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사회참여에 대한 논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사회참여 여부 자체를 놓고 다른 생각을 갖기도 하고, 그 결과를 놓고 찬반도 오가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 몇몇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한 기자가 엮었다. △발레를 하는 김인희, 제임스 전, 로이(Roy) △행위예술, 회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흑표범 △재즈 연주와 보컬을 하는 송미호와 장정미를 저자가 만났다.
이 책은 예술가들이 지닌 철학과 사유를 집중적으로 조망하되 추상적인 견해를 나열하지는 않는다. 마치 리얼한 TV다큐처럼 그 사람들의 삶을 추적해 예술가의 사유로 어떻게 발현하는가 보여준다. ▲어린 시절 가난과 꿈이 예술가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김인희 ▲사회적 관심을 거부하지 못하는 흑표범 ▲음악과 강연을 병행하는 송미호 ▲프리재즈의 마돈나 장정미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인과관계로 조망함으로써 예술가 이전의 인간에 집중한다. 책은 “모든 예술 행위는 결국 인간의 정서를 반영한다”며 “그리고 그 정서의 완성은 개개인의 삶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2016년 가을 이래 우리 사회는 정치, 사회를 비롯한 전 분야에 걸쳐 거대한 격랑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책은 정치의 미명하에 재단된 예술 행위, 그리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키워줘야 할 지원금은 편을 갈랐고 철저히 집권세력 한쪽이 독식해 왔다”며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예술가들 세계에서도 중요한 편 가르기 현상이 고착화했는데, 예술의 공공성도 이 난기류 속에서 많은 부침을 겪는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공공예술을 복원하고, 그 명맥을 유지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떠안았다”고 덧붙인다. 이어 “책에서 소개한 예술가들은 결코 완성형의 예술가들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자유를 위한 예술이라는 중대한 가치에 도전하고 있는 점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들을 소개하는 일은 그래서 미룰 수 없고, 즐거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장병욱 지음 / 1만 2800원 / 안나푸르나 펴냄 / 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