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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자살보험금 사태 일으킨 보험사들, ‘법개정’ 반대명분 있나

국회 ‘규제 강화’ 추진…생보사들 적반하장식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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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3호 이성호 기자⁄ 2017.11.27 09:58:07

▲지난 2016년 시민사회단체가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며 레드카드를 붙이는 모습. 사진 = 이성호 기자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수년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일단락 됐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자와의 약속을 깨고 보험금을 주지 않는 행위에 대해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국회에는 보험금 지급 회피를 막는 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사는 전(全)단계에 걸쳐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사항을 확인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과징금을 부과토록 의무화함이 골자다.

즉, 보험계약 체결에서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에서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한 주요 내용에 대해 계약자가 이를 이해했음을 서명이나 기명날인·녹취 등으로 확인토록 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을 부과(현재는 재량껏 부과)토록 했다. 

이는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때 보험사들이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 모두를 지급할 수 있다”는 설명 없이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  

당시 보험사들은 이러한 절차 없이 제멋대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생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설명·확인’을 강제화 시킨 것이 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김해영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보험사들이 마땅히 줘야 할 보험금을 주도록 제도를 개선해 바로 잡아야 한다”며 “개정안에 대해 특별한 쟁점 사안이나 이견이 없어 향후 법안 심사 과정을 거쳐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 정부(금융위)와 국회가 약간의 온도차는 있다.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현행법은 보험모집에 있어 중요사항 설명에 대한 고객 이해의 확인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험 전단계로 확장하면 소비자 보호를 한층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입법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보험금 심사·지급 등 절차적 내용에 대해서까지 확인의무를 부과하면 확인비용 증가에 따른 보험료 상승 우려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또 확인과정에서 소비자 불편이 오히려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민원이 주로 발생하는 보험금 미지급·감액지급과 같은 권리의무관계에 대해서만 확인절차를 강화해야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향후 법안 논의가 진척되면 확인 사안의 범위를 놓고 여러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난색이다. 생명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정부·국회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빠른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설명·확인의무가 강화되면 행정업무가 과다하게 늘어 처리기간이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절차를 강화해놓고 빨리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건 모순된다는 얘기다. 

특히 “과징금도 절차상 경중을 따지고 정확한 판단아래 부과해야 하는데, 무조건 부과 하는 건 과잉규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 금융관련 법안에서도 과징금을 일괄 의무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소비자 보호 vs 과잉규제 ‘찬반 팽팽’

이 같은 제도개선 추진은 과거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배경이 되고 있다. 

국회·소비자원·금융당국까지 합세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지만 해당 보험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소송까지 간 초유의 사건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동부생명(현 DB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생명, PCA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등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 지급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이들 생보사들이 판매한 보험상품 약관에는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에 대해 일반사망보험금 외에 추가로 자살보험금(사망보험금의 2~3배)을 주겠다고 적혀있었지만 지켜지지 않다. 

전체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한 가운데 생보사들은 약관 기재 실수였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논리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소송전을 벌였다. 

수년에 걸친 지리한 법적공방이 이어지며 상당수 소비자들이 뒤늦게 보험금을 지급받기도 했지만 일부는 소멸시효에 걸려 또 다른 소송을 벌여야 했다.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은 줄 수 없다고 버텼지만 금융당국이 중징계에 나서자 줄줄이 백기투항(전액 지급)하면서 올해 초 사건은 마무리됐다.

“결자해지 자세로 법개정 수용해야”

이처럼 오랜 다툼 끝에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생보사들의 그간 행태에 대해선 여전히 비난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생보사들에게 대한 솜방망이 처분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까지 자살보험금 지급 완료로 돌아선 신한생명, 메트라이프, 흥국생명, PCA생명, 처브라이프(옛 에이스생명)에 대해 100~600만원이라는 약한 수준의 과징금으로 경징계 처분했다.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빅3 보험사들의 징계 수위는 이들 보다 높았는데, 지난 5월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룬 교보생명에 대해 영업일부정지 1개월 및 과징금 4억2800만원이 부과됐고, 삼성생명·한화생명에게는 기관경고와 함께 각각 8억9400만원, 3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또 이들 회사 대표이사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일부영업정지는 일부특약에 한정된 영업정지라서 실질적인 타격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보험업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생보사들을 ‘적반하장’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CNB에 “보험금을 주겠다는 소비자와의 철썩 같은 약속을 깨고 버틸 때로 버텨가며 지급을 거부하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지급해 놓고도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며 “국회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방지책을 마련해 두 번 다시 과거와 같은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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