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스 에디터이자 아트 디렉터 박선아가 여행지에서 보내온 서른두 통의 편지와 필름 사진을 담은 책이다. 여행지에서 썼지만 여행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은 편지들,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들로 이동해 그것들을 어루만지고 그 안에서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는 편지들을 담았다.
또한 책은 저자가 천천히 보고 싶어 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기어가는 달팽이, 천장에 비친 불빛, 용기를 냈던 날들, 세탁소 앞 강아지의 눈웃음,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사람의 뒷모습, 두유와 생크림을 넣어 끓인 카레, 손전등 없는 달빛산행까지 주위의 풍경, 색깔, 향기, 감촉을 소중하게 붙든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의 겉싸개를 풀면 두 권의 책이 들어 있다. 한 권은 편지와 흑백 사진이 담긴 서간집, 다른 한 권은 컬러 사진이 담긴 엽서집이다. 엽서집은 낱장으로 뜯기 전에는 하나의 사진 작품집이기도 하다. 사진과 글을 특별한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한 결과다.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저자가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보던 장면들이다. 글과 사진으로 이뤄진 그녀의 언어를 읽으며 그녀의 경험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우리를 예상치 못한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가 그 순간을 함께 하게 한다.
박선아 지음 / 1만 3800원 / 안그라픽스 펴냄 / 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