재건축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9월 8~1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문을 연 삼성물산의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강남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 견본주택에는 1만5000명이 사람들이 방문했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18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7544명이 접수하며 평균 4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소형 평형인 전용면적 18평(59㎡)의 경우 경쟁률은 234 대 1이었다.
앞서 9월 1~3일 견본주택을 열었던 GS건설의 신반포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아파트 재건축)는 2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평균 168 대 1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서울의 대표 부촌(富村)으로 생활 인프라에 ‘강남8학군’으로 불리는 교육환경을 갖춘 ‘강남’이란 지역의 상징성에다가, 8.2대책의 연장선으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강남재건축 단지 분양에 더욱 목을 매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됐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재건축 아파트는 ‘로또청약’이라 불리고 있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와 신반포센트럴자이 모두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평균 분양가가 1평(3.3㎡) 당 각각 4160만원, 42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는 주위 기본 시세인 평당 5500만원에서 5800만원 보다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새 아파트라는 이점까지 더해지면 분양 후 3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청약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 영향으로 8.2대책 후 한 달간 하락세를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주간아파트 가격은 전주에 비해 0.01% 올랐다.
청약열풍 등으로 강남·서초구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줄어든 데가, 잠실5단지 재건축 사업이 진척을 이루며 기대감이 커진 송파구 집값이 0.09% 올라 상승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에 건설사들도 사업성이 좋은 강남재건축 수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시공사가 결정된 ‘신반포15차’는 대우건설이, ‘신반포13·14차’는 롯데건설이 수주를 따냈다. 2조64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사비가 걸려있는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를 놓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혈전을 치르는 중이다.
신DTI, 히든카드 될까?
이처럼 강남재건축 시장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호주머니에 숨겨둔 규제안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DTI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대표적인 대출규제 방안이다.
기존 DTI는 분모에 연간소득, 분자는 대출 원리금(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다른 대출 이자 상환액)으로 산정된다. 만약 현재 연간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이 DTI 50%가 설정된다면 연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대출이자가 2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내년에 도입되는 신DTI는 분자인 대출 원리금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산정체계가 강화된다. 이미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의 경우, 분모인 소득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분자인 금융부채가 커지기 때문에 대출한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8.2대책으로 인해 DTI가 30%로 제한된 상황이라 사실상 신DTI가 적용되면 추가 대출은 불가능해진다.
이는 강남재건축 시장 과열이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 때문이라는 판단 하에 복수의 대출을 막아 투기세력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시작을 가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집값 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현 정부의 의지로 봤을 때, 과열을 막기 위한 방안들이 계속 도입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DTI 시행은 부동산시장 긴축을 불러오는 건설업종의 부담요인”이라고 예상했고,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주택자 및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제 의무화 등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대형건설사들은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강남아파트라는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여러 규제를 뚫고 재건축 사업을 강행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형사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여러 규제로 인해 무분별한 사업이 제한되면서 우량 사업지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의 시장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고 밝혔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대형건설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또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로 LH와 민간합동사업을 확대 추진 중인 중견 건설사도 이점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강훈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