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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만사] 젊으나 늙으나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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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6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2017.12.18 09:21:46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뚜렷한, 어쩌면 겨울이 너무 긴 우리나라의 골퍼들은, 금수강산이 눈으로 덮이는 추운 겨울이 오면 따뜻한 나라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 나도 지난겨울을 비롯해 열 번도 넘게 우리나라의 꽁꽁 언 페어웨이를 버리고, 잔디가 시퍼렇게 숨 쉬는 그린이 있는 나라를 찾아서 골프 극기 훈련을 하고 왔다.

하지만 이제는 골프 사랑이 시들해졌는지, 내가 시들한 인간이 됐는지, 골프장 이외에 다른 오락 시설이 없는 리조트에 갇혀서 오로지 골프만 하는 것은 좀 싫다. 아니 실은 내가 체력이 좀 달린다. 작년에도 나는 매일 36홀 이상의 라운드는 하지 않았다. 18홀 한 라운드만 마치고, 10년 아래 후배 룸메이트가 없는 방에서 써야 할 원고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휴식을 취했다.

30대 이후의 사람들에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연령대를 물었더니, 30대도 40대도, 그리고 80대도 90대도 “10년만 젊었더라면”이라는 답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과거의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기보다는, 현재에 존재하면서 10년 전의 젊음을 쏙 빼오고 싶은 것이리라.

이번 연말에도 나는 거의 매일 행사에 참석했다. 골프 모임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문학 모임의 시상식이며 출판 기념 술자리, 송년 모임들이었다. 대부분의 모임이 나보다 연상들로만 우글대는 모임이다. 징하다.

내가 10년 전 선배들에게 했던 말이
10년 뒤 내게 고스란히 돌아오나니

나는 젊은 피가 뜨겁게 용솟음치는 물에서 놀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아직 골프를 그만둘 생각도 없고, 문학 작품 활동에서 은퇴할 생각도 없다. 그러므로 내가 끝까지 골프 동반자를 잃지 않고, 내 작품의 구독자를 놓치지 않으려면 그런 행사에 필히 참석해둬야 한다. 일종의 고육지책 품앗이다. 나는 몇 시간 만에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는 유명 가수도, 팬 사인회에서 손목이 저려 300명 이상은 친필 사인을 못하겠다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못되지 않는가.

그 모임에서 내가 소설도 쓰고 골프 칼럼도 쓴다고 했더니, 선배님의 저서를 읽고 싶다는, 골프도 즐긴다는 후배 두 명이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얼씨구나, 낚았구나. 나는 저서도 보내주고, 메시지질에, ‘깨톡질’에, 다각적인 방법으로 꼬여서 우리 골프 모임에 입회시켰다. 크크, 너무 예쁘고 말도 잘 듣는다. 골프장까지의 운전도 젊은 저네들이 하면서 선배를 모시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젊은 것들이 하는 말이, 딴에는 칭찬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심히 거슬린다. “우리도 선배님처럼 그 연세가 되더라도 건강하게 공 칠까요?” 내가 10년 전에 나보다 10년쯤 연상에게 그 따위 발언을 했지 싶다. 아니, 나는 그보다 더 발칙한 망언을 남발했었다. “오마나, 세상에, 드라이버 거리 늘리시려고 고반발 비공인 드라이버로 개비하셨다구요? 대단하십니다. 존경해요.”

그로부터 10년 후 나는 드라이버를 개비했다. 거리를 더 내려고. 휘두를 때마다 골반과 허리와 등의 관절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어쨌거나, 아직 닭장 같은 연습장 안으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혈기왕성하던 시절에 눈밭에서 공을 쳤던 얘기를 하면서 지금은 ‘대충 추움’ 정도이니, ‘매우 추움’의 계절이 오기 전에 한 라운드만 더 하자고 젊은이들을 꼬드겼다.

“우리는 괜찮은데, 선배님들 괜찮으시겠어요? 페어웨이 수리지에 빙판이 있던데…. 미끄러지기라도 하시면…. 나이 들수록 뼈는 잘 안 붙는다는데….” 으음, 젊음이 상인줄 몰랐던 죄, 늙음이라는 벌을 감내하리니.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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