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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백두산·제주도 이어 울릉도까지 ‘생수 전쟁’ 팔도대전

식품기업들 ‘물 전쟁’ 벌이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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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4호 김주경 기자⁄ 2017.12.04 09:53:04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 시민이 생수를 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주경 기자) 생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백두산과 제주도, 지리산에 이어 울릉도에서까지 생수 개발이 이뤄지면서 전국팔도 ‘물 좋은 곳’마다 기업들이 맞붙고 있다. 전통 강자인 농심과 광동제약, 롯데칠성음료가 맞붙은 가운데, 최근에는 LG생활건강이 삼다수 판권 일부 획득에 이어 울릉도까지 진출하면서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이 ‘생수’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생수 경쟁이 가장 심한 곳은 제주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삼다수는 1998년 농심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공사)와 독점 판매계약을 체결하며 처음 선보였다. 제주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운 마케팅 효과로 출시 1년도 안 돼 생수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2년 제주공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하면서 농심과 마찰을 빚게 된다. 삼다수가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자 공사의 초심(初心)이 변한 것. 양측은 법정에서 맞붙었고 오랜 공방 끝에 법원은 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정에서 패한 농심은 제주도를 떠나 백두산으로 갔다. 그곳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농심이 떠난 자리는 광동제약이 이어받았다. 광동제약의 삼다수는 2013년 36.9%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는데, 작년에는 41.5%까지 점유율이 높아졌다. 수년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광동의 삼다수 독점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9월 재입찰에 성공했지만 한 귀퉁이를 LG생활건강(자회사 코카콜라음료)에게 내줘야 했다. 제주공사가 비소매·업소용 삼다수는 LG생활건강에, 소매용은 광동제약에 각각 판권을 분할했기 때문.

하지만 광동제약 측은 담담한 분위기다. 시장에서 소매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 광동제약 관계자는 CNB에 “삼다수 제품의 대다수가 대리점, 편의점, 마트 등에서 주로 소비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 목표인 2200억원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에 삼다수 시장 한귀퉁이를 차지하게 된 LG생활건강은 최근 울릉도와 손잡고 ‘추산용천수’ 개발에 착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LG생건, 공격적 행보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해태htb는 이달 말 울릉군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며, 조만간 합작 법인을 세워 본격적인 샘물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이 제조·판매를 맡고, 울릉군은 개발허가권과 각종 인허가 지원을 맡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브랜드명과 구체적인 공장용지 등에 대해 울릉군과 협의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삼다수 비소매용 판권과 울릉도 신규브랜드, 기존 브랜드들을 통해 시장 판세를 뒤집겠다는 구상이다. 자회사인 해태htb는 ‘강원 평창수’와 ‘휘오 순수’ 등의 생수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CNB에 “울릉도 청정수라는 점을 내세워 제품을 차별화하고 기존 생수 브랜드와 더불어 제품군을 다양화해 생수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농심, 무너진 자존심 ‘백산수’로 회복

이번에는 백두산으로 가보자. 생수 시장을 군림했던 농심은 2012년 삼다수를 광동제약에게 내준 뒤 백두산을 공략했다. 삼다수를 1위로 키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2년 12월 백두산 북쪽 기슭 청정원시림에서 취수한 ‘백산수’를 출시했다.

글로벌 생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중국 현지 생산공장 설립에 사상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투자한 결과였다. 백산수는 출시 1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3%를 넘기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현재 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CNB에 “7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생수 시장에서 백산수가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삼다수를 키웠던 영업·마케팅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 믿을 건 ‘아이시스’ 뿐

한편 롯데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대표 브랜드 ‘아이시스’를 지난 2014년 7년 만에 리뉴얼한데 이어, ‘아이시스(블루)’와 ‘디엠지 청정수’를 각각 ‘지리산 산청수’와 ‘평화공원 산림수’로 개편해 지역을 나눠 공략에 나선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력 브랜드 ‘아이시스 8.0’의 점유율은 6.4%, 아이시스 시리즈 전체 점유율은 9.7%로 ‘백두산 하늘샘’까지 포함하면 11.2%까지 올라섰다.

최근에는 생수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680억원을 들여 생수업체인 산수음료 지분 100%를 인수했다. 

동아오츠카, 이마트, 남양유업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는 산수음료는 경남 산청군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공장 2곳에서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에게도 아픔은 있다. 2012년 10월 백두산 남쪽의 물로 ‘백두산 하늘샘’ 생수를 선보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백두산에서의 ‘물 전쟁’은 사실상 농심의 승리로 귀결됐다. 

아이시스 외에도 지리산 산청수, 평화공원 산림수 등 다양한 생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이시스 외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현재 생수시장 구도는 광동제약이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와 농심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다. 그 뒤를 LG생활건강을 비롯한 여러 후발기업이 쫓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8월 경기도 가평군의 천연광천수로 만든 ‘올반 가평수’를 출시하고 생수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두유 ‘베지밀’로 알려진 정식품도 올해 초 지리산 지역의 암반수로 만든 ‘심천수’를 출시했고, 아워홈은 작년 연말 자체브랜드(PB) 생수 ‘아워홈 지리산수’를 내놨다.

“되면 대박, 안돼도 본전”

저성장국면에도 이처럼 생수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02년 2300억원이었던 생수 시장 규모는 2014년 6040억원, 2015년 6408억원, 지난해 7403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대 성장을 보인다. 업계는 2020년 되면 시장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이 생수 시장에 앞다퉈 뛰어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기에 ‘잘 되면 대박, 안 돼도 본전’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투자 대비 이익 창출이 상대적으로 쉬운데다가 유통망만 갖추면 도전할 수 있기 때문.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캠핑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생수가 소비자들에게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점도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수 시장은 한쪽이 줄어들면 한쪽이 증가하는 제로섬(zero-sum)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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