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갑질 ⑥ 르노삼성] 정비연합회 “가맹 인정하고 보증공임 올려야” vs 사측 “가맹 아니고 공임 적절”
▲르노삼성자동차 서비스센터.(사진 = 김광현 기자)
가맹사업 인정과 보증공임 현실화 등 쟁점을 두고 르노삼성자동차(대표이사 박동훈, 이하 르노삼성)와 정비사업자 연합회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차량 정비업을 하는 정비사업자와 르노삼성 간의 불편한 관계는 르노삼성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계속돼 왔지만 이 갈등이 본격 노출된 건 최근이다. 2년 전 설립돼 현재 전체 460곳(직영 제외) 정비소 중 330곳이 가입한 르노삼성 정비사업자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 7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가 주최한 ‘을들의 피해사례 발표대회’에서 르노삼성 본사의 갑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뗐다.
"보증공임, 일반공임의 절반에 불과"
연합회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점 중 하나는 턱없이 낮은 보증공임이다. 고장난 차를 정비소에 맡겨 수리를 받으면 그 대가인 ‘공임’을 내는데 무상수리 기간일 경우 소비자는 공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대신 자동차 회사가 공임을 대신 지불한다. 이 금액을 보증공임이라 한다. 보증공임은 유상수리인 일반공임보다 다소 낮게 책정된다.
연합회는 르노삼성으로부터 받는 이 보증공임이 일반공임의 50%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르노그룹의 전세계 일반공임 대비 보증공임 비율인 80~90%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다소 낮은 비율의 싱가포르(일반공임 대비 75~80%)보다도 한국의 보증공임 수준이 훨씬 낮다.
▲르노삼성자동차 정비소의 보증정비 공간에서 차량들이 수리를 받고 있다.(사진 = 김광현 기자)
연합회 소속 정비사업자 A 사장은 “보증수리는 일반 수리와 하는 일은 똑같은데도 보증수리라는 이유만으로 일반공임의 50%도 못 받는다”며 “일반공임의 80~90% 수준을 지급하는 해외 기준을 참고해 르노삼성도 보증공임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정비사업자 B 사장도 이에 동의했다. “보증수리의 경우 회사 승인을 받고 부품을 보관해야 하고, 폐기하면서 사진을 찍는 등 일은 일반공임보다 일은 1.5배 많은데도 불구하고 공임은 일반수리의 50%밖에 안 된다”며 “보증수리 공임이 낮으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노동 강도에 비해 받는 임금이 적으니 누가 보증수리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고칠 수 있는 고장이라도 너무 낮은 보증공임 탓에 정비사업자가 수리를 꺼리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르노삼성 차 구입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일반정비 구간에 놓여있는 르노삼성 자동차들. 정비사업자들은 일반정비로 받는 일반공임보다 보증공임이 훨씬 낮다고 지적한다.(사진 = 김광현 기자)
B 사장은 “119개 나라에 진출한 르노그룹이 한국에는 최저 수준의 보증공임을 적용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나라보다도 (일반공임 대비 보증공임 비율이) 낮다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다.
이들은 직영점과 비직영점의 보증공임 차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비직영점의 보증공임은 2만~3만 원 선인 반면 직영점의 보증공임은 7만~8만 원으로 3배나 차이가 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러한 보증공임 논란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보증공임은 국가별 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와 비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의 보증공임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보증공임은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중상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르노그룹이 진출한 여러 나라를 보여주는 그래 픽.(사진 = Groupe Renault 홈페이지 화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보증공임은 대체로 비슷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보증공임이 생산원가에 포함돼 있음에도 적정 수준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노동력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비연합회 “가맹사업 인정돼야 보호 받을 수 있는데…”
한편 이들은 르노삼성이 정비사업자를 프랜차이즈(가맹사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이들은 왜 가맹사업법 테두리로 들어오려고 할까? 자동차 정비업이 가맹사업으로 인정되면 부당한 계약 해지로부터 보호를 받고 10년 동안 가맹 계약을 갱신할 권리를 보장받는다. 또 가맹본부(이 경우 르노삼성)가 정보공개서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 공개가 투명해지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와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난 7월부터 공개적으로 언론과 정치권에 르노삼성 정비사업을 가맹사업으로 인정해달라고 꾸준히 호소하고 있다.
연합회는 르노삼성 자동차 정비업은 가맹사업이 맞다는 입장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줄여서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동일한 브랜드명을 쓰고 ▲동일한 상품 및 용역을 판매하고 ▲이를 위한 지원•교육•통제를 제공하고 ▲가맹금을 받으며 ▲계속적으로 거래하면 가맹사업으로 정의된다.
연합회 측은 “르노삼성이라는 동일한 상표, 교육 및 통제, 유통 마진을 챙기는 부분 등에서 가맹사업으로 인정될 소지가 충분하다”며 “우리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처럼 정비업을 가맹사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정비업을 하는 현대자동차(블루핸즈), 기아자동차(오토큐) 산하 정비소들은 가맹사업으로 등록돼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두 업체의 정보공개서가 등록돼 있다.
▲국내 완성차 5대(현대,기아,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 업체 중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정비사업을 가맹사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정비업체인 블루핸즈의 홍보 사진.(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정비사업은 ‘업무 위탁 관계’라며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측은 “우리와 정비업체가 위탁 관계라는 것은 계약서에도 명시된 사항이기에, 가맹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의 관계가 아니다”라며 “(정비업체를) 공정거래법, 대리점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이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지난 4월 르노삼성 본사와 연합회는 동반성장 협약식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르노삼성의 '동반성장 협약서 체결식'에서는 최고의 고객만족 및 서비스 기술력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이를 위해 상호 간에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 행사에는 연합회 조덕근 회장을 비롯해 르노삼성 측의 신문철 영업본부장, 이우형 서비스네트워크담당 이사 등 핵심 인물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협약식은 ‘앙꼬 빠진 찐빵’ 격이었다는 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연합회 측이 수 천만 원의 경비까지 부담하며 개최한 이 협약식의 핵심은 협약서에 ‘정비사업을 가맹사업으로 인정하기 위한 논의 사항’을 담는 것이었다. 연합회는 “이러한 내용을 협약서에 넣고 싶다고 르노삼성에 초안을 제시했지만 르노삼성 측은 ‘처음부터 계약서 같은 방식은 부담이 된다. 차차 해 나가기로 하자’며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차차 해나가자고 했을 뿐 이후 추진사항이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4월 30일 열린 르노삼성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전국정비사업자 연합회의 동반성장 협약서 체결식 행사 현장.(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은 연합회의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회사 측은 “당시 동반성장 협약식에서 가맹사업을 인정해 달라는 정비연합회의 요청사항은 없었다. 이후 우리 쪽에서 정비연합회에 가맹사업 검토를 위한 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자고 제안했지만, 연합회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향후 유사 형태의 협약식을 개최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둘 사이에 주장이 완전히 엇갈리는 지점이다.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까지
동반성장 협약식을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지 않자 연합회는 결국 르노삼성을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300여 정비사업자가 공동 고발한 것으로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가장 많은 인원이 신고한 건으로 알려졌다.
연합회의 신고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요청에 따라 성실히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사건이 접수된 상태며 사건 종료가 될 때까지 자세한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비업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계 자동차 업체들이 정비업소를 가맹사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은 “자동차 정비소 중 많은 숫자가 각 완성차 생산업체 산하의 가맹사업자로 운영되고 있는데 유독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외국계 메이커는 가맹사업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맹사업 형태다. 공정위가 면밀하게 조사하고 판단해 하루빨리 이들을 가맹사업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사장이 지난 5월 ‘2017 네트워크 컨벤션’행사에서 1500여 르노삼성차 임직원과 협력사에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트렌드리더의 입지를 강화하자고 강조했다.(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김광현 scoks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