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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②] 2018 대기업 연말 인사, 눈여겨볼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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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6호 정의식⁄ 2017.12.15 17:58:20

▲삼성전자, LG그룹, SK그룹 사옥. (사진 = CNB저널 자료사진)


삼성과 SK, LG 등 주요 대기업이 하나둘 연말 인사를 발표하며 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도 대기업들은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내세우며 성과를 낸 조직에는 과감한 승진 보따리를 안겨주고, 60대 임원들이 물러난 자리를 50대로 대거 재배치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런저런 내우외환에 말려 인사가 늦어지는 기업도 있고 오너가 3~4세들을 초고속 승진시키며 승계를 은연 중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 최근 한 달 간 주요 대기업의 인사에서 드러난 몇 가지 특징을 짚어봤다.

① 세대교체: 60대 가고 50대 CEO 왔다

올해 인사의 가장 큰 화두는 ‘세대교체’다. 60대 사장단이 대거 물러나고 그 자리를 50대가 채우는 현상이 각 기업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을 선도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먼저 삼성전자에서 지난 수년간 초고속 성장을 이끌어온 권오현(65)·윤부근(64)·신종균(61) 3대 부문장이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고 새로운 트로이카가 출범했다. DS 부문장 김기남 사장(59), CE 부문장 VD사업부 김현석 사장(54), IM 부문장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54) 등이 그 주인공이다. ‘원로’들의 빈 자리를 채운 세 부문장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전임자들의 평균 63.3세보다 6.3세나 젊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7인도 모두 50대였다. 외국인 최초로 사장이 된 팀 백스터 북미총괄 사장(56)을 비롯해 진교영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메모리사업부장(55), 강인엽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장(54), 정은승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57), 한종희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55), 노희찬 경영지원실장(56),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58) 등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전 부문장(사진 위, 왼쪽부터)과 신임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부문장(사진 아래, 왼쪽부터). (사진 =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비(非)전자 계열사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됐다. 삼성중공업은 박대영(64) 사장이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남준우(59) 부사장이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 제일기획도 임대기(61) 사장이 사임하고 유정근(54) 부사장(비즈니스 2부문장)이 승진 내정됐다. 

SK그룹의 경우 지난해 대대적인 50대 세대교체를 진행한 터라 올해는 사장단 인사 규모가 대폭 줄었지만 새로 사장단에 합류한 4인이 모두 50대라 세대교체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은 조경목 SK에너지 사장(53), 장용호 SK머티리얼즈 사장(53), 안정옥 SK주식회사 C&C 사장(55), 안재현 SK건설 Global Biz. 사장(51) 등으로 평균 나이는 53세다.

LG그룹도 사장 승진자 5명 중 노기수 LG화학 사장(60)을 제외한 4명이 모두 50대다. 권순황 LG전자 B2B사업본부장(59),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54), 황용기 LG디스플레이 TV사업부장(59),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소프트웨어센터장(54) 등이다. 

② ‘성과’ 있는 곳에 ‘승진’ 따라온다

인사의 철칙으로 자리 잡은 ‘성과주의’ 역시 어김없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가장 혜택을 본 곳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자인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임원 승진자 205명 중 99명의 임원 승진자가 DS 부문에서 나왔다. 2015년엔 58명, 2016년엔 57명, 2017년엔 41명이었던 것이 약 2배로 늘어난 것. 특히 R&D(연구·개발) 분야에서 승진 임원의 50% 이상이 배출됐는데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의 근간이 된 때문이다. 

정해진 승진 연한보다 1∼2년 빠르게 승진된 발탁 승진자도 전체 15명 중 12명이 DS 부문 소속이었다. DS 부문 쏠림 현상은 외국인과 여성 임원 부문에서도 이어졌다. 전무로 승진한 외국인 4명 중 절반인 2명, 여성 신임 상무 7명 중 3명이 DS 부문에서 나왔다. ‘인사의 꽃’이랄 수 있는 사장 승진자에서도 DS 부문이 7명 중 4명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장용호 SK머티리얼즈 사장, 안정옥 SK주식회사 C&C 사장, 안재현 SK건설 Global Biz. 사장(왼쪽부터). (사진 = 연합뉴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성과주의의 주인공이 됐다. 그룹 전체 임원 승진·발탁자 163명 중 절반인 80명이 두 회사 몫이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15년 19명, 2016년 25명이었던 것이 41명으로 늘어 역대 최대였던 2014년(43명)에 근접했다. 14명이 승진했고 27명이 새로 임원진에 합류했다. 특히 부사장 승진자 7명 중 3명이 SK하이닉스 출신이었으며, 5년째 CEO를 맡아온 박성욱 부회장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무기로 교체설을 불식시키며 6년 연임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승진자 14명에 신임 상무 25명 등 39명이 승진해 지난해의 37명보다 2명 늘어났다.

▲하현회 LG 부회장, 노기수 LG화학 사장, 권순황 LG전자 B2B사업본부장(사진 위, 왼쪽부터)과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 황용기 LG디스플레이 TV사업부장,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소프트웨어센터장(사진 아래, 왼쪽부터). (사진 = 연합뉴스)


LG그룹 역시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계열사가 승진자의 75%를 차지했다. 사장 승진자 5명은 LG전자 3명, LG화학 1명, LG디스플레이 1명으로 구성됐고, 총 17명인 부사장 승진에서도 LG전자 8명, LG화학 3명, LG디스플레이 3명 등 3사 출신이 80% 이상이었다. 

③ 플래티늄 수저?… 3·4세 초고속 승진

오너 일가 자제들의 시간은 일반인보다 빠르게 흐른다. 올해도 여러 기업에서 30대가 상무·전무가 되고, 40대는 사장이 되는 초고속 승진사례가 줄을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35)를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27세에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후 8년 만의 일이다. 정 부사장은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까지 겸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팀담당 상무(32)는 올해 3월 부장에서 상무 대우로 승진했다가 8개월 만에 정식 상무로 임명됐다. 그는 입사 6년째다. 남편인 정종환 CJ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37)도 상무로 승진했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 허철홍 ㈜GS 부장(38)도 입사 8년 만에 상무로 승진하며 GS칼텍스의 경영개선부문장이 됐다. 그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조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팀담당 상무, 구본혁(40) LS니꼬동제련 부사장(사진 위, 왼쪽부터)과 이규호 코오롱 상무,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총괄부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사진 아래, 왼쪽부터). (사진 = 연합뉴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산전 이사(35)는 지난해 이사로 진급한 후 1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이자 현 구자홍 회장의 조카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전무(40)는 2011년 자원본부장(전무)으로 승진한 후 6년 만에 부사장이 됐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 이규호 상무보(33)도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47)가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한국타이어 대표이사(45)로 내정됐다. 

④ 우리 회사는 언제 하지?

총수 부재, 실적 부진 등 여러 사정으로 인사가 연기된 그룹도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전자와 일부 계열사는 인사가 마무리됐지만 금융 계열사를 비롯한 상당수 계열사의 인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12월 중순까지 인사를 마무리지을 방침이지만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 인사는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계열사의 경우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절차를 추진하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이재용 부회장이 여전히 구속 수감 중인 점, 그리고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것도 인사가 늦어진 이유로 지목된다. 그간 미전실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그룹 간 인력 조정의 길이 막힌 탓에 최근에는 계열사 자체 인사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에 대안으로 삼성전자는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사장(57)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책임자로 임명해 최고경영자(CEO) 보좌역을 담당하게 했지만 그룹 전체가 아닌 전자 계열사 컨트롤타워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원래 부사장급 이상의 임원 인사는 수시로 실시하고 전무급 이하 임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 임원 인사만 연말에 실시해왔다. 올해 인사는 중국과 미국 시장 부진의 여파로 1년째 비상경영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인사 규모는 예년보다 상당히 축소될 전망이다. 

롯데그룹 역시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신동빈 회장의 선고 결과가 12월 22일 나올 예정이라 임원 인사는 잠시 미뤄둔 상태다. 지난해 인사도 재판으로 인해 올해 2월에야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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