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 골프만사] 바게트 맛 때문에 가는 佛 골프장…우린 안되나?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북아일랜드의 고풍스러운 클럽에서 시작해 구력 30년 동안 20여 나라의 200여 골프장에서 라운드 했다. 티타임 간격이 30분이나 돼 하루 종일 단 한 명의 골퍼도 본 적 없는 미국의 명문 골프장도 있었고, 페어웨이가 맨땅인 열악한 코스로 들개가 버기에 타고 그린까지 쫓아다니는 태국 공군 비행장 골프장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다양한 골프장에서 라운드 해봤다.
한 곳이라도 더 새로운 골프장에서 라운드 해보고 싶은 게 보통 골퍼들의 소망이다. 대부분의 명문 골프장은 플레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레이아웃과 양호한 그린 관리로 기회가 닿는 대로 다시 가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골퍼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이 나라마다 적어도 한 두 개씩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아주 특별한 이유 때문에 3년을 계속해 해마다 찾아갔던 클럽이 프랑스 파리에 있다. 아프로몽(Apremont)이란 골프장은 드골 공항에서 멀지 않아 한국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페어웨이도 넓고, 그린도 좋아서 시원한 플레이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목욕탕에 자쿠지도 개방하는 꽤나 인기 있는 골프장이다. 2012년 5월, 귀국 행 밤 비행기를 타기 전에 나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프랑스 교민 회장인 친구의 초청으로 그 클럽에서 플레이를 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휴게소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자 바게트를 주문했는데, 평생 먹어본 바게트 중에서 최고로 맛이 좋았다. 게다가 값도 시중 빵집에서 파는 싼 가격이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바게트를 누가 만드냐”고 물어봤더니 골프 클럽에서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지역 빵집에서 오랜 기간 바게트를 공급 받고 있다고 했다.
그 다음해 5월 파리 방문 시 다른 골프장에 가자고 권했던 친구에게 Apremont 골프장에 한 번만 더 가자고 부탁했다. 그늘 집에서 그 맛있는 바게트를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찾은 그 곳에서 먹어본 바게트는 1년 전에 반했던 바로 그 맛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2014년에도 그 골프장을 한 번 더 찾았다. 골프광인 내가 빵 맛에 반해서 3년 연속 방문했으니,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골프장은 골프만 치는 곳?
지역 맛집 못지않게 음식 마케팅도 중요
스포츠마케팅 회사 L사장은 “겨울에 스카이 72골프클럽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붕어빵과 어묵의 맛을 잊을 수 없어서 한 번이라도 더 가게 된다”고 말했다. 나도 동감하며 그 특별한 서비스에 박수를 보낸 적이 있다.
반면에 명문을 자처하는 W골프클럽은 고급 시설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 맛 집에서 6000~7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막국수를 무려 2만 8000원을 받았다. 물론 대중음식점과는 달리 판매 예측이 쉽지 않다. 각종 식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방문객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코스트가 꽤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골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고, 나는 그렇게 모든 것이 비싼 골프장에서는 지인들이나 가족들과 친선 골프를 하고 식사를 할 의향이 없다. 4인 플레이 한 번 하는데 100만 원 가량 족히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골프장도 천편일률적인 식음료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개성 있고 실속 있는 메뉴를 제공했으면 좋겠다. 맛은 좋지 않은데 가격만 비싸니, 골퍼들이 불편을 무릎 쓰고 외부 음식점으로 나가는 것이다. 외국에는 많은 골퍼들이 시내의 유명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골프클럽에 가서 식사하는 경우가 참 많다. 20년 전 싱가포르 출장 시 거래처로부터 점심 초청을 받고 골프장 클럽 하우스에서 철판요리를 먹은 것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 즐거운 추억이다. “맛 괜찮죠? 값도 저렴합니다”라고 말했던 싱가포르 친구의 행복한 얼굴도 함께 기억하고 있다.
나는 해외여행 중 식사 때에 그 지역에 유명한 식당이 없다면 인근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찾아 간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가격과 맛에서 실망해본 적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그 동네 많은 회원들과 가족들이 편하게 찾아 웬만한 파티나 가족 모임들을 클럽하우스에서 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1000 라운드를 더 했지만, 골프장에서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메뉴를 단순화 하고 대표 메뉴를 저렴한 값에 제공한다면 골퍼들에게도 좋고, 골프장 수익을 올리는 상생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텐데….
(정리 = 김금영 기자)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