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남성 예술가의 업적만으로 점철돼 있는 오랜 세월 미술사에서 지워졌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들을 추적하고 재발견해 새롭게 조명한다. 또한 동시에 그들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당시의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어 현재에 이르렀으며, 그들의 예술이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H. W. 잰슨의 ‘서양 미술사’를 살펴보던 중 방대한 미술사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여성 예술가가 고작 열여섯 명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음을 밝힌다. 그리고 가부장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역사 속 익명들의 이름표를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 미술사, 전기, 회고록의 성격을 갖춘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술가들을 단순히 과거에 머물게 하지 않고, 현재의 자신, 혹은 우리 모두의 삶에 대입해, 왜 우리가 지금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들을 통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연관시킨다.
▲잰슨의 미술사에서 최초로 언급된 여성 예술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저자 개인에게 롤모델이 돼주고, 이 책을 쓰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위대한 예술가로 18세기 프랑스 왕립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이름을 남긴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 ▲잭슨 폴록을 발견한 여인이자 훗날, 자신만의 추상표현주의를 확립한 리 크래스너 ▲메트로폴리탄 역사상 살아 있는 작가로는 처음으로 미술관 영구 컬렉션을 이용한 전시 기획의 기회를 얻은 카라 워커 ▲사랑과 품위와 유머 감각을 작품으로 승화한 수전 오말리까지, 자기 확신과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후대에 영감의 원천이 된 위대한 여성 미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브리짓 퀸 지음, 리사 콩던 그림, 박찬원 옮김 / 1만 8000원 / 아트북스 펴냄 /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