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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성지순례 ⑨] 스튜디오 지브리 비행선, 한국에 날다

제작과정 소개 이어 韓관객에 '전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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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5호 김금영⁄ 2017.12.08 09:43:41

전시부터 카페, 페어 등 다양한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 성지들을 찾아가 그곳의 특징을 짚어보는 ‘키덜트 성지순례’ 아홉 번째 장소는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 - 나우시카에서 마니까지’전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 - 나우시카에서 마니까지'전에 애니메이션 속 비행선 오브제가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이제 끝났군.” 스즈키 토시오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는 배급 담당자에게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단다. 당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이웃집 토토로’(1988) ‘반딧불의 묘’(1988) 등을 선보인 뒤 ‘마녀배달부 키키’(1989)를 제작하던 도중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런 말을 들은 이유. “흥행 성적이 계속 내려가잖아.”


스즈키 토시오는 처음엔 이 말에 화가 났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한다. 약 7.4억 엔의 수익을 올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후 ‘천공의 성 라퓨타’가 약 5.8억 엔, ‘이웃집 토토로’와 ‘반딧불이의 묘’가 약 5.9억 엔의 수익으로 흥행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고. 스즈키 토시오는 좋은 작품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여기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만큼 또 중요한 것이 있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이 작품을 사람들에게 ‘잘 알리는’ 것. 이후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 제대로 된 홍보 전략을 바탕으로 80만 명에 이르렀던 ‘이웃집 토토로’ ‘반딧불의 묘’의 관객 수를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264만 명으로 3배 이상 끌어올렸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들의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2013년 레이아웃전(서울), 2015년 입체건축전(부산)에 이어 2017년엔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 - 나우시카에서 마니까지’전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찾아왔다. 이전의 전시들이 지브리의 영화가 어떻게 완성되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영화 제작의 한 부분을 레이아웃, 배경화와 같은 원화를 통해 소개하는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지브리의 작품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졌는지 홍보에 관점을 맞춰 지브리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지브리와 대원미디어, 루덴스씨앤에이가 함께 한국 전시를 함께 준비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아오키 다카유키 프로듀서는 “수많은 애니메이션 전시가 있다. 지브리 전시의 한국 방문도 이번이 세 번째다. 이 가운데 차별화를 둔 것은 전시가 영화를 ‘전달’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 및 과정에 대해서는 이전 전시에서 다뤘고, 이미 여타 전시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아이디어들을 모아 영화를 홍보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전시는 없었다”고 전시 포인트를 짚었다.


▲'마녀배달부 키키'의 국내 개봉 포스터 버전. ⓒ1989 Eiko Kadono - Studio Ghibli

그리고 작품 홍보 방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지브리의 키워드를 읽는 시도를 한다. 그는 이어 “작품 홍보에서 지브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뤄진다. 바로 ‘함께’라는 키워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뿐 아니라 홍보를 할 때도 많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며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기 반경 3m’라는 말을 자주 한다. 가까운 것을 잘 관찰하고, 소중히 하라는 뜻이다. 이 말에 따라 지브리의 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내는지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할 때도 일본과 한국 관계자들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기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이미지 캡션 번역이다. 루덴스씨앤에이 박재경 이사는 “애니메이션 타이틀과 포스터 이미지, 카피를 정할 때 어떤 의견들이 지브리에서 제시됐는지 적힌 기록들을 세세히 번역해서 이미지들과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거대 비행선이 전시장에 설치된 모습.(사진=루덴스씨앤에이)


‘자기 반경 3m’ 지브리의 작품 제작·홍보 철학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 - 나우시카에서 마니까지'전 포스터.(사진=루덴스씨앤에이)

지하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일단 벽에 가득히 부착된 애니메이션 포스터의 장관에 놀라게 된다. 일본에서 제작된 포스터뿐 아니라 한국 버전으로는 어떻게 제작됐는지도 함께 전시해 비주얼의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다. ‘이웃집 토토로’의 유명 카피인 ‘이 기요한 생물은, 아직 일본에 있습니다. 아마도’가 실린 포스터의 탄생 과정과, 본격적인 홍보 마케팅을 타기 시작했던 ‘마녀배달부 키키’가 두 가지 포스터 버전을 제작하게 된 에피소드도 이미지 캡션 등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카피와 대중의 흥미를 끌어들일 수 있는 카피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며 균형을 찾아간 흔적들도 읽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홍보 방식의 변화도 느껴진다. 전시 시작 부분에는 과거 신문에 실린 홍보 이미지와 기사, 포스터 이미지가 가득한 가운데, 조금씩 옆으로 이동할수록 인터넷, SNS, 영상 등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진화한 홍보 방식이 눈길을 끈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 영상과 이를 설명하는 이미지가 함께 전시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탄성을 지르게 되는 공간을 마주한다. 지브리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던 아트상품들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엽서, 피규어, 옷, 가방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상품이 자리한 이 공간은 지브리의 보물 창고 같다. 박재경 이사는 “지브리에게서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다른 장르로 활용하는지다. 전시뿐 아니라 홍보를 위한 효과적인 아트상품 제작, 이벤트, 페스티벌의 장으로 애니메이션을 끌어들여 원소스 멀티유즈의 정석을 보여준다”며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끌어들이는지 업계 관련 종사자들이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전시장이 지브리의 홍보 전략 마케팅을 집중 탐구한다면, 지상에 마련된 전시장은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지브리의 철학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지브리의 작품엔 유독 하늘을 나는 비행선이 자주 등장한다. 관련해 호시노 코지 지브리 대표는 “지브리가 지닌 철학엔 사람과 자연이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지브리가 설립된 초창기 작품부터 자연 속 바람의 흐름을 타고 나는 사람들의 꿈,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브리의 예술혼을 상징하는 이 이야기를 전시에서 빠뜨릴 수 없었다. 지브리에 등장하는 비행선을 현실에 구현한 오브제들을 전시한다”며 “이를 통해 지브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속 비행선의 다양한 형태가 그려진 그림들이 전시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되는 건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거대 비행선이다. 실제로 비행선에 설치된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있어 전시장에서 비행을 하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았던 비행선을 현실로 끌어내며 지브리는 힘찬 비행을 시도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도 비행선 오브제를 전시하며, 지브리의 작품에 등장한 비행선의 역사를 살핀다.


가장 마지막에는 ‘이웃집 토토로’ 속 고양이 버스가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로 지브리의 팬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겠다. 실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게 제작됐다. 거대 오브제를 통해 지브리의 철학을 읽음과 동시에 마치 애니메이션에 직접 들어가 본 것 같은 느낌으로 전시장을 나오게 된다.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2018년 3월 2일까지.


▲'이웃집 토토로' 속 인기 캐릭터인 고양이 버스 오브제가 설치됐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다.(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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